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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립 속도 붙은 中, 첨단 D램도 양산 “韓 기술 턱밑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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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모듈 업체, CXMT칩 사용한 DDR5 판매
韓 메모리 업계, 4년 만에 DDR5 추격 허용
삼성전자·SK하이닉스 타격 불가피
중국 저장장치 제조사 킹뱅크의 DDR5 판매 페이지에 '국산(중국) 메모리, 거침없는 혁신으로 앞으로 나아가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킹뱅크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발 저가 공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첨단 제품 개발에도 중국이 박차를 가하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대표적이다. CXMT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첨단 D램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 밀어내기에 이어 중국의 발빠른 기술 추격에 국내 기업들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中서 첨단 D램 'DDR5' 온라인 출시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저장장치 제조사 킹뱅크(KIngbank)와 글로웨이(Gloway)는 17일부터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32GB(기가바이트) 용량의 DDR5 D램 판매를 시작했다. 16G 용량 2개가 한 세트인 이 제품의 예약 구매 가격은 499위안(약 9만8,000원)이다.

킹뱅크와 글로웨이는 메모리 업체에서 D램을 구매해 PC나 서버에 꽂을 수 있도록 패키징(조립)을 하는 곳이다. 두 제조사 모두 공급업체와 제작 공정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상품 설명에 ‘국산 DDR5칩’이라고 기재했다. 이들 업체가 내놓은 광고 속에도 ‘중국산 칩, 거침없는 기세’라거나 ‘중국산 DDR5 칩을 넣은 D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CXMT가 DDR5 양산에 성공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 CXMT는 이미 중국 최초로 고성능 모바일 D램인 LP(저전력)DDR5 생산을 시작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성능 측면의 비교는 어렵겠지만, 중국산 첨단 D램의 등장 자체만을 놓고 보면 미국의 제재 속 중국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中 공세에 이미 DDR4 가격 폭락

현재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위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 3위 마이크론으로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70%가량으로 압도적이지만, 중국이 범용 D램에서 저가공세를 펼치며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미 중국이 DDR4의 대량 생산에 돌입하면서 D램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급격히 하락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페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넉 달 새 35.7%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가격은 전달보다 20.59% 급락해 올해 들어 낙폭이 가장 컸다. 여기엔 IT 기기 수요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중국 D램 제조사의 생산능력 확대가 D램 가격 하락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CXMT와 푸젠진화(JHICC)는 DDR4 8Gb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에 팔아치우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게임 체인저로 부상

이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DDR4에 머물렀던 중국 업체들이 시장 주류가 된 고부가 제품 DDR5 생산에도 나선 것을 두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DDR4 같은 범용 제품에서 나타난 가격 하락세가 DDR5로도 빠르게 번질 수 있고,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뺏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추격 속도다. 업계에선 대규모 정부 지원금의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도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비등하다. 실제 CXMT는 지난 2019년 중국 최초의 DDR4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는데, 한국 업체들보다 6년 늦었지만 올해 들어 급격하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이어 DDR5는 불과 4년 만에 추격에 성공했다. DDR5는 SK하이닉스가 2020년 세계 최초로 제품을 출시한 제품이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당장 국내 기업의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니라는 업계의 평가가 무색하게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이에 메모리 업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 제품과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고, 글로벌 IT업계 내에서는 TSMC의 경쟁사는 삼성이 아닌 중국 업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CXMT가 DDR4에 이어 DDR5 생산 능력을 확대할 경우, 세계 최대 메모리 시장인 중국 시장이 자국 업체 제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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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이 발목 잡았다" 세종텔레콤, 알뜰폰 '스노우맨' 매각 검토

"수익성이 발목 잡았다" 세종텔레콤, 알뜰폰 '스노우맨' 매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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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텔레콤, 알뜰폰 사업에서 발 뺀다
"풀MVNO 만든다더니" 정부 알뜰폰 지원 공회전
KB국민은행·토스 등 거대 사업자 영향력 커지나
세종텔레콤의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사진=세종텔레콤

세종텔레콤이 알뜰폰(MVNO)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급격한 실적 악화로 재무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알뜰폰 부문을 정리해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알뜰폰 시장 육성 노력이 관련 업계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종텔레콤, 알뜰폰 시장서 발 뺀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종텔레콤은 2012년부터 운영해 온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당초 자회사 온세텔레콤을 통해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으며, 2015년 조직 개편을 통해 통신사업부를 통합 운영해 왔다.

