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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30%가 떠받치는 美 경제, ‘K자형’ 지나 ‘E자형’ 진입

상위 30%가 떠받치는 美 경제, ‘K자형’ 지나 ‘E자형’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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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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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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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소득 기반 ‘상위 중산층’ 팽창
상·중·하류층 소비 궤적, 세 갈래로 분화
고소득층 중심으로 소비 시장 재편
소득 기준 미국 계층별 가구 비중/출처=미국기업연구소(AEI)

미국에서 소득 증가에 힘입어 '상위 중산층'(upper middle class)으로 진입하는 가구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중산층 비중이 줄고 있다는 통념과 달리, 상당수 가구가 절대적 소득이 늘면서 상향 이동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K자형(K-shaped economy) 경제 구조에서 탈피해 소득 계층이 세 갈래로 완전히 파편화되는 'E자형' 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상층부의 구매력이 공고해지는 사이, 자산 형성이 정체된 중산층과 부채에 잠식된 저소득층 사이의 궤적 이탈이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美 상위 소득층 비중 50년 새 3배 증가

5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상위 중산층 급증에 따른 중산층 축소'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미국 경제의 '두터운 허리'였던 전통적 중산층이 상위 중산층으로 대거 이동하며 미국 경제의 하방을 지지하는 강력한 완충 지대를 형성했다. AEI는 미국 가계를 소득에 따라 △부유층 △상위 중산층 △핵심(core) 중산층 △하위 중산층 △빈곤층·근접 빈곤층 등 다섯 그룹으로 나눴다. 이 중 빈곤 가구의 5∼15배 소득을 올리는 가구를 상위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미국 가구의 경제적 위상은 1970년대와 비교해 확연히 높아졌다. 특히 상위 중산층의 비중은 1979년 약 10%에서 2024년 현재 31%로 세 배 넘게 늘어났다. 이는 미국인 10명 중 3명이 연 소득 13만3,000달러(약 2억원)에서 40만 달러(약 6억원) 사이를 버는 고소득 구간에 진입했음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 시장은 중간 소득 다수 기반에서 고소득 계층 중심 구조로 이동했다.

반면 핵심 중산층 가구의 비중은 1979년 35.5%에서 2024년 30.8%로 줄었다. 하위 중산층은 24.1%에서 15.8%로, 빈곤층은 29.7%에서 18.7%로 감소했다. AEI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핵심 중산층보다 더 잘 사는 가구의 비중(34.8%)이, 못사는 가구 비중(34.5%)보다 높아졌다고 짚었다. 상위 중산층과 부유층의 소득 점유율 합계는 같은 기간 28%에서 68%로 크게 늘었다.

계층 상승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교육 수준이다. 대학 학사 학위를 가진 경우 55%, 대학원 학위를 가진 경우 68%가 중산층 또는 부유층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콧 윈십 AEI 연구원은 "물가 상승 속도보다 임금 상승률이 더 가파른 흐름을 보였는데, 특히 대학 졸업 학력을 가진 사무직 근로자들 사이에서 소득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맞벌이 구조도 계층 상승을 이끌었다. 중산층 이상 가구의 80% 이상이 기혼 또는 동거 형태로 두 가지 소득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신용카드와 선구매 후결제(BNPL) 등 소비자 금융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단기적으로는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 여력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고물가 시대에도 미국인들이 프리미엄 유아용품이나 고가 해외여행에 지갑을 여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게 AEI의 분석이다.

상향 이동이 만든 소비의 하방 경직성

이에 따른 소비 양극화는 기존 K자형 구조를 넘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K자형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를 설명해 온 대표적인 개념이다. 시간의 흐름을 가로축에 두고 소득·소비·고용 등 경제 지표를 세로축에 배치한 뒤 계층별 변화를 동시에 표시하면,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궤적이 상반된 방향으로 갈라지는 양상이 확인된다.

고소득층이나 자산 보유층은 경기 충격 이후에도 자산 가격 상승과 안정적인 소득을 바탕으로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그래프가 위쪽으로 올라가는 반면,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은 고용 회복 지연과 물가 부담 확대가 겹치면서 소비와 소득이 정체되거나 후퇴해 그래프가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이 두 흐름을 하나의 그래프 위에 겹쳐 그리면 선이 위와 아래로 갈라지며 알파벳 ‘K’ 형태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K자형 경제라고 부른다.

팬데믹 당시 이 개념을 알린 경제학자 피터 애트워터(Peter Atwater)는 미국 경제가 "위쪽이 무거운 '젠가 탑'과 닮았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구조는 경제 데이터 간 왜곡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증시 호황 등으로 자산이 늘어난 부유층의 지출이 늘면 겉으로 보기에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큰 규모의 불안정한 하층 경제가 공존하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산층의 소비 패턴이 별도로 드러나면서 경제 구조가 세 갈래로 나뉘는 ‘E자형 경제’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E자형 경제 역시 가로축을 시간, 세로축을 소비나 소득 같은 경제 성과로 놓고 계층별 소비 흐름을 그렸을 때 나타나는 형태를 의미한다. 고소득층, 중산층, 저소득층의 소비 흐름을 하나의 그래프 위에 동시에 그리면 세 개의 선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알파벳 ‘E’처럼 보이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부자는 프리미엄 소비, 중산층은 가성비에 집중

E자형 경제의 최상단은 부유층과 상위 중산층이다. 이들은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며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분석에 따르면 미국 상위 20% 소득 가구가 전체 소비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부유층 소비는 프리미엄 상품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고급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E자형 경제의 가운데 단인 핵심 중산층과 하위 중산층은 생활비 부담 속에서 ‘코스트코형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인 매장이나 창고형 대형 매장에서 대량 구매를 늘리는 소비 패턴을 의미한다. 소비를 크게 줄이지는 않았지만 불안한 방식으로 지출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월급에 의존해 생활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24%의 미국 가구는 주거비와 식료품, 공과금, 육아비 등 필수 지출이 소득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자형 경제의 하단은 저소득층이다. 이들은 신용카드나 BNPL 서비스에 의존해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소비자 금융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2만5,000~5만 달러 가구의 59%가 지난 1년 동안 신용카드 잔액을 이월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의 38%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BNPL 이용 역시 저소득층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온라인 금융서비스 업체 렌딩트리 조사 결과, 지난해 BNPL 이용자의 25%가 식료품 구매에 이 서비스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14%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한국에서도 E자형 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소득 5분위 배율은 5.78배로 전년 대비 0.06배 상승하며 격차가 더 벌어지긴 했지만 소비 진작으로 바로 연결되진 못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에도 이자를 갚거나 재투자에 나서면서 바로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 현저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달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자산 가격과 주식 가격이 오르면 소비로 연결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그 효과가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고소득층의 경우 주식을 다수 갖고 있는 데 반해, 중산층의 경우 부동산 자산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설명이다. 부채를 동반하는 부동산 자산의 특성상 가격이 오르더라도 오히려 부채가 증가하고 부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중산층의 소비가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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