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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수입 막히면 생산으로 버틴다? 이란이 꺼내든 ‘저항 경제’ 카드

[미국-이란 전쟁] 수입 막히면 생산으로 버틴다? 이란이 꺼내든 ‘저항 경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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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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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 대비 ‘버티기 경제 전략’ 가동
지상전·에너지 거점 타격 시나리오 대두
자원 공급 차질로 산업 전반 영향 확대

중동 전쟁이 4주를 넘긴 가운데 이란이 국가 운영 체계를 전시 대응 중심으로 전환했다. 의약품과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 주요 품목을 자체 생산으로 대체하고, 석유를 활용한 물물교환으로 식량과 기계류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발전소 분산 배치와 병행 경제 구조까지 결합되며 공습 속에서도 공급 체계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지상전과 에너지 거점 타격까지 검토하며 대이란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전쟁 충격은 중동 국가와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산하는 흐름이다. 

필수 물자 공급 안정성에 방점

29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이란은 의약품과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 수입 난항이 예상되는 품목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발전소를 전국에 분산 배치하고, 석유를 식량과 기계로 맞바꾸는 등 전쟁 충격 흡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이란은 반복된 제재 경험을 토대로 대외 충격에 대응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왔는데, 이번 전쟁에서도 석유를 활용한 물물교환 방식으로 식량 및 기계류를 확보하며 금융 제재를 우회하는 시도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이란은 전력망 방어를 위해 수백 개의 발전소를 전국 단위로 분산 배치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특정 발전소가 정밀 타격을 받더라도 전체 전력망이 동시에 마비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한 설계다. 동시에 ‘보냐드(Bonyad)’로 불리는 종교재단이 정부 예산 외부에서 별도의 경제 활동을 수행하며 중앙정부 지출의 30% 이상을 보완하는 구조를 유지 중이다. 이 자금 흐름은 공식 재정과 분리된 상태로 작동하며, 전시 상황에서 재정 압박을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제조업 기반은 전쟁 대응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현재 이란은 의약품·자동차 부품·가전제품 등 주요 품목의 80% 이상을 자체 생산하는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자바드 살레히-이스파하니 버지니아공과대학 교수는 “이란은 이웃 걸프 국가들과 달리 팔레비 왕조 시기부터 이어진 산업 기반을 유지하는 추세”라며 “수입품이 막히면 국내산으로 전환하는 유연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산 구조는 공습 상황에서도 시장 내 필수 물자의 공급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공급 불안이 급격히 확산하는 것을 막는다.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시설은 물론 연료 저장시설과 대형 가스 단지, 금융기관 등 주요 기반시설과 일부 철강 공장에도 공격을 가했다. 그럼에도 이란 당국은 식료품 등 필수재 공급이 원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유가 상승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약 15만원)를 웃돌면서 석유 수입이 증가해 전쟁 비용 일부를 상쇄하는 효과까지 나타났다. 다만 반도체와 정밀장비 같은 첨단 산업 분야의 경우, 외부 의존도가 높은 탓에 물류 경로 차질 시에는 공급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美 군사 옵션 확대

미국 역시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이란을 향한 군사 압박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이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점령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안 기습 작전을 ‘워 게임(모의훈련)’ 형태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양한 군사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사전 설계에 가깝단 분석이다. 지상전까지 포함한 선택지가 실제 검토 대상에 올라왔다는 점은 충돌이 단기간에 종료되지 않을 가능성을 전제로 한 접근으로 읽힌다.

다만 이러한 군사 전략은 미국 내 정치 환경과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28일 미국 전역 50개 주에서는 8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전쟁 확대와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특히 파병되는 해병대원의 가족들이 “아들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요구하는 장면은 전쟁 수행에 대한 사회적 피로가 상당 수준 누적됐음을 보여줬다. 심지어 같은 날 텍사스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중장년층과 젊은 지지층 간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등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균열이 시작된 상황이다. 

군사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확인된다. 미군은 전쟁 초기 16일 동안 1만1,000발 이상의 탄약을 사용했는데, 이 비용만 260억 달러(약 39조원)에 달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4주간 850발 이상 사용돼 연간 생산량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 같은 소모 속도가 유지될 경우, 한 달 내 탄약이 사실상 고갈되는 ‘윈체스터(Winchester)’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는 대만 해협이나 우크라이나 등 다른 지역의 군사 대응 여력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를 낳는다. 

그럼에도 미국 내부에서는 전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병존한다. 아폴로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4~6주 정도 지속될 변동성에 과민 반응하고 있다”며 이란 전쟁이 미국 경제를 훼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 심리가 일부 약화한 건 사실이지만, 실제 소비는 견조하게 유지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하며 “항공 여행과 호텔 수요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센 비판의 목소리 속에서도 미국이 이란을 향한 군사 압박의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배경이다. 

유가·공급망 리스크 일파만파

실제 전쟁의 여파는 당사국이 아닌 주변국에서 더 빠르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골드만삭스는 전쟁이 4월 말까지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이 두 달가량 폐쇄될 경우 카타르와 쿠웨이트의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14% 급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1990년대 초 걸프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각각 3%와 5% 수준의 GDP 감소가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많은 걸프국에 이번 전쟁은 코로나19 대유행보다 더 큰 충격을 남길 것”이라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시장 신뢰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공급 차질은 산업 전반으로도 전이된다.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생산 능력의 약 35%를 차지하는데,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공격을 받으며 헬륨 생산라인이 파괴됐다. 이와 관련해 에어리퀴드의 프랑수아 자코 최고경영자(CEO)는 “카타르에서 헬륨 생산을 4~8주 더 중단한다면, 공급 부족이 심화해 최첨단 반도체 생산까지 제한을 받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헬륨은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수적인 기체로,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가 차단되면서 비료 역시 영향권에 놓였다. 질소 비료 가격은 한 달 사이 50% 이상 급등했다. 질소 비료 사용량이 높은 옥수수 생산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료 가격 상승과 육류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확대되는 형국이다. 또 알루미늄 시장에서는 에너지 충격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음에도 중동산 공급 차질 영향으로 런던 시장 가격이 5.1% 뛰었다. 이에 자동차 부품과 음료 산업 등 알루미늄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 전반에 비용 부담이 확산하는 흐름이 관측된다. 

고유가 충격은 각국 재정 상태와 결합하며 비관적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세계 공공부채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미 100조 달러(약 15경1,300조원)를 넘어선 바 있다. 금리 역시 과거 위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국면에서 전쟁이 발발하며 인플레이션 우려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조지아주는 갤런당 33센트(약 500원)의 유류세를 중단했고, 영국은 일부 가구의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한국·태국이 연료 수출을 제한했으며, 뉴질랜드는 저소득·중산층 가구에 월 120달러(약 18만원)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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