세종텔레콤이 알뜰폰 사업 매각을 결정한 배경에는 '경영 실적 악화'가 있다. 세종텔레콤은 올해 상반기에만 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전체 영업손실(31억원)을 눈에 띄게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알뜰폰 부문이 기록한 매출은 23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에 불과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세종텔레콤이 수익성이 낮은 알뜰폰 부문을 매각하고 신사업 분야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스노우맨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알뜰폰 브랜드 '아이즈모바일' 운영사 아이즈비전이 거론된다. 현재 아이즈비전은 약 2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아이즈비전은 스노우맨의 가입자(17만 명)를 흡수하며 약 4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세종텔레콤은 "MVNO 사업 부문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는 다각도로 검토하고 협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계약 체결 전이며, 성사되더라도 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며 "당사 이용자뿐 아니라 타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섣부른 추측은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길 잃은 정부의 알뜰폰 육성 방안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알뜰폰 육성 정책이 세종텔레콤을 비롯한 알뜰폰 업체들의 위기를 가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통해 자체 전산 설비를 갖춘 풀MVNO 사업자를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뜰폰 업체가 이동통신 3사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현재 시장 구조로는 업계의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는 현재 통신사가 설계한 요금제를 단순 재판매하고 있는데, 자체 과금 및 영업 전산 설비를 갖추게 되면 독자 상품 설계가 가능해진다"며 "이통 3사와 같이 제휴·결합 할인을 통해 이용자를 모을 수도 있고, 청구·수납 대행 비용을 절감해 통신 요금을 추가로 인하할 여력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풀MVNO가 되려면 자체 설비 구축을 위한 막대한 투자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현재 알뜰폰 시장 내에 그만한 투자 여력을 갖춘 사업자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세종텔레콤은 앞서 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 주최 풀MVNO 육성을 위한 규제 개선 회의에 참여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피력했으나, 재무 상황 악화로 인해 풀MVNO 사업에 뛰어들기는커녕 알뜰폰 사업 자체를 매각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정책 실현을 위한 정부 노력도 부족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풀MVNO 사업자에게 필요한 매출 수준이 산출된 바 없으며, 풀MVNO 출현을 위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가면서 이에 대해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정부가 지원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들의 기초적인 데이터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알뜰폰 업계가) 어느 정도 어려운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홍보 이미지/자료=KB국민은행

은행·플랫폼사, 업계 주축 될까

업계 한편에서는 정부 지원이 강화되지 않을 경우 은행, 플랫폼 기업 등을 중심으로 알뜰폴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시점 금융권 알뜰폰 사업의 대표 주자는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사업 특례로 알뜰폰 '리브엠'을 선보이고, 통신과 금융 서비스의 결합에 힘을 쏟아 왔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분야를 연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었다.

실제 은행은 통신 사업 진출을 통해 고객의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금융상품과 연계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통신사는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한 고객 이동 정보, 통신비 납부 내역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은행은 이를 소비 패턴 분석과 신용점수 측정 등에 활용하며 금융 상품 판매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짚었다.

토스나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도 알뜰폰 시장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통신 서비스와 여타 자사 서비스의 연계를 강화해 이용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토스는 토스 앱 내에 통신 서비스 부분을 배치해 토스의 다른 서비스들과 알뜰폰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스테이지파이브’를 앞세워 자체 금융 서비스와 통신 서비스의 결합을 노렸다. 카카오페이 내에 ‘통신, 로밍 메뉴’를 신설하고, 통신, 로밍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카카오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스테이지파이브 이용자들은 알뜰폰 서비스뿐만 아니라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된다. 다만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개편으로 최대주주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서 임직원 참여 투자조합으로 교체됐고, 이후 지배력 요건 해제 및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끝에 카카오와 계열 분리가 완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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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재직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 고정성 요건 폐기

대법원 "재직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 고정성 요건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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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례 변경
고정성 기준, 통상임금 범위 부당하게 축소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회사 재직 여부나 근무 일수 등의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은 11년 전 전합 판결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에 대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의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고정성' 기준, 근로기준법 등에 규정된 바 없어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두 건의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통상임금의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내용으로 판례를 변경하고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에 관한 판단기준을 재정립했다. 13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2013년 전합 판결 후 11년 만에 통상임금의 '고정성' 개념을 폐지하고, 통상임금의 본질인 소정 근로의 대가성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으로 규정한다. 11년 전 전합 판결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이때 '고정성'이란 고정적으로, 사전 확정적으로 지급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 따라서 회사 재직 여부 같은 조건이 붙어있으면 고정성이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전합은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적용해 왔던 고정성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이자 강행적 개념이므로 법령의 정의에 충실하면서도 당사자가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고정성은 통상임금에 관한 정의 규정인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전합은 "법적 근거 없이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요구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킨다"며 "이는 재직 조건 등의 지급조건을 부가해 쉽게 그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통상임금의 강행성이 잠탈됐다"고 판시했다.

2013년부터 적용된 통상임금 판단 기준/출처=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실근로가 아닌 소정 근로 대가로 봐야

이번 판결에서는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면서 '소정 근로 대가성' 개념도 제시했다. 전합은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재직 조건이 부가됐다는 사정만으로 소정 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며 "통상임금이 전제하는 근로자는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과급은 통상임금성이 부정됐다. 대법원은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일정한 업무 성과나 평가 결과를 충족해야만 지급된다"며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소정 근로 대가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근무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 지급분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를 위해 새로운 법리는 이날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도 이 사건과 이 판결 선고 시점에 이 판결이 변경하는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돼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퉈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들인 병행 사건으로 한정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사안으로, 임금 지급에 관한 수많은 집단적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종전 판례 법리에 대한 신뢰보호가 필요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보 재판은 상고 기각, 현대차는 파기 환송

이번 판결로 오랜 시간 재계의 이목을 끌어온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차 노사의 임금 청구 소송도 일단락됐다. 두 사건의 골자는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한화생명보험 사건, 2020다247190)와 △'기준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한 경우'에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건을 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현대차 사건, 2023다302838)에 대한 것으로 이날 전합은 한화생명보험 사건은 상고 기각하고 현대차 사건은 파기환송했다.

