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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한 곳에 쏠린다" 초대형 IPO 앞둔 스페이스X, 증시·가상자산 '유동성 블랙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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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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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까지 다가온 스페이스X 초대형 IPO, 유동성 대거 이동 전망
스페이스X 상장 앞두고 유상증자 검토한 메타, 주가 순식간에 급락
가상자산 가격 하향곡선, AI發 압박에 미래 성장성 프리미엄까지 뺏겨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코앞까지 다가온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스페이스X가 위험자산 자금을 대거 흡수하며 '유동성 블랙홀'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각국 증시는 물론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막대한 규모의 자금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이스X의 금융 시장 내 존재감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시장에 공식 상장한다. 기업가치는 1조7,500억 달러(약 2,65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시장에서 거론되는 신규 조달 목표액은 최대 750억 달러(약 110조원)이다. 막대한 규모의 IPO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대거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시장 전반에 배분돼 있던 위험자산 자금이 한꺼번에 스페이스X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페이스X의 IPO가 “자본을 빨아들이고 유동성을 긴축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가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가 세운 세계 최대 규모 IPO 기록(294억 달러·약 44조7,2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진단이다. 상하이 소재 징시투자관리의 왕정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같은 보도에서 “스페이스X의 IPO에 많은 투자자의 시선이 쏠리면서 청약 준비를 위해 신흥국과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일부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홍콩을 포함한 IPO 시장의 유동성 여건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 금융서비스 기업 스톤엑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스톤엑스는 지난달 12일 ‘스페이스X IPO, 시장 유동성의 한계를 시험하다(SpaceX IPO Tests Limits Of Market Liquidity Depth)’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의 IPO가 역사상 가장 큰 자본 이벤트 중 하나이며, 단일 상장이 투자자 자본의 불균형한 몫을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피오나 신코타 스톤엑스 선임 시장분석가는 “스페이스X 상장의 순수한 규모가 더 넓은 IPO 시장의 산소를 빨아들이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금리 인상의 압박에 노출된 증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는 국면에서는 시장 내 여유 유동성이 감소하고, 투자자들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보유 자산을 매도해 투자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상 주식시장 수급에 이중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최근 수일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말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50% 안팎에서 반영되고 있다.

메타,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 '곤두박질'

증시에서는 이미 급격한 자금 이동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메타의 유상증자 소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지난 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 경영진이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채택했던 의무전환우선주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무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 투자금을 곧바로 확보하면서도 보통주 신주 발행은 몇 년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이처럼 메타가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설비 투자 비용 부담이 있다. 메타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AI 반도체 확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메타 AI 서비스 추론 인프라 확대 △AI 모델 학습용 컴퓨팅 클러스터 구축 △차세대 초지능 연구용 컴퓨팅 자원 확보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AI 관련 설비 투자 지출은 최대 1,450억 달러(약 2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그 규모가 1,600억 달러(약 242조8,000억원) 안팎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장이 이러한 메타의 움직임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관련 보도가 나온 5일 뉴욕 증시에서 메타의 주가는 5% 이상 하락 마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초대형 IPO를 진행하는 스페이스X에 시장 관심이 쏠린 가운데, 수익성 확보 여부가 불분명한 투자를 단행 중인 메타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메타 입장에서는 AI 투자 확대를 위해 시장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투자 자금이 스페이스X로 이동하는 역풍을 맞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가상자산 전망도 불투명

가상자산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매한가지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글로벌 유동성이 AI 관련 기술주로 쏠리면서 이미 약세를 보이고 있었다. 통상 기술주가 주도하는 강세장은 위험자산에도 우호적인 환경으로 여겨지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문법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양상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매트릭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주 10% 안팎의 하락 폭을 기록하며 2월 이후 최악의 주간 성과를 냈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금이 지속적으로 순유출되는 추세다.

월가에서는 AI가 사실상 시장의 모든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기업과 초대형 데이터센터 투자 수혜주들이 연일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인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 역시 최근의 비트코인 약세에 대해 "가상자산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AI로의 자본 이동(capital rotation)"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자체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성장 기대가 형성된 AI 분야로 자금을 재배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 속 스페이스X의 IPO는 가상자산 시장의 하방 압력을 한층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부여해 왔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선점 프리미엄을 스페이스X가 일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은 오랫동안 아직 제도권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은 미래 자산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자금을 끌어모아 왔으며, 스페이스X 역시 우주 산업과 AI, 위성 통신을 아우르는 차세대 성장 스토리를 제공한다. 관건은 스페이스X가 비트코인과 달리 실제 사업과 현금 흐름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이다. 가상자산 투자 자금의 일부가 스페이스X로 이동할 명분이 충분한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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