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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발 에너지 쇼크에 손잡은 한·일, 동남아까지 확장해 대형 경제 블록 구축

이란전쟁발 에너지 쇼크에 손잡은 한·일, 동남아까지 확장해 대형 경제 블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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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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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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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한·일 에너지 안보 공조 강화
동남아 공동 조달·비축 체계 확대 통한 중국 견제 의도
중국 저가 공급망 균열에 한·일 석화산업 회복 국면 진입

이란 전쟁 장기화가 동아시아 에너지 공급망의 균열을 정면으로 흔드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중동발 충격을 최소화하는 공동 방어선 마련에 나섰다. 양국의 이번 공조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로 촉발된 자원 수급 리스크를 공동으로 분산하겠다는 단기적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나아가 이는 이란 전쟁을 틈타 동남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에 맞서 역내 에너지 블록을 형성하려는 거시적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원유·석유 제품 및 LNG 스와프 추진

19일 산업통상부는 이날 경북 안동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경제산업성과 에너지 안보 및 공급망 회복력 협력 강화 방안을 담은 공동 협력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우선 원유와 석유제품 분야에서 한쪽에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물량을 서로 융통하는 스와프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수급 위기 때 불필요한 수출 제한 조치를 자제하고, 원유 조달과 운송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주요 자원 생산국과의 협상력과 물류 안정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일본에선 이를 통해 정제 분야 강점을 가진 한국의 항공유 등을 안정적으로 융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도 강화된다. 각각 세계 3위와 2위 LNG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은 지난 3월 14일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에너지 기업 JERA가 체결한 'LNG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토대로 수급 안정 협력 관계를 한층 발전시키기로 했다. 핵심 산업 공급망 대응 체계도 정교화한다. 양국 정부는 지난 3월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이 체결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공급망 회복력 분야 협력을 확대한다.

협력 범위는 아시아 전역으로 넓어진다. 양국은 일본이 제안한 '아시아 에너지·자원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을 통해 비축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산업부와 경제산업성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양측 고위급 인사가 참여하는 '한일 산업통상정책대화(Industry and Trade Policy Dialogue)'를 출범하고 정부 간 논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中, 에너지 협력 앞세워 동남아서 영향력 확대

한국과 일본의 원유·LNG 협력 확대는 유가 폭등과 수급 불균형이라는 미증유의 대외 악재 속에서 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기제로 평가된다. 양국의 취약성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한국은 정유·석유화학·제조업 전반이 안정적 원유 수입에 깊게 묶여 있고, 일본 역시 전력·산업 기반의 상당 부분을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LNG와 원유를 각각 조달하는 체계에서는 공급국과 트레이더가 가격 결정력을 쥐기 쉽다. 반면 양국이 수요를 묶고 장기 구매 물량을 제시하면 미국과 같은 대체 공급국 입장에서도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구매국과 공급국의 리스크를 동시에 낮추는 조달 질서와도 직결된다.

양국이 에너지 협력에 속도를 내는 또 다른 배경에는 동남아시아를 둘러싼 중국의 선제적 움직임도 자리한다. 중국은 이란 전쟁이 시작되자 석유제품 수출을 부분적으로 제한했고, 중국이 공급하는 항공유·휘발유·경유에 의존해 온 동남아 각국은 중국에 수출 제한 완화를 잇달아 요청했다. 베트남은 항공유 확보를 위해 중국에 협조를 구했고, 필리핀은 비료 수출을 제한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중국은 필리핀과 호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과 잇달아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며 에너지 안보 협력 의지를 부각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재생에너지 기술과 관련 인프라 협력도 함께 제안하며 장기적인 영향력 확대 기반도 다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지만 대규모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태양광·풍력·전기차·스마트그리드 등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 지점에서 한·일 협력은 양자 차원의 에너지 안보를 역내 지원 구상으로 확장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일본이 독자적으로 동남아에 손을 내밀 경우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직접 충돌하는 부담이 커지지만, 한국을 포함한 공동 대응 방식은 정치적 부담을 낮추면서도 공급망 협력의 외연을 넓히는 효과를 낸다. 여기에 동남아까지 포함한 공동 조달 체계가 가시화되면 파급력은 훨씬 커진다. LNG는 대형 구매 컨소시엄을 통해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원유·석유제품은 비축과 운송망 연계를 통해 위기 대응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팜유 등 전략 원자재 조달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역내 협력 모델이 가능하다.

이에 한·일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석유 비축 능력이 취약한 동남아 국가들의 체제 정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시아 기업이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조달할 때 국제협력은행(JBIC)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 지원과 더불어 비축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술 지원에도 함께 나선다. 의료물자 등의 원료인 석유제품 나프타(조제 휘발유)는 세계적으로 조달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물자 공급원인 동남아 각국에 원유를 지원해 물자 확보까지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일 양국은 똑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중동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처지다. 마찬가지로 원유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동남아 국가들을 함께 지원함으로써 아시아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저가 원유 효과 약화, 한·일 석화업계 회복 조짐

양국 협력의 이해관계는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맞물린다. 한국과 일본 모두 중동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구조를 가진 만큼, 스와프 체계만으로 공급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양국이 동시에 공급 충격을 받는 상황에서 한쪽의 여유 물량이 다른 한쪽의 위기를 충분히 메워주는 구조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동안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기반으로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의 가격 질서를 사실상 주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에너지 협력은 한·일 양국 입장에서 중국 중심으로 기울었던 시장 구도에 균열을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원가 우위는 이란 전쟁 장기화와 제재 리스크 확대 속에서 예전만큼 공고하게 유지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은 그동안 서방 제재로 판로가 좁아진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흡수하며 수입 비용을 낮춰 왔고, 이 같은 할인 원유는 산둥성 독립계 정유사와 중국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가격 경쟁력을 떠받치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실제 중국은 이란산 해상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사들이는 최대 수요처로, 할인 원유 조달은 중국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아시아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핵심 배경이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 구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전쟁 프리미엄이 원유 가격과 운송비, 보험료를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중국 독립계 정유사들의 마진이 빠르게 압박받고 있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화는 이란산 원유 거래에 결제·물류·제재 비용을 덧씌우고 있다. 할인 원유를 기반으로 버텨온 중국식 저가 공급 모델이 가격 상승과 제재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는 구조로 바뀌면서, 한국과 일본 석유화학 기업을 장기간 짓눌러온 중국발 가격 압력도 일부 완화될 여지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유·석유화학 기업에는 래깅 효과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래깅 효과는 원유를 매입한 시점과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시점 사이의 가격 차이로 손익이 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가 빠르게 오를 때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확보한 원유를 투입해 더 높은 가격의 석유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데, 이 시차가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동발 공급 불안이 장기화되며 항공유·경유·나프타 등 석유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경우, 그간 구조조정 압박에 몰렸던 한국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 부담도 단기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도 같은 이해관계 위에 서 있다. 일본 석유화학 업계 역시 중국의 증설과 범용 제품 공급 과잉, 나프타 가격 변동성에 눌려 낮은 가동률과 수익성 악화를 겪어 왔다. 한국과 일본이 동남아 원유 조달 지원과 공동 구매 체계를 함께 추진하는 배경에는 역내 영향력 확대라는 외교적 계산과 함께, 중국의 저가 공급망에 맞서 자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과 판매 기반을 되살리려는 산업적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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