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히어로 최대주주 등극한 우버, 배달 플랫폼 합종연횡 속 글로벌 팽창 전략 본격화
딜리버리히어로 최대주주 등극한 우버, 배달 플랫폼 합종연횡 속 글로벌 팽창 전략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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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7%→19.5%까지 DH 지분율 확대 한국·동남아 패배 경험한 우버의 전략 강화 AI·로봇배송 중심 글로벌 배달 패권 경쟁 치열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Uber)가 독일의 배달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흡수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번 지분 확충은 재무적 투자를 넘어 경쟁사들의 글로벌 동맹에 대응하고 아시아·유럽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버가 한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배달앱 시장에서 확장 한계를 드러낸 반면, 딜리버리히어로는 유럽·중동·아시아 전역에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과 자율주행 배송로봇 경쟁까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배달 플랫폼 업계는 물류·자동화 인프라 중심의 생존 경쟁 국면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우버, 딜리버리히어로 지분 19.5% 확보
1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우버는 전날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을 기존 약 7%에서 19.5%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딜리버리히어로 지분 5.6%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옵션도 확보했다. 우버는 지난 4월 딜리버리히어로 최대주주인 남아공계 투자기업 프로서스(Prosus)로부터 3억1,800만 달러(약 4,8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하며 7%까지 지분을 끌어올렸다. 이번 추가 매입으로 우버는 단숨에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섰다.
우버는 별도 성명에서 향후 보유 지분이 3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추가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딜리버리히어로의 18일 공시에 따르면 우버는 “향후 12개월 이내 의결권을 추가 취득하거나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발행회사 의결권 30% 이상을 취득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독일 규정상 의결권을 30% 이상 보유하면 다른 주주에 대한 공개매수 의무가 발생할 수 있어 보유 한도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거래는 유럽 규제당국의 반독점 압박 속에서 성사됐다. 프로서스는 또 다른 배달 플랫폼인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 인수를 승인받는 조건으로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을 대거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프로서스의 강제 매각 시한이 도래하자 우버는 이를 자사 영토 확장의 결정적 기회로 판단해 지난달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을 블록딜로 인수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지분율을 19.5%까지 끌어올리는 기민함을 보였다. 유럽 규제 리스크가 글로벌 배달 플랫폼 산업의 지분 구조를 재편하는 촉매로 작용한 셈이다.
배민·그랩에 밀린 우버, 딜리버리히어로로 반전 시도
시장에서는 우버의 이번 움직임을 단순 재무투자로 보지 않는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푸드판다(Foodpanda), 글로보(Glovo), 탈라밧(Talabat) 등 유럽·중동·아시아 전역에 걸친 거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우버 입장에서는 독자 확장에 한계를 드러낸 지역을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다. 특히 유럽에서 도어대시(DoorDash) 산하 월트(Wolt)가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우버는 더 이상 미국 시장 우위만으로는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실제 우버이츠는 미국·일본 등 일부 시장에서는 강력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과 동남아에서는 반복적으로 확장 한계를 드러냈다. 일례로 9년 전 일본에 진출한 우버이츠는 일본 시장에서 현지화에 성공하며 7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달성해, 글로벌 플랫폼 업계에서 성공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쿠팡을 포함해 한국 배달업체의 시장 진입도 잇따랐으나 모두 경쟁에서 밀려나 현재 사업을 철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진출 2년 만인 2019년 사업을 철수했다. 우버이츠는 공격적인 할인 정책과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섰으나, 배달의민족 중심으로 이미 고착화된 국내 배달 생태계를 돌파하지 못한 채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로이터통신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외신은 한국 배달앱 시장을 “세계에서 경쟁 강도가 가장 높은 시장 중 하나”로 평가했고, 업계에서는 초고속 배달 문화와 지역 음식점 네트워크, 높은 소비자 충성도가 우버의 표준화 전략을 무력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남아 역시 우버에는 뼈아픈 시장이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그랩(Grab) 중심의 슈퍼앱 생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싱가포르 시장조사업체 모멘텀웍스에 따르면, 그랩은 동남아 음식배달 시장에서 총거래액(GMV) 기준 55%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압도적 1위를 이어가고 있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 등 핵심 국가에서는 슈퍼앱 생태계를 기반으로 음식배달·모빌리티·핀테크를 결합한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우버가 2018년 동남아 사업을 그랩에 내준 이후 지역 내 경쟁 강도 자체가 급격히 낮아졌고, 최근에는 대만 푸드판다 사업 인수까지 추진하며 영향력을 동남아 밖으로까지 확대하는 양상이다.

무인 배송 경쟁 본격화, 최종 승부처는 기술력
더욱이 글로벌 배달 플랫폼 시장은 이미 합종연횡을 통한 재편기에 들어섰다. 도어대시는 지난해 유럽의 강자인 영국 딜리버루(Deliveroo) 인수를 완료하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중동 거점을 확대하고 있고, 프로서스는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 인수를 추진하면서 유럽 배달 시장 지형을 흔들고 있다. 우버의 딜리버리히어로 지분 확대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 촘촘한 라스트마일(소비자에게 가는 최종 배송 단계) 망을 보유한 딜리버리히어로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글로벌 물류·배달 패권 사업자로 체급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플랫폼 재편 경쟁의 최종 승부가 기술력 투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라이더 확보와 할인 경쟁이 시장 점유율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AI 배차 시스템과 로봇배송 기술 확보 여부가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유럽에서는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가 스위스 로봇 기업 리버(RIVR)와 협력해 취리히에서 자율주행 배송로봇 실증에 돌입했고, 향후 유럽 주요 도시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로봇은 계단과 턱을 오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적용해 도심 밀집 지역 배송 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어대시를 중심으로 자동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도어대시는 최근 자율주행 배송과 AI 기반 통합 물류 플랫폼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했고, 월트까지 포함한 글로벌 기술 인프라 통합 작업에도 착수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랩은 최근 중국 AI 배송로봇 기업 인퍼무브(Infermove)를 인수하며 자동화 역량 강화에 나섰고, 알리바바·메이퇀 등 중국 플랫폼 기업들도 무인 배송 상용화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버이츠 역시 서브 로보틱스(Serve Robotics)와 알파벳 산하 웨이모(Waymo) 등과 협력해 무인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아브라이드(Avride)와 협력해 필라델피아 도심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필라델피아 센터시티에 투입된 배달 로봇은 여러 대의 라이다(LiDAR) 센서와 카메라, 초음파 센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인식 시스템을 통해 보행자와 반려동물을 밀리미터(mm) 단위로 인식해 회피하며, 고정밀 지도(HD Map)를 기반으로 보도의 턱이나 신호등 위치를 미리 학습해 경로 이탈 없이 최단 거리로 주행한다. 우버이츠 측은 로봇 배달 이용객에게는 별도의 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용자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