한화생명보험 사건은 원고가 회사를 상대로 재직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상임금에 산입해 재산정한 시간 외 근무수당의 차액을 청구한 사건으로 항소심에서는 "정기상여금에 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현대차 사건에서는 근로자 측이 '15일 미만 근무 시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이를 산입해 재산정한 연장근로수당 등의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항소심은 현대차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재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내고 "사용자에게 연장, 휴일, 야간노동에 대한 추가할증 지급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고질적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관행을 해체하는 한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연간 6조8,000억원의 인건비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노사 합의를 통해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킬 부분과 성과를 반영한 성과급으로 재편성해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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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대 불법 공매도 '바클레이스'에 과징금 고작 137억, 역대급 과징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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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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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스 과징금 700억→137억으로
당초 금감원 제시 과징금보다 대폭 경감
당국 "결제 불이행 없었던 점 감안"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와 씨티가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로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다만 앞서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과징금보다는 낮은 금액이다.

증선위, 외국계 IB 과징금 부과 조치 의결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17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500억원대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적발된 바클레이스에 136억7,000만원, 씨티에 47억2,0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과장금 부과 사유는 불법 공매도로, 두 IB는 공매도 이후 주식을 빌리는 ‘사후 차입’ 방식으로 공매도를 한 것으로 적발됐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 갚으며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이때 주식을 아예 안 빌리거나, 빌린 것보다 더 많이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공매도자가 실제 주식을 소유하지 않아 결제 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불법 공매도 놀이터 된 한국

우리나라에서 불법 공매도가 활개치게 된 배경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자리한다. 현행법은 주식을 빌리거나 발행예정 주식을 미리 사두는 식으로 물량을 확보한 경우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한다. 하지만 홍콩에 소재한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IB들은 주식을 미리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차입이 가능한 수량만큼 잔고를 부풀려 더 많은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했다. 이 중 BNP파리바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83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의 불법 공매도 역시 이와 유사한 행태였다. 직원 개인이 국내외 기관이나 감독자의 승인 없이도 마음대로 주식 차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고, 이를 이용해 이틀간 주식 차입 없이 156종목, 401억원어치에 대한 매도 주문을 냈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와 공매도 순보유잔액 보고 의무 위반 등을 지적하며 고작 7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당국의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자, 시장에서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금감원 제시한 과징금 900억보다 축소

실제로 이는 해외 주요국들의 공매도 제도와는 배치된다. 대다수 국가들은 공매도를 허용하면서도 별도 규정을 강화해 불법 공매도에 대해 엄벌하고 있다. 미국은 공매도 담보 비율이150%로, 기관과 외국인, 개인이 동일하다. 또한 공매도 상환기한에 별도 규정을 정해 증권사 등 기관끼리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 거래 시 3개월‧6개월‧1년 단위 상환 만기 조건으로 계약한다. 상환 만기 기간 내에는 리콜(Recall‧팔기 위한 현물 회수)이 금지되지만, 만기 뒤 빌려준 주식이 급등했다는 이유로 리콜을 요청하면 반드시 거래일로부터 2일 안에 상환해야 한다.

처벌도 강력하다. 미국은 무차입이나 결제 불이행에 관해 500만 달러(약 72억원)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 징역을 적용한다. 벌금은 부당 이득의 10배로 메긴다. 프랑스는 무차입 공매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아울러 1억 유로(약 1,500억원)나 이득의 10배(법인 기준)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공매도 규정 위반 시 각각 50만 유로, 200만 유로(약 30억원)씩 벌금을 책정하며, 영국은 아예 벌금에 상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 수준이 높아진 것은 2021년 4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불법 공매도에 과징금이 아닌 과태료만 부과했고, 금액도 수천만원 수준에 그쳤지만 '외국인 놀이터'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불법 공매도에 주문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법을 바꿨다.

하지만 이번 바클레이스와 씨티에 부과된 과징금은 앞서 금감원이 부과한 과징금 700억원, 200억원보다 각각 560억, 153억원가량 낮아진 수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서 결제 불이행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두 회사가 불법 공매도가 일어나지 않게끔 노력했던 부분을 고려해서 과징금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렇게 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 내년 6월 공매도 재개 시 같은 사건이 재차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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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發 美 자본 잠식 가속화" 유럽 금융 시장의 위기

"강달러發 美 자본 잠식 가속화" 유럽 금융 시장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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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산운용사의 유럽 운용 자산, 2014년 대비 두 배↑
강달러로 자금 쓸어 담는 美, 유럽 금융 시장은 '부진'
영국 런던 증시에서는 '기업 탈출' 잇따라

미국의 거대 자산 운용사들이 유럽 금융 시장에 속속 침투하고 있다. 강달러 기조를 발판 삼아 대규모 글로벌 자본을 흡수, 유럽 역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유럽·영국 시장은 증시 성장세 부진과 유력 기업들의 증시 이탈로 인해 점차 힘을 잃어가는 추세다.

유럽 시장 잠식하는 美 자본

1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블랙록, JP모건 등 미국의 거대 자산 운용사들이 유럽 금융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글로벌 금융 산업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ISS 마켓 인텔리전스 자료를 보면 영국·유럽 지역 내 미국 자산 운용사들의 운용 자산은 2014년 21억 달러(약 3조420억원)에서 2024년 9월 말 45억 달러(약 6조5,200억원)로 급증했다.

