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안전성 논란 속 ‘자율주행 굴기’ 제동 걸린 중국, 글로벌 진출도 빨간불
[자율주행] 안전성 논란 속 ‘자율주행 굴기’ 제동 걸린 중국, 글로벌 진출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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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그늘에 드러난 기술 검증 한계 자율주행 기능 안전 설계 결함 속출 '메이드 인 차이나' 자율주행차 신뢰 흔들

올해 말까지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가 사실상 연기됐다. 자율주행차 관련 인명사고 이후 레벨3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도로 주행 허가가 대폭 축소되면서 중국의 자율주행차 굴기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반복되는 사고 이력은 글로벌 규제 당국에 강력한 진입 규제 명분을 제공해 중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확장에도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레벨3 허가, 9개 업체 중 2곳만 획득
2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주 창안자동차와 아크폭스의 레벨3 자율주행차 도로 진입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자율주행차 판매 계획을 제출한 곳은 9개 제조사지만, 실제로 레벨3 자율주행 허가를 받은 곳은 이들 두 곳뿐이다. 두 회사에는 각 사의 본거지에 있는 도로 구간 세 곳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됐으나, 운행 범위가 극히 제한돼 사실상 추가 시험 운행 만을 허가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새로 승인된 두 모델은 지정된 구역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창안자동차의 차량은 충칭시의 내환 고속도로와 신내환 고속도로, 위두대로 등 구간에서 최고 50km까지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아크폭스 모델은 베이징의 징타이 고속도로, 다싱공항으로 향하는 베이셴고속도로 등 구간에서 최대 시속 80km로 자율주행 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0단계부터 5단계까지로 분류된다. 이 중 3단계인 레벨3는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되지만, 필요할 경우 즉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 수준이다. 주행 책임이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있는 레벨2와 달리 레벨3는 제조사에 사고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NYT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컴퓨터 제어 상태에서는 차로 변경이 허용되지 않으며, 그 밖의 모든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제어해야 한다"면서 "이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차 대량 생산을 올해 말까지 시작하겠다는 약 5년 전의 목표가 지나치게 야심적이었다는 점을 중국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율주행 관련 사고 속출하자 '신중 모드'
앞서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승용차 신차 판매의 자율주행차(레벨3 이상) 비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목표로 기업에 막대한 지원금을 지급했다. 2040년에는 조건에 따라 운전자가 아예 필요 없는 레벨4 차량이 신차 시장을 완전히 점령하고,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 없는 레벨5 차량 상용화도 이루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지리자동차 등 일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이 조만간 승인될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레벨3 차량에 필요한 카메라와 각종 센서 장비를 탑재한 차량의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차 허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현재로서는 일부 기능만 자동화되고 운전자가 반드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레벨2 차량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의 자율주행차 굴기에 제동이 걸린 계기는 자율주행차 관련 인명사고다. 지난 3월 29일 샤오미의 전기차 SU7이 '고속도로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하던 중, 고속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대생 3명이 사망했다. 샤오미는 해당 차량이 시속 72마일(약 117km)로 주행하던 중 공사로 인한 차선 폐쇄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보냈고, 이후 운전자가 제어권을 넘겨받았지만 약 1초 뒤 차량이 가드레일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충칭에서 바이두의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주행 중 공사장 차단벽과 경고 표지판을 무시하고 수미터 깊이의 굴착 구덩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격자 영상에 따르면, 흰색 차체에 ‘Apollo Go’ 로고가 부착된 바이두 로보택시는 공사장 내부로 진입한 이후 구덩이에 거꾸로 처박혔다. 현장은 차단벽과 경고 표지판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나, 차량은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략 재조정 압박 직면
사고가 속출하자 중국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빠르게 확산했다. 여기에 중국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키우는 보도까지 나오며 논란이 증폭됐다. 앞서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지난 7월 중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가 20개 브랜드의 36개 차종을 대상으로, 레벨2 수준의 주행 보조(충돌 회피) 기술이 야간 건설 현장 인근에서 트럭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 실험 결과를 보도했다. 그 결과 실험 대상 차량 가운데 절반 이하만이 충돌을 성공적으로 회피했고, 다양한 안전 상황에서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주행 보조 시스템을 보인 차량은 테슬라의 두 개 모델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국 정부는 현재 중국에서 양산되는 차량에 탑재된 주행 보조 기술은 완전한 자율주행과는 다르다고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운전자들에게 "운전 보조 기능을 켠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잠을 자고, 통화를 하거나 음식을 먹는 등의 위험한 행동은 도로교통안전 법규를 위반할 뿐 아니라 다른 도로 이용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감독도 강화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차량 제조업체가 자체 주행 시스템의 기능적 한계와 안전 대응 조치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과장이나 허위 선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율주행’, ‘자동주행’, ‘스마트 드라이빙’, ‘첨단 지능형 주행’ 등과 같은 용어를 마케팅에 사용하지 못 하게 했다. 이에 따라 인명사고를 낸 샤오미는 공식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APP)에서 ‘스마트 드라이빙’이란 명칭을 ‘보조 주행’으로 바꿨으며, 화웨이 산하의 자동차 브랜드 훙멍즈싱도 매장 팸플릿에서 ‘스마트 드라이빙’ 기능이 ‘운전자의 조작을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사고 이력이 누적된 기술에 대해 각국의 규제당국이 도로 주행을 허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기차 전문가는 “중국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 범위는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일부 지역에만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축적된 주행 데이터와 정책적 지원은 단기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하지만, 안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글로벌 시장 진입 과정에서 규제 장벽과 신뢰 검증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