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용량가격 10배 폭등, 빅테크 규제 피해 아시아로 짐 싼다
美 용량가격 10배 폭등, 빅테크 규제 피해 아시아로 짐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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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PJM 용량가격 333달러로 1,000% 폭등, 데이터센터발 요금 인상에 ‘테크래시’ 확산 정치권·규제 당국 압박 거세지자 오픈AI·MS 등 전력 풍부한 인도·동남아로 투자 급선회 아시아가 글로벌 데이터 허브로 부상했지만 물 부족·탄소 배출 등 환경 리스크도 고조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인터커넥션의 용량시장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1,000% 폭등을 기록하며 ‘전력 쇼크’가 현실화됐다. 데이터센터가 빨아들이는 막대한 전기를 공급망이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천문학적 비용 청구서가 가계로 전가되자, 미국 내에서는 기술 기업을 향한 반감인 ‘테크래시(Techlash)’가 정치권과 규제당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에 전력난과 규제 압박을 견디다 못한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을 떠나 인도, 동남아시아 등 ‘전력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는 대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기회의 땅 아시아 역시 물 부족과 탄소 배출이라는 새로운 청구서를 마주하며 성장의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이다.
PJM 낙찰가 1000% 폭등에 '테크래시' 확산, 정치권 "빅테크가 비용 내라"
18일(이하 현지시간) PJM은 2027~2028년도 전력 용량 경매(Capacity Auction) 결과 낙찰가가 메가와트일(MW-day) 당 333.44 달러(약 49만3,000원)로 가격 상한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4~2025년 가격(29.92 달러·약 4만4,000원) 대비 1,000% 이상 폭등한 역대 최고가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총 용량조달 비용은 164억 달러(약 24조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향후 소매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격 폭등의 진원지로는 데이터센터가 지목된다. 스튜 브레슬러 PJM 부사장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신규 공급 속도를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시급히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번 경매에서 전력 공급 예비력은 신뢰성 목표 대비 6.6기가와트(GW)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GW급 원전 6기 안팎 규모로, 극한 기상 시 전력공급 신뢰도 저하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매가격의 급등은 시차를 두고 가계 경제를 강타하며 테크래시를 촉발했다. 미국 진보센터(CAP)와 천연자원방어위원회(NRDC)는 2025~2027년 전기·가스 요금 인상안이 가계에 총 858억 달러(약 126조9,0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주의 주거용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13% 급등했고, 일리노이(15.8%)와 오하이오(12%) 역시 미국 평균 인상률(5.1%)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우려하는 과학자 연맹(UCS,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데이터센터 연결 비용이 일반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용 부담에 더해 소음 공해와 막대한 용수 소비 등 환경 문제까지 불거지자, 한때 지역 사회의 ‘유치 1순위’였던 데이터센터는 세금 감면 혜택마저 박탈당하는 ‘기피 시설’로 전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지아주는 데이터센터 세금 감면을 중단했고, 아이오와주 앨투나 등지에서는 물 부족을 이유로 주민들의 건설 반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치솟는 전기요금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는 결국 정치권과 규제당국을 움직였다. 최근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애비게일 스팬버거 당선인은 "빅테크가 그들 몫을 지불하게 하겠다"고 천명했고, 뉴저지 주지사 당선인 미키 셰릴 역시 요금 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행정부가 소비자에게 데이터센터 비용을 떠안기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규제당국도 즉각 제동을 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PJM에 데이터센터의 발전소 인근 동시부하(co-location) 연결 규칙 정비를 지시하며 소비자 부담 전가 차단에 나섰다.
"미국엔 전기가 없다", 아시아로 향하는 데이터 대이동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규제 강화와 전력망 포화라는 미국의 구조적 한계를 피해 해외, 특히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9월 1일 블룸버그는 오픈AI가 인도에서 원전 1기 생산량과 맞먹는 최소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를 물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인도 법인 등록을 마친 오픈AI는 챗GPT 사용자 2위 시장인 인도를 거점으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추진하는 5,000억 달러(약 739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와 노르웨이로 뻗어나간 탈(脫)미국 행보의 연장선이다.