미국 자산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유럽 내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강달러' 현상이 있다. 최근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가운데, 각종 경제 지표가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망은 미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를 자극해 달러 가치 상승을 유발한다. 강달러 기조 속 글로벌 투자 자금을 대거 흡수한 미국은 해외 자산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이 같은 강달러 현상은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이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공약을 다수 제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당선 이후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세계적으로 통상 갈등이 심해지고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와 일자리법(TCJA)' 관련 공약도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의회가 통과시킨 TCJA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5년 만료를 앞둔 해당 법안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공약에 따라 세금이 감면될 시 세수가 줄고 재정 적자가 커지며 국채 발행이 늘어나게 되는데, 금리 역시 이에 맞춰 상승할 확률이 높다.

유럽 증시 힘 잃었다

미국이 강달러를 발판 삼아 글로벌 자금을 속속 흡수하는 가운데, 유럽 금융 시장은 점차 힘을 잃어가는 추세다. 유럽 증시의 벤치마크인 범유럽 스톡스600 지수는 올해 들어 8%가량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상승률 27%)가 기록한 상승률을 눈에 띄게 밑도는 수준이다. 역내 주요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정치적 혼란과 성장 둔화, 미국 증시의 강력한 성장세 등으로 인해 상대적인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가 내년에도 부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20명의 전략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략가들은 내년 말 스톡스600 지수가 535포인트로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근 수치 대비 3% 가까이 높은 수치다. 반면 내년 S&P500 지수는 올해 대비 평균 7.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과 미국 증시의 성장 전망에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는 스톡스600 지수가 내년 470까지 미끄러지며 올해 대비 10%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치기도 했다. UBS의 게리 파울러 수석 유럽 주식 전략가는 “매출과 마진의 약화가 (유럽) 기업 실적을 5% 끌어내릴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부진 등이 유럽 증시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英 증시 기업 이탈 가속화

영국 금융 시장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고 금융 허브'로 꼽히던 런던 증시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이탈 흐름이 가시화하는 추세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런던 증시에서 상장 폐지 또는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88개, 신규 상장한 기업은 18개였다. 2009년 이후 최대 기업 순유출이다.

런던 증시를 떠난 기업들은 속속 뉴욕 증시 상장을 결정하고 있다. 기업 가치 230억 파운드(약 41조7,000억원) 규모의 장비 렌트 기업 애쉬테드는 지난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로의 이전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런던 증시에 상장한 지 3년 만이다. 390억 파운드(약 70조7,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사인 플러터, 550억 파운드(약 99조7,000억원) 규모 건축 자재 기업인 CRH도 각각 지난 5월과 지난해 9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현지 금융권에서는 향후 런던 증시 상장 기업들의 '미국행'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런던 한 은행 임원은 "내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미국으로 이전 상장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제 다른 어느 곳보다 큰 자본 시장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국에서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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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고려아연 명부 폐쇄 마지막날까지 매일 매수 "의결권 지분 46.7% 확보"

MBK, 고려아연 명부 폐쇄 마지막날까지 매일 매수 "의결권 지분 46.7%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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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간 매일 장내매수로 23.4만 주 추가 확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지분 40.97%로 증가
최 회장측과 격차 더 벌려, 내달 임시주총서 결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사진=MBK파트너스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까지 한 달가량 남은 가운데,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 지분이 46.7%로 늘었다. MBK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1.13%를 추가 취득하면서다. 이로써 영풍·MBK 연합은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됐다.

MBK, 고려아연 1.13% 추가 취득

19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자유재량매매(CD·Careful Discretion) 방식으로 고려아연 주식 23만4,451주(1.13%)를 샀다고 공시했다. 자유재량매매란 주식을 대량으로 한꺼번에 사들이는 것이 아닌, 적은 양을 조금씩 시장가에 가까운 범위 내에서 사들이는 방식이다.

MBK는 앞서 지난 10월 14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2%를 확보했으며, 10월 18일부터 11월 11일까지 1.36%를 추가로 장내 매수한 바 있다. 이번에 취득한 지분까지 합치면 발행 주식수 기준으로 7.82%를, 의결권 기준으로는 8.9%를 MBK 혼자서 보유하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단 이틀(11월 13일, 12월 5일)을 제외하고 매일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였다. 하루에 적게는 4,000여 주에서 많게는 1만9,000여 주씩 샀다.

눈에 띄는 점은 주당 단가가 2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지난 6일 MBK는 고려아연 주식 1만 주를 장내매수했는데, 단가가 194만2,594원이었다. 당시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한때 240만7,000원까지 치솟으며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국내 시가총액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의결권 지분 '46.7%'로 확대

이로써 영풍-MBK 지분은 발행주식 총수의 40.97%에 이르게 됐다. 자기주식을 제외한 의결권주식 총수 기준으로는 46.7%까지 오르면서 과반에 가까워졌다.

고려아연과 영풍-MBK는 다음 달 23일 임시주총에서 신규 이사 선임 등 안건에 대해 표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임시주총 주주명부 폐쇄일은 12월 20일로, 국내 주식 장내매수의 경우 매매거래일로부터 2거래일 뒤에 증권과 대금이 결제되는 만큼 12월 18일이 양측이 장내매수에 나설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이후 확보한 지분은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MBK 관계자는 “최대주주이자 1대 주주로서의 권리를 되찾아 지배구조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MBK는 장내매수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 18일부로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전부를 담보로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7,150억원을 대출받았다. MBK는 이 중 약 2,731억원과 자기자금 218억원, 총 약 2,950억원을 이번 장내매수에 썼다.

