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과잉 투자” 논쟁 불붙은 AI 대출 시장, 수익성 논쟁·중국 자립이 불확실성 키운다
[AI 버블] “과잉 투자” 논쟁 불붙은 AI 대출 시장, 수익성 논쟁·중국 자립이 불확실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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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품은 사모대출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지목
데이터센터 투자 대비 수익 회수 논쟁 본격화
중국 자립 변수에 AI 인프라 시장 불확실성↑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그 자금을 뒷받침하는 사모대출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며 금융 시스템 전반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특정 기업이나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은행과 금융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수익성 논쟁과 감가상각 부담,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가속 등 추가 변수까지 겹치며 AI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층 확대되는 국면이다.
AI 사모대출 30억 달러→2,000억 달러
29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총 9조 달러(약 1경3,58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FT는 “이들 빅테크가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사업이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는 모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러면서도 “AI 수요가 계획대로 확대되지 않을 경우엔 9조 달러짜리 확신도 ‘버블’의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역대 최대 평시 투자가 실제로 수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과거 닷컴 버블처럼 대규모 손실로 끝날지는 향후 5년 이내에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흐름은 사모대출 시장 확대와 맞물리며 위험 신호로 확장되는 추세다. 영국 상원 금융규제위원회(FSRC)는 지난 1월 ‘미지의 미지’ 보고서를 통해 “사모대출 시장의 시스템적 위험인지를 판단하기엔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면서 “각국 재무부조차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핵심 문제는 금융당국조차 구조와 규모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이 급격히 팽창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FSRC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유사하게 위험이 축적되는 과정이 뒤늦게 인식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가파른 성장세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집계에서 AI 관련 사모대출 잔액은 2015년 30억 달러(약 4조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2,000억 달러(약 303조원)가량으로 확대됐다. 에거먼 에렌 BIS 선임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자산을 인수·개발하는 특수 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이 사모 대출을 받는 형태로 자금을 조달한다”면서 “이는 상당한 규모의 사모 대출이 AI 기반 시설에 투입되도록 만들어 은행과 빅테크 기업 간 연계를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이 복잡해질수록 위험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미 이상 신호가 포착된다. 블랙스톤은 올해 들어 자사의 사모대출 펀드 ‘BCRED’ 지분 7.9%에 해당하는 38억 달러(약 5조6,000억원)를 환매했으며, 분기 기준 순유출액 역시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 블루아울은 ‘블루아울캐피털코프Ⅱ’ 환매를 중단하고 총 14억 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 자산을 매각했다. 사모대출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AI 관련 부실 우려가 결합되며 특정 자산군의 문제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번질 여지 또한 확대되는 모양새다.

데이터센터 수익성 붕괴 우려 제기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AI 인프라를 둘러싼 수익성 논쟁도 격화하는 흐름이다. 먼저 옹호론 측에서는 엔비디아 ‘H100’을 기반으로 한 그래픽처리장치 임대 서비스(GPUaaS) 모델 서버 1대 기준 투자비 32만 달러(약 5억원), 연간 매출 40만 달러(약 6억1,300만원), 영업이익 24만 달러(약 3억6,800만원)라는 계산이 제시되며 16개월 만에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GPU 가격만 21만 달러(약 3억2,000만원), 서버·네트워크·전력 인프라 구축에 11만 달러(약 1억8,000만원)가 투입되는 구조에서 가동률 70%를 유지하면, 시간당 65달러(약 10만원)에 달하는 이용료가 연간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동일한 투자 모델에서 수익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정반대 분석도 동시에 제기된다. 해리스 쿠퍼만 프레토리안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건설되는 데이터센터가 연간 400억 달러(약 60조원) 상당의 감가상각을 겪는 반면, 예상 수익은 그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손익분기점 도달을 위해서는 현재 대비 수익이 최소 10배 이상 증가해야 하는데,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가 동일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연간 4,800억 달러(약 729조원) 매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건설과 운영에 수반되는 비용 부담 역시 데이터센터의 수익성을 압박한다. 데이터센터는 수명이 길지 않은 고가 GPU와 약 10년 주기로 교체되는 네트워크 장비, 장기간 유지되는 건물이 결합된 형태로 구성된다. 특히 GPU는 약 5년의 감가상각을 전제로 설계되며, 기술 교체 주기가 짧은 만큼 초기 투자 회수 이전에 추가 투자 부담이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더해 전력비와 냉각비, 인건비 등 운영비가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까닭에 실제 순이익은 계산상 수치보다 크게 낮아질 공산이 크다.
글로벌 기업 경영진 사이에서도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어진다. IBM 최고경영자(CEO) 아르빈드 크리슈나는 “1기가와트(GW)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800억 달러(약 121조원)가 필요하며, 주요 기업이 20~30GW 투자를 추진할 경우엔 최대 1조5,000억 달러 자본 지출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전 세계적으로 100GW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8조 달러(약 1경2,000조원) 수준 자본이 투입되면 연간 8,000억 달러(약 1,200조원) 이익이 필요하지만 그런 수익을 낼 방법은 전무하다”고 결론지었다.
공급망 및 시장 경쟁 구도 변화 조짐
중국의 기술 자립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점은 또 하나의 변수로 거론된다. 중국은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한 상황으로, 현재 약 33% 수준의 자급률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위한 국가 주도 전략을 추진 중이다. 양쯔메모리(YMTC), SMIC 등 주요 기업이 참여한 13개 반도체 기업 연합은 14나노 공정의 안정적 양산과 함께 7나노 생산 라인을 100% 국산 장비로 구축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동시에 신규 반도체 공장에 중국산 장비 비중 50% 이상을 의무화하는 정책까지 도입되며 공급망 내재화가 강제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구체적인 기술 확보 움직임도 확인된다. 이달 25~27일 열린 ‘상하이 세미콘 차이나’ 전시회에서 아멕(AMEC)은 향후 10년 내 고성능 장비 자급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나우라는 12인치 웨이퍼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HPD30’을 공개하며 차세대 패키징 기술 확보를 시도했다. 다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확보에는 여전히 제약이 존재하는 만큼 첨단 공정 수율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로이터통신은 “특정 기업에서 ASML 출신 인력을 투입한 시제품 테스트가 진행 중이지만, 양산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국은 상대적 진입 장벽이 낮은 성숙 공정으로 생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가전 등에서 활용되는 범용 칩 시장을 선점해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장비·소재·공정 전반의 자립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첨단 공정에서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중국의 범용 반도체 생산 비중이 2024년 25%에서 2028년 4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 차원의 투자 규모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국은 전인대(양회)를 통해 1조3,000억 위안(약 285조원) 규모 초장기 특별 국채를 발행하고, 전력망과 AI 컴퓨팅 인프라에만 7조 위안(약 1,490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알렸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등에 업은 중국 AI 산업의 스마트 연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590엑사플롭스(EFLOPS)를 넘어섰고, 핵심 산업 규모는 1조2,000억 위안(약 263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대규모 자본 투입과 공급망 내재화가 결합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수요·가격·기술 경쟁 조건 또한 변화가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