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고령화 충격에 흔들리는 연금 구조, 해법은 평생학습
[딥폴리시] 고령화 충격에 흔들리는 연금 구조, 해법은 평생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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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속에 따른 고용·연금 기반 약화 재정 대응 한계, 평생학습이 핵심 변수 고령층 노동 확대로 연금 부담 완충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종신 고용에 기대던 기존 질서가 약해지고, 고령화의 압력이 동아시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구 지표를 보면 위기의 윤곽은 더욱 뚜렷하다. 동아시아에서는 3초마다 한 명꼴로 60세에 진입하며, 2030년이면 한·중·일 인구 10명 중 3명 이상이 60세를 넘는다.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부양 인구는 급증하는 구조다. 이는 국가와 기업이 개인의 생애 전반을 책임지던 사회 안전망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변화는 고용 안정성과 연금에 기대 유지되던 기존 체계를 직접적으로 압박한다. 정년까지만 버티면 노후가 보장되던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연금 재정 역시 유입보다 지출 증가 속도가 앞서는 흐름을 보인다. 중국의 경우 연금 납부자 대비 수급자 비율은 2010년 5명에서 2025년 2.8명으로 낮아졌다. 기존 재정 운용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 같은 고령화 비용을 감당하려면 정책의 중심을 재정 조정에서 구조 전환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교육 중심 재편, 연금 지속성의 열쇠
고령화로 연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의 초점은 달라져야 한다. 단순한 재정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생학습과 재교육은 재정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으로 떠오른다.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선진국에서 노동 참여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국내총생산(GDP)은 약 1.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교육을 통해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수록 연금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교육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한국과 중국 모두 일본이 겪은 저성장 국면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두 나라 모두 일본만큼의 통화 여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공 일자리 확대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불안정한 민간 고용은 노후 대비 저축 여력까지 제약한다. 실제 중국의 기초연금 재정은 2023년 현금 부족 상태에 들어섰으며, 2030년에는 적자 규모가 GDP의 2%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사례, 단기 기술 중심 전환의 효과
일본은 고령화 충격을 먼저 겪은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4년 일본의 노년부양비는 50%를 넘어섰고, 사회보장 지출은 전체 예산의 약 25%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1인당 GDP 4만 달러(약 6,053만6,000원) 수준을 유지하는 데에는 재교육 지원 확대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65~69세 인구의 절반가량이 노동시장에 남아 있고, 해당 연령대 고용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학위 취득 중심이 아닌 ‘단기 기술 중심’ 교육에 집중했다. 그 결과 교육 참여자는 평균 3.2년 더 일하며, 이 기간 발생하는 연금 부담의 약 3분의 2를 스스로 충당하는 효과를 냈다. 다만 물가와 임금 변화를 연금에 반영하는 과정에서는 세대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재교육을 부담이 아닌 기회로 인식시키는 정책 설계와 메시지 관리가 함께 요구되는 이유다.

한국·중국, 다른 조건 속 같은 압박
한국은 인구 구조 문제의 강도는 크지만, 재정 여력은 일본에 미치지 못한다. 합계출산율 0.7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K-스킬 사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층의 디지털·돌봄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55~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72%까지 상승했고, 이는 GDP를 약 0.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공무원 선호가 강한 고용 문화는 여전히 제약으로 작용한다.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중 6명이 낮은 임금을 감수하더라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선택하겠다는 흐름은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키운다. 이에 따라 대학은 학문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사이버보안, 돌봄, 녹색기술 등 생산성과 보상이 연결되는 분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중국은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2025년이면 국민 평균 연령이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 개인형 연금 계좌를 도입해 1,100만 명이 참여했지만, 2040년 예상 부족분의 약 18%를 메우는 데 그친다. 이로써 재정 수단만으로는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60대 인구의 절반이 재교육을 통해 2년 더 일할 경우, 추가 세수만으로 부족분의 약 25%를 보완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정치 설계 능력이 성패 좌우
고령층 노동 참여 확대와 재교육 정책을 둘러싼 쟁점은 분명하다. 고령층 고용 증가가 청년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일본 사례를 보면 재교육을 받은 고령층은 초급 일자리보다 자문이나 돌봄 등 전문 영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한 교육 혜택이 고학력층에 집중되며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을 넓히고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정책의 효과는 설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장 큰 제약은 정치권의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다. 연금 개편을 단순히 ‘삭감과 지연’으로 설명할 경우 지지를 얻기 어렵다. 반면 교육을 미래 대비 수단으로 제시하면 여론의 반응은 달라진다. 실제 중국 공청회에서는 재교육 바우처를 함께 제시하자 정년 연장 찬성률이 1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선택 가능한 정책 수단은 갈수록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낡은 구조에 머물 것인지, 교육을 통해 노동과 연금 체계를 재편할 것인지의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재정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반대로 전환에 성공할 경우 고령화는 새로운 성장의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hattering the Iron Rice Bowl: Rethinking East Asia’s Aging and Pension Crisi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