최윤범 회장 측 우군 연쇄 이탈

반면 최 회장 측은 지난 4일을 끝으로 더 이상 장내매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최 회장과 우호세력 측 지분은 34% 내외로, 의결권 기준으로는 39∼40%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되던 기업들마저 잇따라 이탈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호 세력 중 하나로 꼽혔던 글로벌 원자재 중개 회사 트라피구라도 고려아연 지분을 일부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라피구라는 지난 10월 고려아연 공개 매수 등을 거치며 지분 일부를 정리해 당초 1.49%(30만7,678주)였던 고려아연 지분율이 2만3,000여 주가 줄면서 1.1%대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2년 11월 고려아연은 사업 제휴 강화를 위해 트라피구라에 자사주 30만7,678주를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당시 1주당 처분가액이 64만7,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트라피구라는 이번에 고려아연 지분을 일부 정리하며 1주당 20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액수로는 150억∼2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비슷한 시기 트라피구라 외에 최 회장 측 백기사로 알려진 한국투자증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도 보유하고 있었던 고려아연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한투증권과 한국타이어는 각각 0.8%, 0.7%에 해당하는 고려아연 지분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블루런밴처스(BRV)캐피탈,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등도 고려아연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IB업계는 내년 임시주총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도 지난 9월 말 기준 7.48%(154만8,609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9∼10월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거치며 위탁운용사들을 통해 보유 주식을 상당수 처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하이브-카카오 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보유 지분 절반가량을 매도했다. 국민연금이 매도한 주식 대부분은 위탁운용사가 들고 있던 물량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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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트럼프 2기에 맞서는 ‘아시아 친환경 단일 시장’

[동아시아포럼] 트럼프 2기에 맞서는 ‘아시아 친환경 단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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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보호무역주의와 다자간 협력 퇴보로 이어질 것
아시아, ‘다자간 질서 수호의 보루’
‘친환경 단일 시장’ 목표하 국가 간 협력 강화해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두 번째 임기가 보호무역주의의 발흥과 다자간 질서(multilateral order)의 퇴보로 점철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중차대한 시기에 놓였다. 첫 번째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과 기후 변화 행동(climate change action)에 불확실성의 씨를 뿌렸다면 2기 행정부는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아시아는 특유의 역동적 경제와 단합력을 통해 위기에 처한 다자간 질서를 지켜낼 유력한 후보다. ‘친환경 단일 시장’(Single Green Market)이라는 공동 목표는 서로의 규제 환경을 조화시키고 자유 무역을 보장해 지역 협력을 강화하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2기, 글로벌 ‘리더십 부재’와 불안정 부를 것

장기간 세계 경제 질서의 중심 역할을 해 온 미국은 점차 내부 지향적 자세를 취하고 있고 트럼프 1기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과 다자간 기구의 붕괴를 촉발해 미국을 글로벌 리더의 자리에서 멀어지게 했다. 바이든 행정부(Biden administration)가 무너진 동맹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일방주의(unilateralism)로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지는 못했다. 트럼프 2기에서 전략적 갈등 고조와 WTO를 포함한 다자간 기구의 약화, 기후 행동 협력의 붕괴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을 비롯, 미국 독주를 반대하는 국가 및 체제의 등장으로 글로벌 세력 균형은 다변화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최대 경제 대국으로 남겠지만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행하는 정책들이 미국의 위상을 더욱 축소시켜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와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시아, ‘자유 무역’과 ‘기후 변화 대응’의 대안

경제 규모와 역동성으로 판단할 때 아시아는 다자주의를 지키고 기후 변화와 같은 긴급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하고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명확한 리더가 없다는 것인데, 이는 역사적으로 아시아가 경제 성장과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이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 기반 세계 무역 체제(rules-based global trade regime) 하에서의 집단 지도 체제(collective leadership)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이 불확실성의 원인이 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는 내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협력 체제는 강제력 없는(non-binding) 협정 및 ‘무역 자유화가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공동의 이해와 자발적 협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9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구체적 일정하에 개방적 자유 무역으로의 이행을 선언한 ‘보고르 목표’(Bogor Goals)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러한 하나의 목표가 동아시아와 태평양에서 다자주의를 꽃피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친환경 단일 시장으로의 이행이라는 두 번째 보고르 목표(Bogor Goals 2.0)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친환경 단일 시장’ 목표가 국가 간 협력 가능하게 할 것

동아시아포럼 집필진은 이미 동남아시아의 친환경 단일 시장 목표가 지역 협력을 촉진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음을 피력한 바 있다. 공동의 목표를 통해 친환경 전환 이니셔티브를 규제 개혁 및 무역 정책과 통합함으로써 개별 국가 내에서는 물론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기후 변화 대응과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상품과 기술, 금융 부문에서의 자유 무역은 기후 문제 대응의 범위를 넘어 국가 간 민간 투자까지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 협력 강화를 위한 규제 정책의 통합이 비전 성취에 필수적인 상황에서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이야말로 기후 목표에 대한 합의를 주도해 지역의 노력을 장기적인 글로벌 협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남중국해 행동 강령 문제(Code of Conduct in the South China Sea)와 미얀마 사태(crisis in Myanmar) 등으로 정치적, 군사적 현안 해결에 약점을 노출하기는 했지만 아세안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만은 리더십을 입증해 왔다. 특히 2019년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속에서 역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의 실행을 마무리한 것은 글로벌 무역에서 아세안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업적이다.

아세안의 지정학적 중립성과 동아시아와의 대화 중심 위상은 방대한 규모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중국은 물론 인도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기후 및 무역 목표 진전을 위해 유럽과 손을 잡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포괄적 협력을 통해 긴급한 기후 문제에 대응하면서 세계화의 장점들을 지켜낼 수 있다.

