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발행 이어 사모펀드 자본까지” 블랙스톤과 AI 클라우드 기업 설립한 구글, 자금 압박 현실화
“채권 발행 이어 사모펀드 자본까지” 블랙스톤과 AI 클라우드 기업 설립한 구글, 자금 압박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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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수요 폭증 속 인프라 투자 부담 급등 블랙스톤 50억 달러 출자, 과반 지분 보유 자체 자본 한계 드러낸 알파벳의 외부 자본 의존 확대

구글과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합작사 설립에 나선다. 구글이 자체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외부 시장에 본격 공급하면서 엔비디아 중심의 AI 인프라 시장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이번 합작은 구글이 막대한 AI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 속에서 PEF 자본까지 끌어들일 만큼 자금 압박이 커졌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알파벳은 최근 100년 만기 채권과 엔화 표시 채권 발행까지 추진하며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상태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AI 서버·클라우드 증설 경쟁이 급격히 격화하면서, 자체 현금흐름만으로는 인프라 확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다.
블랙스톤, 구글 경영 지분 과반 확보
1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과 블랙스톤이 미국 내 AI 클라우드 회사를 공동 설립한다고 보도했다. 합작법인은 블랙스톤이 초기 자본금으로 50억 달러(약 7조5,000억원)를 투입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예정이다. 구글은 합작사에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TPU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합작사 최고경영자(CEO)에는 구글에서 사이트 안정성 엔지니어링(SRE) 분야를 오랫동안 이끈 벤저민 트레이너 슬로스가 내정됐다.
합작법인은 현재 AI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는 코어위브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칩을 기반으로 오픈AI·앤스로픽 등 주요 AI 기업에 컴퓨팅 인프라를 공급하고 있다. 구글-블랙스톤 연합은 TPU를 무기로 이 시장을 흔들겠다는 구상이다. 목표 용량은 2027년까지 500메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중형 도시 하나가 쓰는 전력에 맞먹는 규모로, 이후 단계적으로 용량을 확대해 대규모 AI 연산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작의 핵심은 구글의 TPU 상용화 확대다. TPU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전용 반도체로, 그동안은 검색·유튜브·제미나이 등 구글 내부 서비스를 돌리는 데 주로 쓰였지만, 이번 합작사를 통해 외부 AI 기업에 본격 공급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구글은 최근 TPU 외부 공급 계약을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과 잇달아 체결해 왔다. 블랙스톤과의 합작은 TPU 공급을 넘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함께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AI 클라우드 시장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주요 AI 기업은 엔비디아 GPU 기반 AI 클라우드 회사를 통해 컴퓨팅 자원을 조달한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확산된 이후 GPU 공급 부족과 비용 급등이 이어지면서 대체 칩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구글은 TPU를 통해 시장의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블랙스톤도 AI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이후 데이터센터 기업 QTS와 에어트렁크를 잇달아 인수했고 코어위브와 앤스로픽, 오픈AI 등 AI 밸류체인 주요 기업에도 투자해 왔다.

구글 클라우드 급팽창, 인프라 투자 전면전 돌입
구글이 공격적인 외부 자본 유치에 나선 배경에는 클라우드 사업의 급성장과 AI 인프라 투자 부담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알파벳의 클라우드 부문은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최근 실적에서 가장 강한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알파벳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1,099억 달러(약 163조원)을 거뒀는데, 특히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난 200억 달러(약 30조원)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수주잔고도 전 분기 2,400억 달러(약 361조원)에서 4,600억 달러(약 693조원)로 증가했다. 시장은 향후 2년 내 이 중 절반가량이 매출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수요 증가 속도가 인프라 확충 속도를 압도한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서버, 네트워크 장비, AI 가속기 확보가 클라우드 기업의 성장 상한선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클라우드 매출이 늘수록 선제 투자가 더 커지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는 기존 클라우드와 자본집약도 자체가 다르다. 과거 클라우드 사업은 범용 서버 증설만으로도 일정 수준 수요 대응이 가능했지만, AI 클라우드는 GPU 클러스터와 초고속 네트워크를 하나의 집적형 구조로 구축해야 한다.
구글은 자체 TPU를 보유한 몇 안 되는 빅테크 기업이지만, 칩 설계 역량만으로 인프라 병목을 해소할 수 없다. 실제 서비스 확장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부지, 전력 조달, 냉각 설비, 서버 랙, 장기 고객 계약, 막대한 선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이미 구글은 AI 인프라 투자 부담이 급격히 확대되는 국면에 진입했다. 알파벳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연간 설비투자(CAPEX) 전망치를 750억 달러(약 113조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상당 부분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불과 2년 전 대비 수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앤스로픽이 구글 클라우드와 TPU 사용을 확대하며 복수 기가와트 규모의 TPU 용량을 확보하기로 한 점도 구글의 부담을 키운 요소다. 대형 AI 연구소와 기업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는 실제 가동 가능한 연산 용량을 제시해야 한다.
AI 투자 부담 커진 구글, 사무라이 본드 이어 PEF 자본까지 의존
이 같은 압박은 자본 조달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알파벳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일본 엔화 표시 채권(일명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발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천억 엔(수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엔화 표시 회사채는 일본 내 투자자뿐 아니라 글로벌 기관 투자자까지 겨냥한 ‘글로벌 엔화채’ 형태로 발행된다. 주관사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미즈호, 모건스탠리로, 현재 미국 내 투자자 수요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달 안으로 발행 조건을 결정할 예정이다.
초대형 기술기업인 알파벳이 일본 채권시장까지 활용한 것은 AI 인프라 투자 부담의 크기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알파벳은 이달 초에도 유로 채권(90억 유로·약 15조7,000억원)과 캐나다 달러 채권(85억 캐나다 달러·약 9조3,000억원)을 발행해 170억 달러(약 25조원)를 조달했다. 알파벳은 달러보다 금리가 낮은 해외 채권을 대량 발행해 이자 비용을 낮추고 글로벌 자금 시장을 다변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내부 현금흐름만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칩 생태계 확장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블랙스톤의 50억 달러 지분 투자 역시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구글이 지분을 나누면서까지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에 나선 것은 AI 투자 경쟁이 재무전략 전반을 압박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통상적인 자금조달 순서를 보면 내부 현금, 차입, 채권 발행이 먼저 쓰이고, 지분성 자본 유치는 가장 부담이 큰 선택지로 남는다. 금융권에서 말하는 ‘페킹 오더(Pecking Order)’ 이론이다.
기업 입장에서 현금 소진과 부채 조달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만기 상환이 가능하고 경영권 희석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성 자본 유치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외부 투자자는 회사 이익과 자산 가치 상승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향후 배당 부담이 발생하고, 전략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이해관계가 개입된다. 더군다나 블랙스톤과 같은 PEF 자금은 일정 기간 이후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전제로 움직인다. 장기 보유 목적의 전략적 투자자(SI)보다 사실상 고금리 자본에 가깝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구글이 외부 자본과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은, 자체 조달 능력만으로는 AI 인프라 확장 속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