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도, 프리미엄 경쟁력도 부족" 中 가전 사업 구조조정 나선 삼성전자, 스마트폰·조선 사업 전철 밟을까
"가성비도, 프리미엄 경쟁력도 부족" 中 가전 사업 구조조정 나선 삼성전자, 스마트폰·조선 사업 전철 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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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中 현지 가전 사업 구조조정 정황 관측 "프리미엄은 유럽, 중저가는 중국" 韓 가전 경쟁력 급격히 약화 삼성 산하 스마트폰 제조 공장·조선소 등은 이미 中서 철수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가전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지 가전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내 입지를 급격히 확대하는 가운데, 수익성 확보를 위한 사업 재편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향후 삼성그룹(이하 삼성)이 스마트폰 제조, 조선업에 이어 현지 가전 시장에서도 철수 결정을 내릴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 中 가전 시장서 힘 뺀다
지난 3일 중국 IT 전문 매체 아이티홈(IT Home)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중국 내 가전 사업 부문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포착된 가전 관련 일부 제품군의 조직 운영 변화가 변수로 떠올랐다는 전언이다. 아이티홈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중국 가전 부서는 전략 수정 과정에서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제품군의 출하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현지 책임자가 본사의 공식 확인을 기다리며 영업을 잠정적으로 멈춘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이 중국에서 레거시 가전 비중을 줄이고, 메모리 반도체 등 초격차 기술 부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삼성이 지난 수년 동안 현지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 등을 정리하며 가전 사업에서 힘을 빼 온 탓이다. 지난 2021년 마무리된 쑤저우 LCD 생산라인 매각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거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 LCD 공장(SSL) 지분 60%와 쑤저우 모듈 공장(SSM) 지분 100%를 TCL 자회사 CSOT에 넘기는 구조로 체결됐다.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현지 생산 법인은 중국 톈진과 둥관 두 곳만 남게 됐다.
해당 거래 이후 중국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지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2023년에는 중국 IT 전문 매체 IT즈쟈를 비롯한 현지 매체가 일제히 "삼성디스플레이가 (2023년) 4분기 중국 내 주문자위탁생산(OEM) 공장을 정리하고 해당 라인을 베트남 박닌성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해당 보도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으며, 현재까지도 중국 주요 스마트폰 업체 등에 OLED 패널을 공급 중이다.
韓 가전제품의 모호한 시장 입지
삼성이 중국 가전 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는 원인으로는 불안정한 현지 시장 상황이 꼽힌다. 최근 중국 가전 시장 내 한국 기업의 입지는 대폭 축소된 상태다. 중국 매체 ZNDS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삼성전자, LG전자 등 외자 브랜드의 중국 TV 시장 점유율은 합산 5% 미만이었으며, 출하량은 약 100만 대에 그쳤다. 상위권을 독점한 것은 하이센스·TCL·샤오미 등 중국 로컬 업체들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찰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국내 기업(삼성전자·LG전자)이 28.5%, 중국 기업이(하이센스·TLC·샤오미)이 31.8%였다. 2020년대 들어 중국 가전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까지 장기화하며 시장 판도가 급변하는 양상이다. 옴디아 집계를 살펴보면 세계 TV 시장(매출 기준)에서 500달러(약 75만원) 미만 저가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1.5%에서 2025년 39.7%로 대폭 확대됐다. 중저가 가전 시장을 휘어잡은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반면 1,500달러(약 225만원) 이상의 고가 TV 비중은 2021년 22.4%에서 2025년 13.8%로 급감했다. 중국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 프리미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국내 가전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더해 한국 가전 브랜드의 모호한 입지 역시 위기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가전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독일의 가게나우, 이탈리아의 스메그 등 유럽 브랜드를 찾는다"며 "사실상 한국 가전은 고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유럽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中 떠나는 삼성 제조 거점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산하 계열사들은 이미 다수 사업 부문의 중국 생산 거점을 처분한 상태다. 지난 2018년 삼성전자는 중국 톈진 소재 스마트폰 생산 법인(TSTC)을 폐쇄했다. 텐진 공장은 2013년까지만 해도 15조2,9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렸으나, 이후 수년 만에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 미만까지 미끄러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화웨이·샤오미·오포 등 현지 업체가 급격히 존재감을 키우며 한국 브랜드 스마트폰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2019년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광둥성 후이저우 소재 공장 가동까지 중단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중국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한 상태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1년 9월 설비 노후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저장성 닝보 법인을 닫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95년 출범한 닝보 법인은 삼성중공업의 첫 중국 투자 사례이자, 중국 개혁개방 이후 최초로 등장한 외국계 조선사였다. 78만7,000㎡ 부지에 들어선 닝보 조선소는 연 30만 톤(t)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중국에서 유일하게 3,000톤 이상의 초대형 선박을 생산하며 연 2억 달러(약 3,010억원)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리는 지역 거점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
폐쇄 결정 당시 현지 근로자 대부분은 10~20년 이상 근무한 40세 전후의 중견 직원들이었다. 사실상 새로운 직장을 찾아 취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연령대다. 이에 법인 폐쇄 소식이 전해진 후 근로자들은 충분한 경제적 배상 등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낮에는 조선소에서 고용 보장과 공장 철수 반대 구호를 외치고, 밤에는 잔디밭에서 잠을 자면서 시위와 파업을 지속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법인 폐쇄 의지를 꺾지 않았고, 결국 2023년 상반기 청산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 같은 삼성중공업의 노사 갈등은 해외 법인 철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