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5만 명 중동 배치, ‘82공수사단’까지 투입했지만 이란 전면전엔 역부족
미군 5만 명 중동 배치, ‘82공수사단’까지 투입했지만 이란 전면전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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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전운 고조 속 지상전 대비 움직임 現 미군 집결 병력 이라크전의 20% 수준, 이란 점령 불가 이란, 지상전 징후에 결사항전 의지 “미군 진입 시 불태울 것”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지상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중동 지역 병력을 증강하면서, 현지에 배치된 미군 규모가 5만 명을 넘어섰다. 미 육군 최정예 부대인 제82공수사단(82nd Airborne Division)까지 중동 지역으로 이동시키며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다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 정도 병력으로는 이란을 상대로 한 전면 침공이나 장기 점령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동에 미군 5만 명 집결, 트럼프 ‘지상작전 카드’ 저울질
2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중동에 배치된 미군은 5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쟁 전에 비해 1만 명 늘어난 수치다. 현재 중동에는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이라크·시리아·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지의 기지와 함정에 통상 약 4만 명이 배치돼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확대하면서 5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중동 내 군사 기지에 있는 미군은 쿠웨이트 1만3,500명, 카타르 1만 명, 바레인 9,000명, 요르단 3,800명, 사우디 2,700명 등이다. 또 제31 해병원정대 2,500명과 해군 1,000명이 수륙양용 강습상륙함을 타고 29일 중동에 도착했으며, 지난주에는 육군 제82공수사단 약 2,000명도 추가 파견됐다. 지난달 24일 미 국방부는 수시간 내에 82공수사단 3,000여 명을 중동에 배치하라는 서면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이란에서 몇 주간 지상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부대와 정규 보병 부대가 혼합된 형태의 기습 공격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들이 이란의 원유 수출 요충지인 페르시아만 하르그섬 장악 등에 투입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전문가들이 핵심 거점으로 지목한 섬은 아부무사·대툰브·소툰브·헹암·케슘·라라크·호르무즈 등 7곳으로, 연구진들은 이를 이란의 ‘아치형 방어선’이라고 명명했다. 이란 관리들 역시 이 섬들을 ‘불침 항공모함’이라고 부른다.
미군이 하르그섬 상륙을 시도할 때에도 이 섬들을 지나야 한다. 섬에 상륙하는 방법은 해상과 공중 두 가지지만, 병력과 장비를 해변에 하역할 수 있도록 해군 함정이 해안선 가까이 이동해야 한다. 고고도 항공기에서 낙하산으로 섬에 강하하는 방법도 있으나 해상 수송에 비해 장비 운반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미국이 지상군 작전을 펴기 위해서는 이들 섬에 주둔 중인 이란군 진지를 반드시 먼저 제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美 육군사단 중 가장 경량화된 신속대응부대 ‘제82공수사단’
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82공수사단까지 투입한 것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가용 가능한 최상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현재의 긴박한 정세를 타개하려는 확고한 결단력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협상이 실패할 경우 즉각적인 군사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됐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극대화하는 신호기도 하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창설된 82공수사단은 미 육군의 ‘글로벌 대응군’으로 분류되는 육군 내에서도 최강 전력 기동군이다. 미 육군 제18공수군단 예하 사단급 부대인 82공수사단은 지상 전투와 특수 임무를 맡는 부대로, 미 육군 내에서 제101 공중강습사단과 함께 신속대응 전력으로 꼽힌다. 모든 병력과 물자를 수송기로 나른 뒤 공중투하를 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어디든 명령 하달 이후 18시간 이내 수백 명의 선발대를 긴급 투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82공수사단은 탱크와 장갑차, 자주포 등 중장비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82공수사단은 미 육군 역사상 가장 높은 명성과 공적을 쌓은 정예사단 중 하나다. 미국의 10부작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유명한 제101공수사단보다 뛰어난 최정예사단으로 꼽힌다. 이런 까닭에 101공중강습사단을 포함한 보병부대 장병들은 보병(Infantry)이라고 불리지만, 82공수사단 장병들은 반드시 공수대원(Paratrooper)이라 구분해 불린다. 실제 101공중강습사단은 주로 헬기를 활용해 적진에 투입되지만 82공수사단은 낙하산을 메고 수송기에서 강하하는 정통 공수부대다.
부대의 상징성이 확립된 건 제2차 세계대전에서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82공수사단은 해안 상륙에 앞서 적 후방에 투입돼 교량과 도로를 확보하며 연합군 진격의 길을 열었다. 병력 분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소규모 단위로 독일군을 교란한 작전은 공수부대의 전략적 가치를 입증한 대표적 사례다. 또 북아프리카에서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로멜의 독일군과 싸우고 지중해를 건너 시칠리아로 진격해 이탈리아 본토로 진격하는 내내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했다.
냉전과 이후 분쟁에서도 이들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1990년 걸프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방어선의 방패로, 중동 분쟁에서는 ‘선제 투입 전력’으로 기능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제거 이후,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등 주요 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투입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천연 성벽’ 이란 산맥, 현재 병력으론 지상전 못 이겨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무리 82공수사단까지 투입한다고 해도, 중동에 배치된 현재 병력만으로는 이란 정도의 규모를 가진 국가를 점령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 주도 연합군이 약 25만 명을 동원했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에 30만 명 이상을 투입한 것과 비교하면 현재 미군 규모는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란은 인구 9,300만 명에 달하며, 국토 면적이 미국 본토의 3분의 1 규모인 데다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둘러싸여 있어 난공불락의 요새로 평가받는다. 군 전문가들은 5만 명은 해상 전력을 포함한 숫자일 뿐, 복잡한 지형과 무기 체계를 갖춘 이란을 상대로 전면 지상전을 벌이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지상전 가능성이 재차 거론되자 이란 내에서는 선전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군 소식통은 “지상전을 위해 100만 명 이상을 조직했으며 참전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드론이나 미사일 발사 영상을 공개하는 등 병력을 과시하는 듯한 보도도 나왔다.
이란 지도부의 경고도 잇따랐다. IRGC 카탐 알안비아(Khatam al-Anbia) 중앙본부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가리 중령은 미국의 도서 점령 야망이 "한낱 꿈(pipe dream)에 불과하다"며, 이란군이 지상 공격 개시를 섬멸의 카운트다운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 대통령 중 가장 큰 거짓말쟁이'이자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규정하며 그가 미국 병사들을 '죽음의 수렁(quagmire of death)'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IRGC 출신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마즐리스(의회) 의장도 "적은 공개적으로 협상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은밀하게 지상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천명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우리 병사들은 미군이 지상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그들의 목숨을 불태울 작정"이라며 "미국이 이란의 항복을 추구하는 한, 우리는 결코 굴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