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협상 대신 시한 압박, 이란 발전소·교량까지 겨눈 트럼프 발언
[미국-이란 전쟁] 협상 대신 시한 압박, 이란 발전소·교량까지 겨눈 트럼프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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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시설→민간 인프라, 타격 대상 확대 데이터센터 등 중동 투자자산 충격 가능성 장기전 및 중동 질서 변화에 美 전략적 부담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에 대응해 발전소를 비롯한 주요 시설을 직접 타격하겠다는 경고를 내놓으며 군사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시한까지 못 박으며 대대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의지를 드러냈다. 동시에 이란 역시 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를 보복 타격 대상으로 공개하는 등 충돌 범위를 확장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이에 국제사회는 전쟁의 파장이 중동을 넘어 글로벌 경제와 외교 질서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국제법 위반 우려에도 강경 메시지
5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와 관련해 “화요일(7일) 저녁까지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주요 시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1일 처음으로 이란 발전소 폭격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에는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공격하겠다고 했으나, 23일 이란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공격을 미뤘다. 이후 26일에는 공격 시점을 이달 6일 오후 8시로 열흘 늦췄고, 이날까지 무려 네 번의 연기를 거듭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미군 조종사 구조 작전 직후 나왔다. 이에 외교계에서는 주말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 의지를 더욱 자극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해 “조만간 알려주겠다”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그 나라는 운 좋게 나라를 유지한다 해도 재건하는 데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국가 재건 수준의 타격을 전제로 한 압박 메시지로, 협상 결렬 시 피해 범위를 명확히 제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미국의 무모한 행동이 지역 전체를 불태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 간 공식 휴전 협상 역시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중동 지역 중재국과 스티브 위트코프,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측 특사를 통한 비공식 접촉만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란이 미국의 종전안을 거부한 채 장기 소모전을 택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양국 모두 실질적 타협과는 거리가 먼 양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민간 인프라 공격에 대한 우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도 이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법상 발전소와 같은 민간 인프라 공격은 군사적 필요성이 입증되고 민간 피해 최소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마이클 슈미트 미 해군대학 명예교수는 1990년대 초 걸프전에서 발전소 공격이 국제적 비판을 받은 일을 사례로 들며 “단순히 상대국을 향한 군사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발전소를 폭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첨단 인프라 투자 구조에 충격 조짐
이란의 대응은 비단 외교적 발언에 그치지 않는 모양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를 완전히 파괴하겠다”라고 공개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IRGC는 위성 영상과 정밀 좌표가 포함된 타격 리스트를 함께 공개하는 등 실제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였다. 300억 달러(약 45조3,000억원)가량이 투입되는 해당 시설은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초대형 인프라라는 점에서 국가 핵심 시설과 동일한 수준의 군사 목표로 설정됐다.
나아가 이란은 공격 대상 범위를 더욱 넓게 설정했다. IRGC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가리 준장은 “미국이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경우, 지역 내 모든 미국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절멸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보복 리스트에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등 18개 미국 기술 기업이 포함된 상태다. 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동시에 겨냥한 범위 설정으로, 공격 대상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된 구도에 가깝다.
이 같은 흐름은 AI 산업의 투자 구조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AI 산업은 매출 600억 달러(약 90조6,000억원) 수준인 반면, 설비 투자는 4,000억 달러(약 604조원)에 달했다. 투자 규모가 수익의 7배에 가까운 형태다. 이는 자금 대부분이 부채로 조달됐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 상승이 발생하면, 투자 수익성에 직접적인 압박이 불가피하다. 영국은행 금융정책위원회 또한 전쟁 이전부터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을 언급하며 “에너지 비용 상승이 이 우려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 구조 측면에서도 위험 전이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그간 상당수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자산과 부채를 장부 밖으로 이전하고, 미래 임대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년간 1,200억 달러(약 181조원) 규모 부채가 이러한 구조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서 에너지 인프라 타격으로 비용 급등이 발생할 경우, 해당 충격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장기 지정학 리스크 확산 불가피
그러는 동안에도 이란은 걸프 국가들을 향한 미사일 공격을 병행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이스라엘이 자국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의 라스 라판 에너지 복합단지를 타격하기도 했다. 다만 그럼에도 카타르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은 직접적인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UAE 등 많은 국가에 미사일과 드론 파편이 떨어졌지만, 군사적 대응은 자제하는 흐름이다. 이처럼 신중한 걸프국들의 움직임은 분쟁이 지역 전체로 확산하는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됐다.
걸프 국가들의 판단에는 명확한 계산이 반영됐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CIP)의 시나 투시 선임 비상주 연구원은 “걸프 국가들의 입장에서 이는 자신들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섣불리 보복에 나설 경우, 취약한 방관자가 아닌 더 큰 표적이 될 위험이 뒤따른다”고 분석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걸프국들의 경제 구조를 꼽았다. 이들 국가는 에너지 시설, 해운, 투자자 신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그리고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활용해 이러한 기반을 직접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는 곧 이란과의 대립이 피해 규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쟁이 남길 장기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형국이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롭 가이스트 핀폴드 교수는 “걸프 국가들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발생한 혼란을 기준으로 현재 상황을 판단하는 추세”라고 봤다. 당시 이라크에서는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권력 공백과 종파 갈등이 이어졌고, 이는 다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어졌다. 핀폴드 교수는 “미국이 명확한 목표도, (전쟁을) 끝낼 구체적인 시점도 없는 사실상 무기한 작전을 진행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언사 역시 외교적 긴장을 확대한다. 가디언은 그의 발언을 “노골적이고도 악의적인(unabashed viciousness) 발언”으로 규정하며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가 외교적 신뢰를 약화하고, 오해 소지만 높이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중재자로서의 역할과 외교적 리더십이 한 개인의 언어 선택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도 우려했다. 대화 의지가 축소된 상태에서 군사적 대응이 우선시되면서 충격이 국제사회 전반으로 전이될 조짐을 보인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