함께 나서지 못한다면 대가는 크다. 더 가난하고 불안하며 갈등으로 점철된 세계가 있을 뿐이다.

원문의 저자는 동아시아포럼 편집위원회(EAF Editorial Board)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green counter action to Trump 2.0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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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유럽 경제 위기 원인 셋? ‘에너지·제조업·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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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기 침체, ‘에너지 위기·제조업 약화·대중국 무역’이 주원인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제조업 수출 경쟁력 하락
대중국 무역 증가할수록 경제 성장에는 ‘악영향’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유로 지역(Euro area)은 2018년 이후 에너지 의존, 제조업 약화, 무역 패턴 변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돼 왔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산업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하며 전반적인 제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과의 무역도 수입은 급증한 반면 수출은 급감해 유럽 경제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사진=CEPR

유럽 경기 침체, 에너지 위기로 인한 제조업 부진이 주원인

2018년부터 이어진 유로 지역 경기 침체가 최근 더욱 심화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가 지적해 온 유럽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팬데믹과 에너지 시장 붕괴가 더해진 결과다. 이는 에너지 위기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강력한 정부 지출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경제와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수요 측면에서는 경기 활황으로 소비 지출을 늘리는 미국 소비자들과 불확실성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유럽 소비자들의 모습이 대조된다. 한편 미국 대비 한참 낮은 성장률 차이는 노동 생산성(labour productivity) 격차로 설명할 수 있는데, 유로 지역 내 전반적 수요 약화로 노동력 활용이 제약을 받으면서 낮은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유로 경제권 내에서도 국가 간 차이는 꽤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비중과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반면, 서비스 및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스페인 경제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 지역 주요 국가 경제 지표
주: 실질 국내총생산(GDP)(좌측), 최종 소비 지출(중간), 노동 생산성(우측), 독일,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보기 상단부터 차례로), 연도(X축), *2015년 1분기 수치를 100으로 설정/출처=CEPR

제조업 비중 높을수록 경제성장률 낮아

유럽 경제에 있어 높은 제조업 비중이 전반적인 경제 성장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 벌어지는 일이다. 2015~2019년 기간만 해도 경제성장률과 총부가가치(total value-added) 중 제조업 비중은 상관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2022~2024년으로 오면 높은 제조업 비중으로 경제 성장이 방해를 받는 경향은 매우 뚜렷하게 관찰된다.

유로 지역 GDP 성장률과 제조업 비중 간 상관관계
주: 2015~2019년(좌측), 2022~2024년(우측), 2015년 부가가치 중 제조업 비중(%)(좌측 X축), 2022년 부가가치 중 제조업 비중(%)(우측 X축), GDP 성장률(%)(Y축), 프랑스(France), 스페인(Spain), 이탈리아(Italy), 독일(Germany), *점 크기가 GDP 규모에 비례/출처=CEPR

유로 지역 제조업이 어려움에 처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다양한데, 코로나 이후 고금리 위주의 통화 정책이 제조업 비중이 큰 유럽 국가들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2022년 발생한 유례없는 에너지 위기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

실제 유로 지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에 없던 에너지 시장 붕괴를 겪었다. 2022년 급등한 브렌트(Brent) 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소비자와 생산자 에너지 가격 모두를 상당한 정도로 끌어올렸다. 이후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갔음에도 브렌트 유가와 TTF(네덜란드 천연가스 가상 거래소) 천연가스 현물 가격은 2017~2019년 평균 대비 각각 17%, 117%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가격 하락분도 유로 지역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와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 PPI)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아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50~60%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가별 차이도 커서 독일의 에너지 생산자물가지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해 유럽 내에서도 가장 높다.

에너지 가격 추이
주: 천연가스 가격(좌측), 유로 지역 12개월물 선물, 유로 지역 현물, 미국 12개월물 선물, 미국 현물(보기 상단부터 차례로) / 생산자 에너지 가격(우측), 독일, 독일 제외 유로 지역, 미국(보기 상단부터 차례로), *2019년 12월 수치를 100으로 설정/출처=CEPR

천연가스 가격 인상은 유로 지역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이전인 2017~2019년 기간 주요 유럽 산업의 천연가스 의존도와 수출 성장률 간 상관관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 이후 천연가스 의존도 상위 10%에 속하는 산업은 평균 7.2%의 수출 성장률 감소를 보인 반면, 하위 10%에 해당하는 산업은 평균 13.8%의 성장률 증가를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한 국가 안에서도 천연가스 의존도에 따른 산업별 수출 성장률 영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천연가스 의존도와 수출 실적 간 상관관계
주: 2017~2019년(좌측), 2021~2023년(우측), 천연가스 의존도(X축), 수출 성장률(Y축)/출처=CEPR

중국과 무역 규모 늘릴수록 GDP 성장률 낮아져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 영향도 작용한다. 2018년 이후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강조하기 시작한 중국의 ‘자립성’(self-reliance)은 실제로 수입 원자재 의존 감소와 중국산 물품의 수출 증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유로 지역의 대중국 수입 규모는 2013년 GDP 대비 2.5%에서 2023년 3.3%로 증가한 반면, 대중국 수출은 같은 기간 1/3이 감소한다. 독일의 경우는 더 극단적이어서 동기간 대중국 수입이 44% 늘어나는 동안 수출은 40% 감소한다.

