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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 카드 꺼낸 한국은행, 환율 대응 범위 넓어졌다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 카드 꺼낸 한국은행, 환율 대응 범위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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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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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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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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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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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안전장치마저 조정 대상
규제 완화, ‘예외’가 갖는 무게
환율 방어 총동원 단계 돌입

한국은행이 금융당국 합동으로 외환건전성 제도 조정안을 내놓은 지 불과 하루 만에 부담금 면제와 지급준비금 완화 등 이례적인 조치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환율 대응 방식에 변화를 드러냈다. 지난 1년여 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달러 유입을 늘리는 데 주력해 왔다면, 최근에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이미 보유한 외화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 또한 옮겨가는 모습이다. 외화 규율을 한시적으로 느슨하게 조정해 외화의 흐름을 바꾸려는 이 같은 조처는 환율 불안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외화 차입 및 운용 부담 최소화

19일 한은은 서울 남대문로 본관에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기관이 외화부채 건전성 관리를 위해 한은에 쌓아둬야 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내년 6월까지 면제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금융기관이 비예금성 외화부채를 조달·보유할 때 일정 비율로 납부해야 하는 제도로, 외화 차입을 억제하고 단기 외화 유출입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작동해 왔다. 이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면 금융기관의 외화 조달 비용이 직접적으로 낮아지고, 외화 차입과 운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시중 외환시장으로 달러가 더 많이 공급될 여지가 생긴다.

한은은 이와 동시에 금융기관이 예치한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은 올해 12월부터 내년 5월까지 적립된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이지만, 실제 이자 지급은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매월 이뤄진다. 금융기관이 고객의 외화 예금 중 일부를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지급준비금 제도는 그간 사실상 무이자로 묶여 있었다. 하지만 초과분에 대한 이자를 제공하겠다는 한은의 결정은 금융기관의 여유 자금은 해외에서 운용하지 않고 국내에 보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자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목표인 연 3.50∼3.75%를 준용해 결정된다. 이 역시 글로벌 달러 금리 환경과의 괴리를 최소화해 금융기관이 기회비용을 이유로 자산을 해외에 묶어 둘 유인을 줄이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한은의 이번 결정은 외화 유동성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시중은행이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외화예금을 유치해 시장에 공급할 가능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행 여부는 은행을 비롯한 각 금융기관에 있는 만큼 실효성이 뒷받침될지는 미지수인 실정이다. 

‘한시적 면제’가 드러낸 위기의 심각성

금융권에서는 “동일한 방식의 조치가 원화 자산에 적용됐다면, 지급준비율 조정 문제부터 통화정책 신뢰도 훼손 논란까지 연쇄적으로 불거졌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외화 부문에서 한시적 예외를 허용했다는 것은 환율 불안이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을 주는 단계로 인식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한은 내부 논의에서도 외화 지급준비금 제도의 법적 근거와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견과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 및 외화예금 증가 환경에서 제도의 운용 방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병존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한은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3개월간 한시 면제한 전례가 있다. 이러한 예외 사례가 재조명되는 상황 역시 관련 규제를 완화할 만큼 현재 환율 상황이 비상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외화 지급준비율은 저축성예금 2%, 요구불예금 5%, 대외계정 등 일부 예외에 대해서도 1%를 적용하는 구조로, 금융기관은 한은이 지정한 통화로 이를 의무 예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권고 수준이 아니라 법에 근거한 강제 규율이라는 점에서 외화 유동성 관리 체계의 가장 바탕에 깔린 장치로 평가된다.

제도의 엄격함은 과거 위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한은은 지난 2007년 7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특정 외화예금에 대한 지급준비금을 법정 비율보다 과소 적립한 금융기관 A에 대해 2018년 약 157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해당 금융기관은 과태료 부과의 법적 성격과 절차, 한은의 권한 등을 문제 삼아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과태료 부과 통보는 한은 총재가 행하는 행정처분이며, 외화예금에 대해서도 원화예금과 동일하게 한국은행법에 근거해 과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은 외화 지급준비금 규제가 재량이 아닌 ‘기속 행위’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외화 유동성 관리가 얼마나 강한 규율 아래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인용된다. 이 때문에 이번 한시적 완화는 한은의 균형추가 ‘제도 안정’보다 ‘시장 유동성 공급’ 쪽으로 크게 이동했음을 드러내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외화 운용까지 동원하지 않으면 환율 안정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짚으며 “(이번 조치는)한은이 동원할 수 있는 외환·통화 정책 수단을 이미 소진한 데 따른 움직임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통화·외환 정책 수단 소진 국면

전날 한은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합동으로 발표한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이 기업과 주요 은행을 향한 달러 잔고 소진 ‘압박’에 가까웠다면, 이번 조치는 쌓아둔 외화를 꺼내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회유’의 메시지로 읽힌다. 18일 금융당국은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제재를 한시 완화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내놓으며 외환 대응의 무게중심이 기존 ‘유입 확대’에서 ‘잔고 활용’으로 이동했음을 분명히 했다. 은행들이 위기 상황을 가정해 달러 자금 대응 여력을 정기적으로 평가받도록 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는 그간 달러의 시중 유통을 제약하는 주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금융당국의 합동 조정안은 국내 은행은 물론 해외 은행과 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 게 특징이다. 구체적으로는 외국계 은행 국내 법인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75%에서 200%로 상향했다. 외화자산에서 외화부채를 뺀 선물환포지션은 그 한도가 커질수록, 은행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달러 물량도 늘어난다. 동시에 수출기업에 대한 원화 용도 외화대출 제한도 완화해 기존의 설비투자 목적을 넘어 인건비·원자재 대금 등 국내 운전자금으로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은행과 기업이 보유한 외화를 굳이 해외로 이동시키지 않고 국내에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에서다. 

이러한 접근은 1년 전과 비교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 머물렀을 당시 정부는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 외화대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외화 유입 경로를 넓히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당시 국내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자기자본 대비 50%에서 75%로,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은 250%에서 375%로 확대됐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한도 역시 500억 달러(약 73조8,000억원)에서 650억 달러(약 96조원)로 늘려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완충 장치로 활용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정책의 핵심이 달러 유입 확대에 있음을 드러낸다. 

반면 이번 합동 조정안과 한은의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 조치는 이미 금융권에 축적된 외화를 활용할 방안으로 질문의 초점이 이동했다. 이는 외환 대응의 단계가 한 단계 진전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금융권 역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환율 상승 국면에서 외화 자산과 부채의 가치 변동성 또한 커진 탓이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풀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단기 변동성 완화에는 일부 기여할 수 있지만, 자율적 판단에 기댄 구조에서는 중장기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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