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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조 시장 열린 인도 원전, 기대와 불안 함께 커지는 이유

315조 시장 열린 인도 원전, 기대와 불안 함께 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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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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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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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이후 단계적 개방 시도
전력·용수 인프라 부족 문제 무적
개방 이후에도 행정 리스크 그림자

인도가 60여 년간 유지해 온 원자력 발전 정부 독점 체제를 깨고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전력망 확대라는 장기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만으로는 인프라 확충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인식에서다. 민간 자본과 외부 투자를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가운데, 행정 지연과 인허가 문제 등 인도 시장 특유의 불확실성은 글로벌 자본의 투자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국가 전략 자산 모델로는 확대에 한계

1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 연방의회는 그간 유지돼 온 원전사업 정부 독점제를 파기하고, 국내외 민간업체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원자력법 개정안을 최종 가결했다. 영국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지 100주년을 맞이하는 2047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8.8기가와트(GW) 수준에서 100GW로 늘린다는 목표를 담은 해당 법안은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의 서명을 거친 후 정식 법률로 발효될 예정이다.

인도는 1969년 첫 원자로 가동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 25기의 원자로를 운영해 왔지만, 운용 주체는 국영 인도원자력공사(NPCIL)로 사실상 단일화돼 있었다. 여기에 1984년 보팔 가스누출 사고 이후 강화된 산업·환경 규제와 사고 발생 시 공급자까지 책임을 묻는 독특한 법체계는 외국 기업은 물론 자국 민간 기업의 참여를 원천 차단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 결과 인도는 오는 2032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 63GW를 확보하겠다는 기존 목표조차 달성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방 논의는 2020년대 들어 여러 경로를 통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국가 비전 아래 침체된 원자력 산업을 재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인도 정부 위원회는 원자력 발전 용량을 약 11배로 확대하기 위해 최소 2,130억 달러(약 315조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는데, 이는 국고 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민간 개방 결정은 이러한 재정적 제약을 우회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지로 풀이된다. 

이번 법안이 ‘예고된 개방’으로 정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원자력은 다시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추세다. 일본은 가장 먼저 원전 재가동에 돌입했으며, 한국과 중국, 방글라데시 등도 앞다퉈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나섰다. 인도 역시 석탄 의존도를 낮추고 탈탄소화를 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자력 부문을 더 이상 국가 독점 영역으로만 묶어둘 수 없다는 판단에 도달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AI 시스템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글로벌 환경과 인도의 원자력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고 짚으며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빅테크 자본 유입 전략 

이 같은 원자력 발전 확대 필요성은 글로벌 빅테크의 인도 진출과 맞물리며 당장 해결해야 할 전력·용수 부족이라는 현실적 압박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인도는 이미 AI와 데이터센터 산업에서 ‘잠재 후보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 목적지로 자리 잡았다. 구글은 인도 아다니그룹과 함께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에 15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로 했고, 릴라이언스 역시 브룩필드코퍼레이션·디지털리얼티와 손잡고 110억 달러(16조1,600억원) 규모의 시설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투자 계획이 쏟아지는 속도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확충이 현저히 뒤처진다는 점이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ICRA는 “인도는 전 세계 데이터의 약 20%를 보유하고 있으나, 인프라 병목이 투자 확대의 핵심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실제 맥쿼리리서치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인도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은 약 1.4GW에 불과하며, 5GW가량은 계획 단계에 있다.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자본지출은 서버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최대 450억 달러(약 66조1,400억원)에 달한다. 

전력 수요 증가 속도 역시 정부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는 인도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0.8%에서 2030년 약 2.6%로 세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인도 전체 전력 수요는 연평균 5.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연평균 28%라는 훨씬 가파른 증가세가 전망된다. 이는 석탄·수력·재생에너지 중심의 기존 전력망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는 신호에 가깝다. 여기에 물 문제까지 겹친다. 무디스는 “인도의 1인당 연간 평균 물 가용성이 2021년 1,486㎥에서 2031년 1,367㎥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지점에서 인도 정부가 직면한 한계 또한 명확해진다. 인도는 올해 자본지출 예산을 15조5,000억 루피(약 251조원)로 사상 최대 수준까지 끌어올렸는데, 이 가운데 도로·에너지·도시개발 등 인프라 부문에만 11조2,000억 루피(약 183조원)를 배정했다. 그럼에도 AI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도시 인프라가 동시에 전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 단독으로 발전 설비와 송배전망을 확충하는 데에는 재정·행정적 부담이 과도하다는 평이 우세하다. 전력 불안정이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고, 투자가 막히니 국가 성장 전략도 흔들리는 구조 속에서 인도 정부가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행정 지연 및 이권 개입 가능성 상존

그러나 대대적인 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민간 개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질적 행정 지연과 이권 개입 문제는 투자 판단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지목된다. 인도는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거대한 시장 잠재력과 동시에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안고 있는 국가다. 이 때문에 인도 진출 기업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 역시 개별 산업의 경쟁 구도보다는 중앙정부와 주정부, 지방정부로 겹겹이 얽힌 행정 절차와 인허가 구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투자 실행 단계에서 예측 불가능한 승인 지연과 규제 해석 차이가 절대적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행정 리스크’는 제조업과 에너지,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산업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는 ‘2025 인도 진출 전략’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다수의 한국 기업이 경험한 행정 지연을 근거로 들어 “외국 기업에 대한 엄격한 세무조사 관행과 잦은 규제 변경, 전력과 배수시설 부족이 최대 리스크”라고 짚으면서 “특히 전력 인프라는 주별로 관리 체계와 안정성 기준이 크게 달라 동일 기업이라도 지역에 따라 운영 비용과 위험 편차가 크게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인도의 인프라 미비가 단순히 재정 부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비판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지 확보 및 지역 이해관계 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거래와 이권 개입 가능성이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일례로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추진된 타타그룹의 ‘싱구르(Singur)’ 자동차 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서벵골주에서 토지 수용과 농민 반발, 정치권 개입 등이 맞물리며 결국 구자라트주로 이전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이후 인도에서 대규모 제조·인프라 투자 시 토지·지역 반발 리스크를 상징하는 사례로 반복 인용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도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별개로 투자 집행 속도와 범위를 신중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자력 시장 민간 개방 법안 통과 자체는 분명한 정책 전환이지만, 이를 근거로 단기간에 대규모 프로젝트가 일제히 가동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 역시 인도를 단기 성과 창출 시장이 아닌, 장기 관점에서 관찰하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장으로 분류하는 양상이다. 민간 개방 이후에도 남은 불확실성의 그림자는 인도 시장을 향한 기대와 경계를 동시에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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