유로 지역 대중국 무역 현황
주: 유로 지역 대중국 수입(좌상단), 유로 지역 대중국 수출(우상단), 독일 대중국 수입(좌하단), 독일 대중국 수출(우하단), 국내총생산 대비 비중(%)(Y축)/출처=CEPR

그렇다면 경제 성장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 규모를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실제 2014~2016년 기간에는 대중국 수출 규모가 경제 성장과 아무런 연관 관계도 갖지 않았다. 그러다 2017~2019년 대중국 수출 증가와 GDP 성장이 역의 관계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2022~2023년에는 매우 뚜렷한 반비례 관계가 성립했다.

GDP 성장률과 대중국 수출 간 상관관계
주: 2015~2019(좌측), 2017~2019(중간), 2022~2023(우측), 대중국 수출 비중(%)(X축), GDP 성장률(%)(Y축)/출처=CEPR

유로 지역의 경기 침체는 에너지 의존, 제조업 약화, 글로벌 무역 패턴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세 가지 요소들의 상호 작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기 회복 정책 수립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생각된다.

원문의 저자는 프랑수아 드 소이어(Francois de Soyres)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 부서장 외 5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n investigation into the economic slowdown in the euro area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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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에 장사 없다” 알리바바, 1.8조원 손실 떠안고 백화점 매각

“내수 침체에 장사 없다” 알리바바, 1.8조원 손실 떠안고 백화점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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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거얼그룹이 74억 위안에 인수
전자상거래·클라우드 남기고 적극 매각
침체한 시장, 짙어지는 사업 불확실성
항저우시 소재의 인타임백화점 우린점/사진=인타이상업그룹

중국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7년여간 운영해 온 인타임백화점을 매각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유통 사업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늘리며 경쟁력 강화에 힘써 왔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실패를 맛보게 됐다. 심각한 내수 부진에 중국 정부의 기업 옥죄기까지 강도를 높이면서 시장은 혹한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야심 찬 오프라인 도전, 실패로 막 내려

18일 중국 제일재경신문은 알리바바가 보유 중이던 인타임백화점 지분 전부를 패션 기업 야거얼(雅戈)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했다고 전했다. 매각 대금은 74억 위안(약 1조5,000억원)으로, 알리바바는 이번 매각에서 93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매체는 추산했다. 매각은 중국 당국의 승인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초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 52억 홍콩달러(약 1조원)를 들여 지분 28%를 사들이며 인타임 백화점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2017에는 지분율을 74%까지 확대하며 지배주주로 올라섰고, 인타임 창업자 선궈쥔과 함께 26억 달러(약 3조8,000억원)를 들여 인타임을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통해 업계 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의 경쟁 심화와 중국의 심각한 내수 부진 등 영향에 따라 알리바바는 백화점 사업을 정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3월 전체 사업을 6개로 분리 재편하고, 중국 온라인 판매를 제외한 사업 부문은 외부 자금 조달 및 기업공개(IPO)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알리바바는 핵심사업인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한 사업부의 지분 투자를 회수하고 있으며, 일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등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번영의 도시’ 상하이도 소비 자제

오프라인 판매 채널의 부진은 비단 알리바바만의 고민이 아니다. 1선 대도시인 상하이에서도 문을 닫는 대형 상업단지가 속출하는 등 중국 오프라인 유통 업계 전반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중국 상하이 도심인 난징시루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메이룽진 플라자는 지난 8월 쇼핑몰 전체를 문 닫았다. 상하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 1곳만을 남겨둔 채 문을 닫은 메이룽진 플라자는 영업 재개 일정을 따로 밝히지 않은 채 무기한 휴업 중이다.

메이룽전 플라자의 휴업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불과 두 달 전 인근에 위치한 일본계 백화점 이세탄 또한 폐점했기 때문이다. 1997년 문을 연 이세탄은 오랜 시간 상하이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폐점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상하이엔 미래가 없다”는 말까지 떠돌았다. 이세탄 백화점은 중국에서 한때 6개 지점을 운영했으나, 올해 상하이 지점 영업 종료로 톈진에 단 1곳만을 남겨두게 됐다.

사업 불확실성 커지자 중국 등지는 기업 잇따라

여기에 중국 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사회 통제를 강화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탈(脫) 중국 행렬은 한층 속도를 높였다. 지난해 4월 도입된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안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모든 정보의 해외 전송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적용 범위는 국가 안보 및 이익에 관계된 문서, 데이터, 자료, 물품 등 다양하며, 이를 위반하는 외국인은 추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침체한 중국 시장에서 사업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셈이다.

앞서 언급된 일본계 이세탄 외에도 대만계 타이핑양, 프랑스 프렝탕 등 백화점들이 연이어 중국을 떠났다. 또 미국계 리테일 업체 월마트, 프랑스계 까르푸 등 대형 할인 체인점도 대도시 매장을 폐점하는 등 사업 철수 수순을 밟았다. 중국 시장조사시관 이란상예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최소 6,882개의 상점이 폐업했다”며 “월마트, 까르푸 등 대형 유통체인과 미쉐빙청 등 식음료 프렌차이즈까지 100개 이상의 기업이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생산 시설을 폐쇄하는 외국 기업도 늘었다. 닛산은 지난 6월 장쑤성에 위치한 창저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연간 생산능력이 13만 대에 달하는 창저우 공장은 닛산 중국 총생산량의 10%를 차지하던 곳이다. 닛산은 해당 결정이 “자사의 중장기적 전략과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내부 생산 능력 및 자원 최적화 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쓰비시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광저우자동차그룹과의 합작 사업을 중단하고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혼다 역시 중국 합작법인 직원 감축을 단행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와의 합자회사인 상하이 안팅 제1공장의 생산을 종료했다.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견제가 실업자를 양산하고, 시장 침체를 가속하는 결과만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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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구글 양자 칩 ‘윌로우’, 고품질 큐비트로 오류 정정에 획기적인 발전 이뤄

