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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바꾼 에너지 지도, 태양광·전기차 늘고 석탄 되살아났다

전쟁이 바꾼 에너지 지도, 태양광·전기차 늘고 석탄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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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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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 전력 기반 소비로 이동 촉진
탈탄소 정책 ‘일시적 유보’ 택한 국가도
공급망 불안에 각국 에너지 전략 재구성

이란 전쟁으로 석유와 가스 공급이 흔들리면서 각국의 에너지 대응 방식 또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기요금 급등과 공급 불안이 겹치며 가정 단위에서 태양광과 전기차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산했고, 국가 주도의 정책 시행 이전부터 실제 수요가 먼저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전력 수급 안정과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석탄과 기존 화석연료 설비 활용을 다시 꺼내 들었다. 여기에 공급망 충격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자국 내 전력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까지 동시에 부상하는 양상이다. 

유럽 가정 ‘탈석유 전환’ 가속

29일(이하 현지시각) 미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 24일 자국 내 모든 신축 주택에 히트펌프와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미래 주택 표준(Future Homes Standard)’을 도입했다. 에너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조치로, 오는 2028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옥토퍼스에너지를 비롯한 주요 공급 업체들에 대한 문의는 이미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 레베카 딥-심킨 옥토퍼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영국 내 많은 가정이 글로벌 에너지 가격에 좌우되는 국면에 지쳤다”며 “정책 시행 이전 단계부터 가격 충격이 소비 행동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는 특정 지역에서 더욱 빠르게 나타났다. 영국 동부 이스트앵글리아 지역은 태양광과 히트펌프 설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확인됐다. 이에 옥토퍼스는 기존 석유 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최대 10일 내 설치가 가능한 ‘신속 설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처럼 설치 기간 자체를 단축하는 방식은 실제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응으로 읽힌다. 업계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소비자들이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번 흐름 역시 일시적 수요 증가를 넘어 지속적인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글로벌 공급 충격은 이러한 전환을 가속한다. 프랑스 재무장관 롤랑 레스퀴르는 “걸프 지역 정제 역량의 30~40%가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손상되거나 파괴됐다”고 밝히며 “이에 따라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하루 1,1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등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추세”라고 짚었다. 그는 “복구에 최대 3년이 걸릴 전망이며, 현재 긴급 중단된 시설도 재가동까지 최소 수개월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급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소비자 선택이 화석연료에서 전력 기반으로 이동하는 움직임 또한 가속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수요 역시 동일한 분위기 속에서 확대된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 기관 에드먼즈에 의하면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관심은 전체 쇼핑 활동의 23.8%를 차지해 2026년 들어 주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엣지(CarEdge)의 집계에서도 이란 공습 이후 첫 주 전기차 검색량이 20% 늘었고, 호주에서는 무려 278%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미국의 2월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약 3만1,000대로 1년 전과 비교해 29% 늘었다. 

아시아는 석탄발전 의존 확대

반대로 화석연료 회귀를 택한 곳도 있다. 한국이 대표적 예다. 더불어민주당 중동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6일 국회 당정 협의를 통해 중동발 공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 상한을 풀고, 원전 가동률을 기존 60%대에서 80%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수출 운송비 및 에너지 바우처 확대 △물류비 지원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러시아산 원유·나프타 재도입 등이 동시에 논의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능한 여러 수단을 동원해 전력 수급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둔다. 

석탄 화력 발전 확대는 기존 설비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연료에 우선순위를 두는 판단과 맞닿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집계에서 2024년 기준 한국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한 비중은 약 33%로 전체 전력망 내에서 꾸준한 비중을 유지하는 에너지원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설비 구축이 필요한 재생에너지나 국제 가격과 운송 조건에 민감한 액화천연가스(LNG)와 달리 석탄은 기존 발전소를 활용해 단기간 내 출력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러한 특성은 위기 국면에서 정책 결정자들이 우선적으로 선택 가능한 배경이 된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전반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포착된다. 일본은 오는 4월부터 1년간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의 가동률 제한을 해제하고, 최대 출력 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해당 조치로 연간 약 53만 톤(t)의 LNG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되는 일본 LNG 물량 약 400만 t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필리핀 역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태국과 방글라데시도 석탄 발전 확대를 추진 중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시아 석탄 현물 가격은 29일 호주 뉴캐슬항 기준 t당 135달러(약 20만4,000원)로 전쟁 이전 대비 16% 올랐다. 

장기 공급 확보 전략 필요성↑

이번 충격은 아시아의 에너지 수입 의존을 결정적 전환점, 이른바 ‘우크라이나 순간’으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는 최근 보도에서 “4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번 10년 동안 두 번째로 닥친 대규모 에너지 충격은 수입 연료에 기대 온 국가들에 같은 취약점을 다시 노출했다”면서 “이에 각국은 직접 생산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전력원을 늘리는 방향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국제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비축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국가 경제를 방어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맞물린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와 운송 전기화는 단순한 기후 대응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울릭 푸그만 전략책임자는 “에너지 안보의 최선책은 에너지 시스템을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하고 내부화하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이 외부 충격으로부터 발생하는 장기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다안 월터 대표 역시 “1970년대 오일쇼크와 달리 지금은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서 “연료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국가들에 전기차는 이제 상식적인 선택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장기 대책이 가지는 한계도 분명하다. 안정적 수준의 재생에너지 시설을 확보하기까지는 일정한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동안 화석연료 가격 급등을 피할 수 없는 탓이다.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압력을 키워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같은 청정에너지 설비의 제조·설치 비용을 함께 끌어올린다. 여기에 공급망 측면의 또 다른 부담도 존재한다. 현재 재생에너지 핵심 부품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중동산 원유 의존을 줄이는 대신 청정에너지 부품의 대중 의존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아우르는 장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던 전략이 결과적으로는 다른 형태의 외부 의존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달 초 프랑스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안정적이고 저렴한 저탄소 전력원인 원자력에서 멀어진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하며 새로운 원자력 기술 발전에 2억 유로(약 3,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올해 들어서만 원자로 5기를 재가동해 4.6기가와트(GW)의 발전 용량을 추가 확보했으며, 한국은 2030년까지 퇴역 예정 설비 7.8GW의 수명 연장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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