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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드론 막은 미국의 선택, 민수 장비에서 전장 무기로 바뀐 인식

DJI 드론 막은 미국의 선택, 민수 장비에서 전장 무기로 바뀐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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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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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장비 대상 FCC 승인 중단
정찰·타격·소모형 드론 전장 활용↑
공급망 경쟁 또 다른 축으로 부상

미국이 모든 외국산 드론과 핵심 부품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며 사실상 신규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단순 통상 규제보다는 드론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관리 대상 자산으로 취급하겠다는 미국의 시각을 선명히 드러낸다. 전장 경험을 통해 군사적 효용이 입증된 드론을 둘러싸고 각국의 생산·조달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군용 드론을 중심으로 한 방산 시장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 역시 함께 거론된다. 

보안 이슈 공식 명분으로 제시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따르면 백악관은 전날 소집한 부처 간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외국산 무인항공시스템(UAS·드론)과 핵심 부품을 인증 규제 대상 목록(Covered List)에 새롭게 포함했다. 인증 규제 대상 목록은 미국의 국가 안보 또는 미 국민의 안전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통신 장비·서비스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목록에 등재되면, 미국 내 수입·유통·판매를 위한 FCC 인증을 받을 수 없어 시장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다.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 외에서 생산된 모든 드론과 핵심 부품을 포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FCC는 “그간 다수의 국가안보 기관은 외국산 무인항공기가 공격과 교란, 무단 감시, 민감 데이터 유출 및 기타 국토 안보 위협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히며 “외국산 기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미국 드론 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인증을 신청하는 장비에 규제를 적용하는 만큼 이미 구매해 사용 중인 드론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특징은 대상이 완제품에 그치지 않고 핵심 부품 전반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FCC가 밝힌 규제 목록에는 데이터 전송 장치와 통신 시스템, 비행 제어 장치(FC), 지상 관제소(GCS),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포함됐으며, 센서와 카메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포함한 배터리, 모터와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까지 포괄한다. 규제 해제를 위해서는 미 국방부(DoD) 또는 국토안보부(DHS)가 특정 제품이나 부품이 안보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FCC에 통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인 중국 다장이노베이션(DJI)과 오텔로보틱스(Autel Robotics) 등 여러 업체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DJI는 “드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국 내 1,800여 개 주·지방 법집행기관 및 긴급 대응 기관 중 80% 이상이 우리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가장 비용 효율적인 드론 기술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 해당 프로그램들이 즉각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FCC는 “기존에 FCC 인증을 받은 모델의 유통은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며 이번 조치가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유럽 군용 드론 생산·배치 협력 가능성

외국산 드론을 전면 차단한 미국의 결정은 드론을 민수 장비가 아닌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흐름과 맞닿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거치며 드론의 군사적 효용이 실제 전장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정찰용 소형 드론부터 자폭형 드론까지 다양한 기체가 실시간 감시와 타격 임무에 투입돼 기존 포병·미사일 체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러시아는 이란이 설계한 ‘샤헤드(Shahed)’ 드론 수십 기를 동시에 투입하는 전술로 방공망을 소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전장 경험을 토대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샤헤드와 유사한 저비용·고효율 드론 개발에 나섰다고 전했다. 샤헤드는 1,600km 이상 장거리 비행 능력을 갖추면서도 삼각형 날개 설계와 탄소섬유 기체, 프로펠러 엔진을 활용해 생산비를 크게 낮췄다. 러시아가 자체 생산한 단순형 샤헤드의 제작비는 3만5,000달러(약 5,122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최근 미국 방산업체 안두릴이 판매한 장거리 드론 알티우스(1기당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원 이상)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러-우 전쟁 장기화 이후 드론을 단순 지원 자산이 아닌 전면전에 투입할 핵심 전력으로 육성하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폴란드는 자국 방산업체 WB그룹과 자폭형 드론 ‘워메이트(Warmate)’의 1만 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드론 전담 조직을 창설해 운용 체계를 강화했다. 루마니아 역시 유럽연합(EU)의 국방력 강화 재정·제도 패키지(ReArm Europe)를 활용해 군사용 드론 생산을 국가 핵심 사업으로 설정했다. EU의 국방력 강화 패키지는 방위 분야에 8,000억 유로(약 1,380조원)를 투입해 유럽 전반의 군사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도 같은 방향으로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미 육군은 최근 소모형 드론을 전장 소모품으로 규정한 목적 기반 소모형 체계(PBAS) 사업을 공식화했고, 회수 전제를 두지 않는 군집형 드론 운용 요건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착수했다. 동시에 군용 드론 수출 규제를 완화해 동맹국으로의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도 병행 중이다. 이는 중국·이란·튀르키예 등 경쟁국들이 비교적 느슨한 규제를 바탕으로 드론 수출을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전장 경험을 통해 확인된 ‘저비용·대량·소모형’ 드론의 효용이 각국 방산 정책의 공통 분모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장에 투입된 우크라이나 측 소형 공격(FPV) 드론 '치프-1'/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방산 시장 재편과 중국의 대응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군용 드론을 중심으로 한 방산 시장의 성장세 역시 뚜렷하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더디펜스포스트는 5년 뒤 세계 군용 드론 시장 규모가 220억 달러(약 32조2,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고,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도 글로벌 군용 드론 시장이 올해 158억 달러(약 23조원)에서 2030년 222억 달러(약 32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현시점 전체 드론 시장 규모가 261억 달러(약 38조2,000억원)로 추정되는 가운데 군용 드론 비중이 이미 60.5%에 달한다는 점은 수요의 중심축이 명확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실제 전장에서는 주문 규모와 속도 모두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달 9월 독일과 자국 업체를 통해 드론 1만7,000여 대를 주문했다고 밝혔으며, 이와 별도로 1만3,000대가량의 무인 항공기를 추가로 인도받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는 “평균 드론 배송에 걸리는 기간은 5~10일”이라고 언급하며 드론이 대규모·단기 조달이 가능한 전장 소모품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가 주로 운용하는 소형 공격(FPV) 드론의 가격은 400달러(약 6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화는 다시 방산 기술 경쟁의 기준 자체를 바꾼다. 고가의 스텔스 드론이나 정밀 무기 중심에서 벗어나 얼마나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글로벌 공공안전 기술 기업 액손은 최근 보고서에서 “500달러(약 73만원)짜리 드론이 8,250만 달러(약 1,205억원)에 달하는 F-35 전투기를 파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하며 전장 비용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저가형 드론이 전체 파괴 공격의 60~70%에 활용됐다는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방산 시장 확대는 자연스럽게 공급망과 지정학적 대응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이 외국산 드론을 차단하고 자국·동맹 중심의 생산 체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반대로 드론 부품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중국 내 모터, 배터리, 비행 조종 장치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유럽을 향한 드론 부품 수출을 제한하거나 배송을 중단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드론 부품을 라이선스 승인 또는 사전 통보 대상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다수 국가가 값싸고 성능 좋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해 온 현실을 고려하면, 드론 산업은 미·중 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또 다른 전선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드론은 완제품보다 모터와 비행 조종 장치 같은 핵심 부품의 조달이 생산 속도를 좌우하는데, 수출 통제가 강화될수록 저비용·대량 소모 모델의 공급 안정성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드론이 전장의 ‘가성비 무기’로 자리 잡은 이상 각국의 움직임은 생산 능력과 부품 통제력, 그리고 동맹 간 협력 구조를 중심으로 더욱 구체화할 공산이 크다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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