[해외 DS] 구글 양자 칩 ‘윌로우’, 고품질 큐비트로 오류 정정에 획기적인 발전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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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새롭게 공개된 양자 칩 윌로우, 시카모어가 넘지 못한 오류 발생률 임계치 뛰어넘어
윌로우, 큐비트 늘어날수록 오류 발생률 대폭 감소
다만 양자 컴퓨터 실용화하기에는 아직 갈 길 멀어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구글이 새로운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공개했다. 윌로우는 기존 칩인 시카모어(Sycamore)보다 뛰어나며 양자 오류 정정(Quantum error correction)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받고 있다. 다만 양자 컴퓨터가 초전도체, 암호 해독 등 현실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Scientific American

양자 컴퓨터의 비결 '큐비트'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계산 속도가 빠르다. 이는 기존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에서 계산하는 기본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비트는 0 또는 1로 이진법의 구조를 따르지만,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는 중첩 상태에 있어 0과 1의 상태가 공존한다. 다시 말해 기존 컴퓨터는 하나의 비트로 한 가지 상태만 표현할 수 있으나, 양자 컴퓨터는 두 가지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큐비트의 특성 덕분에 양자 컴퓨터는 병렬 처리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한 속도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할 수 없는 복잡한 최적화 문제, 분자 시뮬레이션 등을 양자 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양자 컴퓨터, 기존 컴퓨터와 다른 독자적인 '오류 정정 기술' 필요해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외부 영향에 취약해 잡음이나 오류가 쉽게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양자 컴퓨터를 괴롭히는 오류로는 '비트플립(Bitflip)'이 있다. 비트플립은 기존 컴퓨터에서도 발생하는 고전적인 오류로 의도치 않게 비트가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0으로 저장돼야 할 정보가 비트가 바뀌어 1로 저장되는 오류다.

비트플립에 대해 기존 컴퓨터는 정보를 중복으로 저장해 오류에 대처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1'이라는 정보를 컴퓨터에 보내면 컴퓨터는 '111'와 같이 정보를 중복으로 저장한다. 그러면 비트플립이 발생해 '101'이 되더라도 여전히 컴퓨터는 정보를 '1'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보를 복사하는 방식을 양자 컴퓨터에는 적용할 수 없다. 정보를 복사하는 것은 양자역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1990년대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에 어긋나지 않는 독자적인 오류 정정 기술을 개발해야만 했다. 다니엘 고테스만(Daniel Gottesman) 메릴랜드대(University of Maryland) 양자물리학자는 "중복성은 있지만 복사본이 없는 방식으로 정보를 분산시켜야 한다"라며 오류 정정에 큰 틀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큐비트를 여러 개 엮어 '논리적 큐비트'를 만드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기존 컴퓨터가 비트플립을 대처하는 방식과 유사한데, 정보가 논리적 큐비트에 분산돼 있으면 하나의 큐비트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그 정보를 보존할 수 있다.

고품질 큐비트 벽에 가로막힌 양자 컴퓨터, 그 벽을 깨나가는 윌로우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오류 정정에 힘 써왔으나, 최근 들어서 고품질 큐비트가 충분하지 않아 한 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걸맞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받쳐줄 큐비트가 없는 상황이다. 마이클 뉴먼(Michael Newman) 구글 양자 컴퓨팅 연구원은 "엔지니어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제 넘어섰다"라며 큐비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열쇠라고 했다.

이번에 구글이 공개한 윌로우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고품질 큐비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022년 구글은 시카모어에서 전반적으로 오류 발생률을 낮췄으나, 여전히 주요 임곗값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윌로우는 주요 임곗값을 가뿐히 넘었으며 △큐비트 개수 △큐비트 품질 △오류율 등 모든 측면에서 시카모어보다 뛰어났다. 윌로우의 큐비트는 105개로 시카모어(72개)보다 더 많으며, 구글은 제작 공정을 개선해 큐비트의 품질을 향상했다. 또한 윌로우의 논리적 큐비트는 개별 큐비트보다 수명이 두 배 이상 긴 데다가 오류 발생률이 1,000분의 1에 불과했다.

추가로 구글은 실험을 통해 큐비트가 많을수록 오류 발생률이 낮다는 사실을 보였다. 처음에는 3×3 격자의 큐비트로 구성한 다음 5×5 격자로 구성하고 마지막으로 7×7 격자로 구성했다. 그 결과 큐비트가 많을수록 오류 발생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해당 연구 결과는 양자 칩에 있는 큐비트 개수가 늘어나면 암호 해독 등 인류가 원했던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복잡한 최적화 문제를 풀거나 거대한 시뮬레이션을 시행하려면 오류 발생률을 약 100만분의 1 이하로 맞춰야 하며, 이러한 논리적 큐비트가 수백 개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댄 가리스토(Dan Garisto) 과학 저널리스트입니다. 영어 원문은 Google's Quantum Computer Makes a Major Breakthrough in Error Correction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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