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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상장 논쟁 재점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법 될까

삼성전자 미국 상장 논쟁 재점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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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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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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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에이션 개선 수단으로 美 상장 대두
‘사업보국’ 철학이 붙잡은 국내 중심 경영
복잡한 순환출자·지배구조 등 제약 존재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증시 상장 요구가 다시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최근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미국 상장 추진까지 맞물리며 관련 논쟁은 한층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요구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문제 제기의 연장선에 가깝지만, 삼성전자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규제, 외부 주주 개입 가능성 등 현실적인 제약도 함께 언급되며 논의의 범위 또한 확대되는 형국이다. 

“투자 규모 대비 저평가”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데이비드 삼라(David Samra) 아티잔파트너스 전무이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도 미국 증시 ADR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지난 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를 비공개 제출했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삼성전자도 수년간 ADR 상장의 비용·편익 분석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 주식을 담보로 미국에서 증서를 발행하는 ADR 상장은 글로벌 자본 유입을 유도하는 특성을 가진 만큼 매우 효과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 수단으로 거론된다.

삼라 전무이사는 ADR 상장 필요성의 핵심으로 접근성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미국의 일반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접근할 방법이 없어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없다”고 짚으며 “더 많은 유동성이 유입되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기업가치를 얻을 수 있고, 투자자 기반에 대한 정보 유통도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0억 달러(약 7조5,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아티잔은 삼성전자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해 왔으며,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은 0.7%다. 삼성전자는 아티잔 인터내셔널 밸류 펀드의 최대 보유 종목이기도 하다. 

ADR 상장의 효과는 이미 반도체 업계에서 확인된 사례가 존재한다. 대만 TSMC는 1997년 ADR 발행을 통해 5억2,000만 달러(약 7,800억원)를 조달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1조7,000억 달러(약 2,560조원) 수준에 달한다. 미국 상장 이후 외국인 투자자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유입되면서 대만 본토 주식 대비 ADR 가격이 더 높은 수준으로 뛰었고, 두 시장 간 주가 괴리율이 30%를 넘는 시기도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자본이 접근 가능한 시장에서 책정된 가격이 기업가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형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투자 규모 대비 낮은 평가가 논쟁의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공시에서 올해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에 1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90조4,000억원) 대비 21.7%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배를 밑도는 수준으로 또 다른 경쟁사 마이크론의 5배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런던에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를 상장한 상태지만, 글로벌 자금의 중심인 미국 시장과의 연결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저평가 논쟁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고(故) 이병철 삼성전자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사진=호암재단

수출·고용·소득으로 국가 기여

삼성전자는 1987년 세상을 떠난 고 이병철 명예회장의 뜻을 기려 ‘사업보국’을 핵심 경영 철학으로 삼아 왔다. 기업 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이 개념은 인재제일·합리추구보다 앞선 첫 번째 창업이념으로 제시됐다. “기술혁신으로 좋은 상품을 남보다 먼저 만들고, 수출과 고용과 소득을 늘리며 경영합리화로 잉여를 많이 올려 기업 확장의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기업인의 본분이며 사회적 의무”라는 이 명예회장의 발언은 이러한 철학의 방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사업 결정에도 이 같은 철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소규모 유통과 식품, 의복사업에서 출발한 삼성이 1969년 전자 사업에 진출하고, 1983년 반도체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힌 결단은 당시 산업 환경과 수익성 기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반도체 진출 당시 재계에서는 “일본의 최고 기업들조차 힘겨워하는 반도체를 어떻게 해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이 명예회장의 주도 아래 삼성은 1983년 64K D램 개발, 1984년 256K D램, 1986년 1Mb D램을 차례로 상용화하며 반도체 산업 기반을 구축했다.

기업의 운영 방식도 같은 철학을 따른다. 삼성은 1938년 전자 외에도 무역, 제당, 섬유 등 생활 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적극 확장했고, 이는 수입 대체와 외화 획득, 고용창출이라는 효과를 낳았다. 이후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복지재단 등 다양한 공익 재단 설립까지 이어지며 기업 활동을 사회적 기여와 연결하는 구조가 갖춰졌다. “나라가 없다면 기업도 없다”며 기업 존립의 전제를 국가와 동일선상에 뒀던 이 명예회장의 인식을 반영한 결과다. 

오늘날의 경영 기조도 창업 이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2019년 호암 32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선대 이병철 회장님의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고 언급하며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에 발맞춘 유연한 전략이 강조되는 국면에서도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유지하고, 주요 생산 기반을 한국에 두는 배경으로도 이 같은 철학이 거론된다. 해외 상장 요구를 둘러싼 기업의 의사결정이 단순한 시장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적·제도적 충돌 우려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은 시장 내 논의에서 꾸준히 반복되는 주제다. 2021년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통해 약 55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이후, 국내 주요 기업의 해외 상장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 특히 이 시기 삼성전자 주가는 박스권 흐름을 벗어나지 못해 투자자 사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사례로 언급됐다. 이보다 훨씬 앞선 2013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소비자는 삼성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는 접근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해외 상장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외부 압박과 별개로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별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국제회계기준 도입, 분기별 공시 대응 체계 구축 등 실무 단계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2001년 1월 회사는 “나스닥 상장에 드는 비용과 수고에 비해 즉각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상장 유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등 외국 투자자들은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삼성전자를 분할해 나스닥에 상장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문제는 시장의 요구가 실행 단계로 이어질 때 발생하는 제약이다. 삼성전자는 순환출자와 계열사 지분 관계가 얽힌 복합 지배구조를 유지 중이다. 이는 금산분리 원칙, 공정거래법상 출자 제한, 지주회사 요건 등 국내 법체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월 인적분할 계획을 공시한 이후 한국거래소의 강도 높은 심사를 거치며 재상장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2개월 넘게 지연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해외 상장을 추진할 경우엔 미국 SEC 기준의 공시와 지배구조 투명성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데, 기존 구조를 유지한 채 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법적·제도적 충돌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외부 주주의 경영 개입 시도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5년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보통주 1,112만5,927주를 매입하며 ‘경영참가’를 선언했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대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고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공개 반대했다. 이후 2018년에는 해당 합병 과정과 관련해 1조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글로벌 투자자의 영향력 확대가 경영 의사결정의 주요 걸림돌로 작동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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