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탄소 배출 책임과 비용 부담의 괴리, 점진적 탄소세 해법 부각
[딥파이낸셜] 탄소 배출 책임과 비용 부담의 괴리, 점진적 탄소세 해법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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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가격 부담, 청년·저소득층에 집중 노동소득 감소가 후생 악화로 연결 분배 설계 없이는 정책 지속성 약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후 정책은 이론적으로는 타당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기후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놓여 있다. 연구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전 세계 온난화의 3분의 2는 소득 상위 10%의 배출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탄소 배출 가격이 상승할수록 부담은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과 저소득층, 고용 불안정 가구로 집중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비용 전가는 정책의 균열을 키운다. 실제 호주는 탄소가격제를 도입한 지 2년 만에 폐지했다. 캐나다 역시 정부가 대부분 가구에 환급이 더 크다고 설명했음에도, 지난해 4월 소비자 탄소세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청년들이 제기한 기후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2024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들 사례는 설계가 정교하지 않은 탄소가격제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탄소가격제의 공정성
탄소가격제의 기본 논리는 단순하다. 오염에 가격을 부과해 배출량을 줄이고, 시장이 비용 대비 효율적인 해법을 찾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원칙은 유효하며, 제도는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28%가 탄소가격 적용 대상에 포함됐고, 이를 통해 창출된 재정 수입도 1,000억 달러(약 149조8,700억원)를 넘어섰다.
하지만 쟁점은 제도의 존폐가 아니다. 설계의 공정성이 핵심이다. 비용을 누가 먼저 얼마나 부담하고, 누구를 정책적으로 보호할지가 성패를 좌우한다. 세수 환급 구조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제도는 효율을 확보하기 어렵고, 물가 상승이나 선거 같은 외부 변수에도 쉽게 흔들린다. 호주와 캐나다 사례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보상 체계가 체감되지 않을 경우 탄소가격은 특정 계층에 유리한 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캐나다의 환급 제도는 실질적 혜택이 있음에도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매주 체감되는 주유비 부담과 몇 달 뒤 지급되는 환급 사이의 시차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통계적 평균보다 당장의 현금 흐름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구조적 부담이 만든 합리적 저항
한국 사례는 기후 정책에서 나타나는 ‘시간적 불평등’을 드러낸다. 2020년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탄소중립기본법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며 미래 세대의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구체적인 감축 계획이 없는 입법적 미비가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정책의 목표가 불투명할 경우, 그 미흡함이 결국 청년층의 실질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임을 사법부가 확인한 셈이다.
경제 실증 연구도 같은 결과를 제시한다. 탄소가격의 영향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 그치지 않고 임금과 고용, 자산 전반으로 확산된다. 특히 금융 여력이 낮은 계층에서는 실질 소득 감소가 곧바로 생활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탄소가격제는 탄소 함량만 반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노동 소득과 가계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

사회보험형 설계로의 전환
이 같은 한계를 고려하면 설계 방식의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가구에 동일한 방식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가격제는 지속되기 어렵다. 같은 비용이라도 고소득층에는 부담이 크지 않지만 저소득층에는 생계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해법은 탄소가격 신호를 유지하면서 세수 재분배를 차등화하는 데 있다. 이른바 사회보험형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저소득·청년 가구에는 더 많은 환급을 제공하고, 중저소득층의 근로세 부담은 낮추는 방식이 요구된다. 에너지 대체 수단이 부족한 지역에는 주거와 교통 지원을 집중할 필요하다. 반면 항공 여행이나 대형 차량, 고에너지 소비 주택 등 사치성 배출에는 더 높은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감축 동력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아니다. 오히려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 조건에 가깝다. 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세수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탄소가격제에 대한 지지가 크게 달라졌다. 비용의 크기보다 부담이 공정하게 분배된다는 체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결과다.
교육과 미래 세대를 위한 기후 신뢰
기후 정책의 성패는 교육과 시민 의식의 문제로도 직결된다. 청년은 미래의 납세자이자 사회를 이끌 세대다. 주거비와 교통비가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청년층이 정책을 생활 부담으로만 받아들이게 된다면, 기후 대응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을 잃는다. 따라서 교육기관은 기후 정책을 다룰 때 기술적 해법과 함께 분배의 공정성을 강조해야 한다. 정부 역시 탄소세 수입 일부를 청년층의 주거 개선이나 친환경 직업훈련에 직접 투입해 정책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는 정책의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기후 정책의 역설은 분명하다. 온난화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집단이 아니라, 부담 여력이 낮고 정책 영향을 장기간 떠안아야 하는 집단에서 저항이 먼저 나타난다. 이런 구조에서는 탄소배출에 비용을 먼저 부과하고 이후 환급으로 보완하는 방식만으로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출발 단계부터 점진적이고 차등적인 설계가 요구된다. 더 많이 배출하고 더 많은 자원을 가진 집단이 더 부담하고, 청년과 서민을 보호하는 원칙이 제도에 반영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탄소가격제는 일상에 대한 부담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ogressive Carbon Pricing or Climate Revolt: Why Young Households Cannot Carry the Transi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