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독일 제조업 후퇴, 고용 전환이 관건
[딥폴리시] 독일 제조업 후퇴, 고용 전환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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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일자리 감소 속 구조 전환 국면에 들어선 독일 경제 산업 인력 서비스 부문 이동이 고용 안정의 핵심 과제로 부상 임금과 기술을 유지하며 고용 이동을 관리하는 정책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독일 제조업의 쇠퇴는 가설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2019년 이후 독일 산업 부문에서는 약 24만5,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감소율은 4.3%에 달한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전기차 전환이 맞물리면서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2025년 중반 기준 산업 고용 규모는 약 543만 명까지 줄었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제조업 생산 활동도 둔화 흐름을 보였다. 반면 서비스 부문은 독일 전체 산출의 약 70%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정체와 서비스 확장의 대비는 독일 경제가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핵심 과제는 공장 노동자가 임금 하락이나 숙련 손실 없이 서비스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만드는 데 있다.
제조업 감소, 구조 변화의 신호
독일 제조업의 하락은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 독일 제조업은 2017년 말 정점을 찍은 뒤 2023년까지 약 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른 유럽 국가들의 제조업이 회복 흐름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고용도 함께 줄어 팬데믹 이전보다 제조업 일자리는 약 30만 개 적다. 기업들은 신규 주문 감소를 공통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 고용 규모는 2024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고용이 유지된 것은 서비스 부문 채용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이는 독일의 고용 구조가 이미 변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만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주: 1990년대 이후 제조업 관련 직무는 제조업 부문에서는 줄어든 반면 서비스 부문에서는 늘어났다. 이는 제조업 일자리가 소멸된 것이 아니라 산업 간 이동과 재배치가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독일의 대중국 투자는 2024년 초까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중국 현지 시장을 겨냥한 생산 투자도 이어졌다. 기업들은 공급망을 재편하며 지역별 역할을 다시 설정하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이 독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섰고, 독일은 인도와의 교역 확대와 숙련 인력 유치도 병행하고 있다. 생산 거점이 해외로 이동하더라도, 관련 서비스와 운영 인력은 국내에 남는 구조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 정책 역시 제조 기반의 해외 이전과 국내 서비스 고용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을 전제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제조업 인력이 곧바로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로 이동한다는 인식은 실제 흐름과 거리가 있다. 독일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 이후 공장에서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의 약 절반은 서비스 부문에서 제조 성격을 지닌 직무로 다시 나타났다. 제조업 기업을 떠난 노동자의 약 60%는 물류, 장비 관리, 기술 지원 등 기존 숙련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로 이동했다. 산업 일자리는 소멸되기보다 형태를 바꿔 이전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환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은 노조 협약과 높은 생산성으로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별도의 대응이 없을 경우 직종 이동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는 소득 감소를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서비스 일자리가 본질적으로 저임금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독일 GDP의 약 70%는 이미 서비스에서 창출되고 있으나, 생산성 개선 속도는 주요 선진국보다 더디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생산성이 일정 수준만 개선돼도 제조업 감소에 따른 성장 공백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 개혁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이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 직무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주: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는 모든 집단에서 소득 감소가 나타나며, 특히 서비스 부문 내 다른 서비스 직무로 이동한 경우 소득 손실이 가장 오래 지속된다. 이는 임금 보전 장치와 표적화된 재교육이 필요함을 뒷받침한다.
서비스 전환의 핵심은 산업 기술 활용
서비스 부문 전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력 수급이다. 독일은 보건의료와 IT 등 핵심 서비스 분야에서 구조적인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간호는 현재 수요가 가장 큰 직종으로 꼽히며, IT 부문 역시 2030년대까지 인력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돌봄 서비스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과 재정 지원이 뒷받침될 경우 이들 분야는 제조업 이탈 인력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
이민 정책은 보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일은 숙련 인력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구직 비자 제도를 도입했고, 서발칸 지역 인력 쿼터도 연간 5만 건으로 늘렸다. 그러나 전환의 중심은 국내 노동력이다.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을 단기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교육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계·설비 분야의 숙련은 자동화와 장비 관리 등 서비스 기반 직무로 이전될 수 있다. 정부 지원 역시 재교육 이후의 임금 수준과 취업 성과를 기준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규제 환경도 전환 속도를 좌우한다. 서비스 산업은 사업 진입과 디지털 활용이 수월할수록 생산성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일부 분야에서는 복잡한 규제가 시장을 분절시키고 기업 부담을 키우고 있다.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역별로 나뉜 규정을 정비할 경우 서비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서비스 부문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제조업 전반의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환을 제도화하는 10년 로드맵
출발점은 현재의 노동자다. 서비스 부문 중심의 고용 확대는 이미 진행 중이며, 과제는 이 흐름을 안정적으로 제도화하는 데 있다. 2035년까지 공장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6개월 안에 기존 기술에 맞는 서비스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금 격차는 일정 기간 보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주요 기업과 산업 단체가 참여하는 지역 전환 허브를 구축해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고, 기존 숙련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재원은 연방 정부와 지역이 공동으로 부담하되, 취업률과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
정책 역량은 수요가 분명한 분야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와 돌봄 서비스는 숙련 체계를 보완할 경우 대규모 인력 흡수가 가능하다. 제조 현장에서 쌓은 경험은 병원과 공공시설의 운영·관리 분야로 비교적 원활하게 이전될 수 있다. IT 인력 부족은 중견기업의 보안과 데이터 관리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단기 교육과 채용 연계를 결합하면 생산 설비 관리자는 공장 운영 안정성 담당자나 기업용 소프트웨어 지원 직무로 전환할 수 있다. 이들 직무는 산업 경험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공공 계약 역시 전환을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대규모 공공사업에는 현장 교육과 숙련 과정 참여를 조건으로 포함하고, 제조업 이탈 인력 채용을 요구하는 조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보상 기준도 사업 완료 여부보다 취업 성과를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 체계 전반의 개편도 불가피하다. 독일의 직업훈련 제도는 강점이지만, 전환 국면에서는 속도와 유연성이 요구된다. 대학과 직업학교는 단기 자격과 단계별 교육 과정을 확대하고, 성인 학습을 위한 통합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은 교육 이수 이후의 취업 성과를 기준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줄인 기업에는 한시적 부담을 부과하되, 채용과 재교육 목표를 충족한 기업에는 예외를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전환 과정에서 가계와 지역의 부담을 줄이는 장치도 필요하다. 제조업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하면 일정 기간의 임금 보전은 전환 성공의 전제 조건이다. 지역 단위에서는 전직 노동자 취업 연계와 산업 인력을 채용하는 서비스 기업에 대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과거 위기 국면에서 활용했던 단축근무 제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환 속도를 관리할 수 있다.
산업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역할은 변하고 있다. 독일 기업은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사후 관리와 운영 지원 같은 서비스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수익 구조와 산출을 함께 개선하는 방향이다. 정책 역시 설비 투자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서비스 전환을 포함한 구조 변화를 뒷받침해야 한다. 산업 통계와 정책 논의도 업종 구분보다 실제 업무 이동을 기준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독일은 교역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개방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전환의 성과가 고용과 소득으로 이어질 때 유지된다. 제조업 감소 이후에도 안정적인 서비스 일자리와 성장 경로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ermany’s Next Factory Is a Classroom: Re-employing Industrial Workers in a Service-Led Econom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