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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면허가 생존을 담보하지 않는 시대, 합격자 수 감축은 단기 처방에 불과

변호사 면허가 생존을 담보하지 않는 시대, 합격자 수 감축은 단기 처방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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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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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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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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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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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매년 1,700여 명 배출, '적정 규모' 논란
변협  "변호사 너무 많아, AI 활용에 수임료 감소”
로스쿨 원장단 “응시자 대비 80% 합격” 촉구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들이 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변호사 배출 수 감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대한변호사협회

누적된 변호사 공급 과잉이 법조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과 수임 경쟁 심화를 촉발하며 업계 긴장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유사 직역과의 권한 충돌까지 맞물리면서 법률 서비스의 수익 구조와 업무 영역이 동시에 압박받는 국면에 진입했다. 변호사 면허 취득만으로 안정적 진입이 보장되던 시대가 빠르게 막을 내리는 모습이다.

변협 "5,000명 과잉, 공급 포화 상태"

6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성명서를 내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즉각 감축하라"고 촉구했다. 변협은 "법조 시장은 단순한 불황을 넘어 구조적 붕괴 단계에 진입했고 과잉 공급으로 법률서비스의 질 저하와 사법 불신까지 초래되고 있다"며 "법무부가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에서 기존의 배출 규모를 철회하고 실질적인 감축안을 결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변협에 따르면 변호사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08년 6.97건에서 현재 1건 미만으로 줄었고, 중위소득도 연 3,000만원으로 전문직 종사자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지변)는 지난 2일 발표한 연구에서 현재 변호사 수가 적정 수준보다 5,000명 이상 과잉 공급된 상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변협은 "인구 감소와 AI 확산 등으로 법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다 배출을 지속하는 것은 법조 생태계를 회복 불능 상태로 몰아넣는 정책적 방임"이라며 정부에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1,500명 이하 결정 △연간 합격자 수 1,000명 이하 단계적 감축 △선발 인원 사전 공고 등을 요청했다. 합격자 수를 발표 당일 결정하는 현행 방식 역시 불투명하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정욱 대한변협 회장은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인구 대비 신규 변호사 배출량은 4~6배에 달한다"며 "과밀 상태는 수임 출혈 경쟁과 법률서비스 질 저하로 직결된다"고 비판했다. 조순열 서지변 회장도 "1,500명으로 약속했던 변호사 배출 수는 1,750명까지 늘었고, 15년째 이어지는 결원보충제는 대학 재정을 위한 꼼수"라며 즉각적인 제도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변협은 같은 날 오전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 집결해 변호사 수급 과잉 규탄 집회도 열었다. 변협과 서지변은 로스쿨 도입 당시 정부가 법조 인접 직역 통폐합 약속을 방관해 과잉 공급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변호사 수는 로스쿨 도입 전인 2009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해 이미 3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법무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변호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등록된 변호사는 3만6,319명인데 이 가운데 서울에만 2만7,682명이 등록해 전체의 75%에 육박한다.

사법고시 출신의 한 개업 변호사는 “과거에는 월 500만원 정도가 최저가로 사건을 수임하는 단가였다면, 이제는 경쟁이 치열해져 300만원을 부르는 변호사들도 있다. 재판에 왔다갔다하는 비용이나 서면 및 사건 대응에 쓰는 시간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려워 맡을 수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닌데 평생 살면서 변호사를 찾을 일이 한 번뿐인 대부분 의뢰인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의 개념을 모르고 그냥 300만원에 맡기지 않겠느냐”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로스쿨은 "법률 시장 커져, 합격률 80%대로 높여야"

반면 예비 법조인을 양성하는 로스쿨 측의 입장은 정반대다. 타국 제도와 법률시장 규모의 차이를 도외시한 단순 비교일 뿐 오히려 변호사 배출을 대폭 확대해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80%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6일 공동 성명서를 낸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 일동은 "현재 변호사 시험은 합격률이 50%대 초반에 고착돼 사실상 응시자의 절반을 탈락시키는 선발시험"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송무 시장을 넘어 정보통신(IT), 헬스케어 등 비송무 영역이 급성장함에 따라 대한민국 법률시장 규모가 2013년 3조8,000억원에서 2024년 9조5,90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스쿨 원장들은 “현재 50%대 합격률은 유능한 인재들을 수차례 재응시로 내몰아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게 만드는 기형적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며 “이미 도래한 AI 시대에 필요한 창의성과 실무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싶어도 ‘제도의 비정상’이 계속되는 한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80% 수준으로 조정, 단계별 합격률 상향 조정 등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 및 이행, 로스쿨이 시험 대비 교육이 아닌 실무 중심의 다양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본래 교육 목표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 정상화 등을 촉구했다.

이어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은 '기존 변호사의 기대수익'이 아니라 '모두의 사법접근권 보장'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한국의 인구 1만 명당 변호사 수는 7.2명으로,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18∼35%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의 사법접근권 보장을 위해서는 여전히 충분한 신규 법조인 배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장단은 "매년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상향해 연간 100∼200명의 합격자만 추가로 배출하더라도 누적된 불합격자 적체 현상이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며 법무부에 단계별 합격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청했다.

AI의 습격과 유사 직역의 잠식, 설 자리를 잃는 변호사들

사시 제도가 없어지고 법조인 양성·배출 경로가 로스쿨 체제로 단일화되면서 변시 합격률과 합격자 수는 시작 때부터 첨예한 주제였다. 출범 당시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의 75%인 1,500명 이상' 등의 기준을 적용해 왔는데, 문제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재응시자가 누적돼 합격률이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동시에 ‘5년 내 5회 응시 제한’ 규정으로 인해 탈락자가 시장에 잔존하는 구조가 형성되며 이른바 ‘변시 낭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장은 현장대로 변호사 수가 매년 급증하는 데 따른 수임 경쟁 격화 문제를 주장해 왔다. 실제로 공급 확대 속도에 비해 법률 수요의 확장세는 제한적이었고, 수급 불균형은 점차 심화됐다. 이처럼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법조 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작동했다. 최근 5년간 수임료가 30% 이상 하락한 흐름은 공급 과잉이 시장 가격을 직접적으로 압박했음을 방증한다.

과거 고액의 착수금을 당연시하던 관행은 사라졌고, 이제는 플랫폼 기반 가격 비교와 저가 경쟁이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외부 환경 변화는 변호사의 업무 영역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과거 변호사들이 수백만원을 받고 수행하던 기초적인 법률 자문, 판례 검색, 서면 작성 업무를 단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저연차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변호사들이 수행하던 실무 영역을 직접적으로 타격하며 신규 인력의 시장 진입 기반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등 유사 직역과의 권한 충돌이 지속되며 경쟁 강도는 더 높아졌다. 각 직역은 전문성을 근거로 변호사의 고유 영역이었던 자문권이나 소송 대리권 등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 또한 자체 법률 처리 역량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민간 변호사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변호사들은 내부적으로는 가격 경쟁에 노출되고, 외부적으로는 기술과 타 전문직의 동시 압박을 받는 이중 구조 속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변호사업계가 겪는 진통은 전문직의 정의가 ‘권위’에서 ‘서비스’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 목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변협이 제시한 로스쿨 정원 축소와 결원보충제 폐지 등은 시장 정상화를 위한 단기 처방이 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변호사 인력의 질적 고도화와 영역 다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비등하다. 인원수만 줄일 것이 아니라,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도의 전략적 법률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시장이나 신산업 분야로의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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