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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로주의] “호르무즈 방기·나토 탈퇴 시사” 미국 주도 안보질서, 점진적 해체 국면

[돈로주의] “호르무즈 방기·나토 탈퇴 시사” 미국 주도 안보질서, 점진적 해체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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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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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돈로주의’ 기반 자국 중심 전략 전환
동맹 불참에 따른 집단안보 체제 균열 심화
유럽·아시아 안보 자립 압박 현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백악관

미국의 중동 개입 기조가 급격한 전환 국면에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방어와 관련한 책임을 동맹국에 전면 전가하며, 기존 집단안보 체제의 근간을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압박과 ‘돈로주의’로 상징되는 전략 변화는 미국의 역할 재정의를 넘어 글로벌 안보 질서 재편으로 직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동맹국에 "호르무즈 직접 열어라"

1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에 앞서 열린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며 "유럽이, 한국이 하게(문제를 풀게) 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는 험지이자 핵무장을 한 북한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는데도 한국은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과 이란을 공습한 후, 이란이 원유 공급의 핵심 거점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대응책을 꺼내자,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에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의 개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향후 한·이란 및 한·중동 관계 등 전쟁 개입이 가져올 복합적인 여파를 고려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유럽 동맹국들도 개입에 선을 그었다. 스페인 정부는 미 군용기의 영공 통과를 불허했으며, 이탈리아는 시칠리아 공군기지 사용을 불허했다. 폴란드는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의 중동 배치를 거부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 파병은커녕 자국 군기지 사용이나 영공 통과까지 틀어막은 유럽을 강하게 비난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동맹국들이 전쟁에 협조하지 않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번 전쟁 초기에 미군의 영국 군기지 사용을 거부했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향해서도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향해 “당신들에겐 해군도 없다. 노후하고 작동하지도 않는 항공모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파병을 거절당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해군 항공모함을 ‘장난감’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도 동맹국들의 자체적인 방위를 강하게 촉구하며 집단 안보 체제에서 발을 뺄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선 이용하는 국가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료를 구할 수 없는 국가들, 이란 지도부 제거 작전에 동참하기를 거부했던 많은 국가에 제안한다. 이제라도 '지연된 용기(delayed courage)'를 내라"며 "스스로 해협을 통제하고 보호하고 사용하라"고 말했다. 이어 "일찌감치 용기를 냈어야 했다. 진작 우리와 함께했어야 했다"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 참여를 거부한 동맹국을 비판하면서 "이미 본질적으로 대파시켜 어려운 부분은 끝냈으니 (해협 개방이) 쉬울 것"이라고 조롱하는 듯한 언급을 이어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강조하며, 유럽 등 수혜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보호 비용과 인력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수혜자 부담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국가들은 그 통로를 스스로 돌봐야 한다"며 "그들이 절실히 의존하는 지역인 만큼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곳(중동)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들의 석유도,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그저 동맹국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 동맹을 상호호혜적 관계가 아닌 미국의 일방적 시혜로 규정했다.

안보 비용 재편 신호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종전 후 나토 탈퇴를 기정사실화하며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와의 인터뷰에서 나토가 이란 전쟁에 동참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탈퇴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나토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이 종이호랑이(paper tiger)라는 점을 항상 알았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도 그 점을 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작전 참여를 거부한 것에 대해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내가 강하게 말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이봐'라고 했고 엄청 강요하지도 않았다"며 "자동으로 (개입을)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를 위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7년 첫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도 나토를 종이호랑이라고 불렀고 미국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024년 대선 유세에서는 러시아에 방위비 분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들을 공격할 것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은 회고록에서 "우리는 트럼프가 자신의 위협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를 목격했다"고 썼다. 당시 백악관은 나토 탈퇴를 발표하는 연설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거의 나토를 탈퇴할 뻔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간 중동 에너지 수송로를 보호해 온 미국의 역할에 대한 비용 부담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정책 기조로 전환된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페트로달러 체제를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질서를 재정립했고, 중동 안정은 그 핵심 축으로 작동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막대한 군사력을 투입해 해상 교통로와 에너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이 덕에 아시아와 유럽 주요 경제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며 산업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가중되는 천문학적인 국방 예산 부담은 이 같은 안보 기조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받는 상황을 경계하며 더 이상 일방적인 희생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해 수혜국들이 직접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은,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급격히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대목이다.

EU, 美 '나토 탈퇴' 대비 자구책 마련 분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외정책을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고립주의)'의 재판이라고 말하며 스스로 그것을 ‘돈로주의’라 명명했다. 이러한 인식은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해야 한다는 유권자 정서를 반영한 표출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기조, 파나마 운하 통제권 주장,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압박, 그린란드 영유권 요구,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 등 일련의 정치 행보는 모두 공통된 방향성을 드러낸다. 국제법적 정합성이나 동맹 외교의 관례적 규범과 별개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을 미주 지역으로 집중시키겠다는 의도가 일관되게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이 서반구를 최우선 전략 공간으로 설정한 결정과도 맞물린다. 미국의 안보·외교 축이 글로벌 개입에서 자국 중심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돈로주의와 부합한다.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 독단으로 나토를 탈퇴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집권기인 2023년 미국 의회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 또는 상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 결의안 없이는 미국이 나토에서 '참여를 중단하거나, 종료하거나, 탈퇴'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공포한 국방수권법(NDAA)에 이 조항이 포함돼 있다. 더욱이 미국의 나토 참여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위한 법적 절차를 성공적으로 밟기는 쉽지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행보에 비춰볼 때 법을 회피하거나 위반해서 탈퇴 선언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 공통 목소리다.

미국이 실제 나토를 탈퇴할 경우 나토 동맹은 크게 약해지고 러시아 등의 위협에 더 노출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은 전체 나토 국방비 지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의 존재는 나토에 필수적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은 급하게 독자 안보 체제를 고민하고 있다. 유럽 정책 전문 매체 유락티브(Euractiv)에 따르면 유럽대외관계청(EEAS)은 조만간 유럽연합(EU) 조약의 42조 7항 발동 절차를 설명하는 지침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해당 조항은 EU 회원국이 자국 영토 내에서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국제연합(UN) 헌장 51조에 따라 군사적 지원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원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정상화를 위한 다국적군 구성에도 착수했다. 지난달 26일 프랑스 국방부는 파비앵 망동 합참의장 주관으로 전 세계 35개국 군 수장들이 참여한 화상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중동 핵심 해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럽 국가들은 휴전 이후 해협 내 선박 호위 및 해상 안전 확보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영국과 프랑스가 중심이 돼 다국적 해상 협력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다국적 회의는 당장 군사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향후 중동 상황이 안정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재개와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사전 단계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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