특히 인도는 글로벌 자본이 집결하는 ‘차세대 하이퍼스케일 격전지’로 떠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6년부터 4년간 아시아 최대 규모인 175억 달러(약 25조8,700억원)를, 구글은 150억 달러(약 22조1,700억원)를 투입해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역시 2030년까지 127억 달러(약 18조7,700억원)를 쏟아붓는다. 여기에 현지 굴지의 대기업들도 가세했다. 고탐 아다니의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구글과 협력해 150억 달러 규모의 캠퍼스를 짓고 있으며, 무케시 암바니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는 1GW급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브룩필드 등과 협력하며 인도를 거대한 ‘AI 집적지’로 변모시키고 있다.
동남아는 저렴한 전력·인건비와 세제 혜택을 앞세워 신규 투자처로 부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시아 6개국의 데이터센터 규모는 향후 3~5년 내 현재의 2.5배인 4,185메가와트(MW)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에 구글, 아마존, MS 등 '클라우드 빅3'는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경쟁적으로 깃발을 꽂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말레이시아에 핵심 거점을 마련했다. 동남아에 글로벌 자본이 집중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풍부한 수력에너지 덕분에 선진국 대비 전기료가 저렴하고, 인건비 경쟁력이 높으며, 각국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의 기술 허브인 대만과 일본을 향한 러시도 뜨겁다. 대만은 우수한 반도체 인프라를 무기로 애플(1,000억 대만달러·약 4조6,800억원), 구글, 엔비디아(슈퍼컴퓨터센터) 등의 투자를 유치하며 ‘AI 하드웨어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았다. 일본 역시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MS(29억 달러·약 4조2,800억원), AWS(2조3,000억 엔·약 21조8,100억원)의 역대급 투자를 이끌어냈고, 소프트뱅크는 옛 샤프 공장을 AI 데이터센터로 개조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반격도 거세다. 알리바바는 530억 달러를 들여 글로벌 확장을 추진 중이며, 텐센트는 일본과 인도네시아를 공략하고 있다. 티베트는 최첨단 컴퓨팅 센터 '야장-1(Yajiang-1)' 등을 앞세워 중국 내 AI 데이터센터의 중심지로 탈바꿈 중이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2030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센터 용량이 29GW를 넘어 미주(32GW)에 이은 세계 2위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야흐로 '전기가 있고 정부 지원이 확실한 곳이 곧 본사'라는 기조 아래, 글로벌 데이터 패권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아시아가 껴안은 그늘, 물 부족과 탄소 배출 부담
다만 화려한 '투자 붐'의 이면에는 아시아가 감당해야 할 환경적·구조적 청구서가 쌓이고 있다. 당장 말레이시아 조호르주는 물 사용 부담이 커지자 일부 저티어(Low-tier) 데이터센터에 대한 승인 기준을 강화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냉각수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것이 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야기하며 농업 및 생활용수와 경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수자원 부족이라는 새로운 물리적 제약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탄소 배출의 '풍선 효과'다. 엠버(Ember) 등 에너지 싱크탱크에 따르면 아시아는 발전 믹스에서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비중이 높아, 데이터센터 증설이 글로벌 ‘탄소 전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는 전력은 수요 증가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YTL(태양광)이나 삼성전자(해상형 데이터센터) 등이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로의 이동은 결국 미국의 전력난을 해소하는 대신 지구촌의 탄소 총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PJM 사태는 환경 용량이 받쳐주지 않는 성장이 어떤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인 셈이다.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동남아 AI 산업은 여전히 고급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데이터 보호와 윤리 규제 등 법적 인프라가 미비하다. 국가 간 디지털 격차도 뚜렷해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투자가 쏠리는 반면, 라오스·캄보디아 등은 투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프라 과열이 ‘AI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테시 칼레칼 JLL 아시아·태평양 데이터센터 조사 책임자는 포브스를 통해 “의료·교육·국방 등 핵심 분야에서 AI 활용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만큼, 당분간은 버블보다 공급 부족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가 글로벌 AI 혁신의 중요한 축이자 거대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