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재기가 키운 ‘골드러시’ 랠리, 중국발 공급 확대에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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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사재기가 밀어 올린 사상 최고가 증산 드라이브 본격화에 상승 사이클도 꺾여 준비자산 재편 흐름 속 각국 중앙은행 수요 견고

국제 금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중국이 주도했던 글로벌 골드러시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금 매입과 개인 투자자들의 사재기가 수년간 금값 상승을 떠받쳤지만, 최근 들어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중국 전역에서 대형 금광 개발이 잇따르고 생산량 확대 속도도 빨라지면서 향후 공급 증가 전망이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온스당 5,500달러 찍었던 금값, 연초 수준으로 후퇴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3.1% 하락한 온스당 4,365.3달러(약 67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급락으로 금 선물 가격은 연초 수준까지 밀리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금값은 지난해부터 강세 흐름을 이어가며 올해 초 한때 온스당 5,500달러(약 843만원)를 돌파한 바 있다.
국제 금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서자 세계 최대 금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은 순식간에 급랭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금 거래 상권 일부 매장에서는 하루 수㎏에 달하던 판매량이 수백g 수준으로 감소했다.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매수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 이후 추가 매수를 유보하면서 소매 수요가 빠르게 증발한 것이다.
상하이의 대표적인 금 무역 허브인 유가든(예원)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저우바오린은 이 같은 극심한 전단 양상을 몸소 겪고 있다. 저우는 "올해 첫 두 달 동안은 매일 평균 2㎏에서 3㎏의 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지만 최근 국제 금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이후에는 일일 판매량이 100~200g 수준으로 처참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국 내 금 투자 열풍이 가격 상승 기대에 크게 의존했던 만큼, 조정 국면에서는 반대 방향의 심리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中의 금 쇼핑, 수년간 이어진 가격 상승 동력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이유는 올해 초 기록적인 골드러시 랠리 이후 금 가격이 고점을 찍고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골드러시의 배경엔 중국의 금 사재기가 있다. 중국이 글로벌 금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이자 주요 중앙은행 매입국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말 러시아로부터 9억6,100만 달러(약 1조4,700억원) 상당의 금을 매입했는데, 이는 양국 무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 거래로 평가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의 금 수출은 두 달 연속 9억 달러를 넘어서며 지속적인 공급 흐름을 보였다. 작년 10월 러시아 금의 중국 수출액은 9억3,000만 달러(약 1조4,200억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인민은행의 금 매입 전략은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이다. 그간 인민은행은 단계적으로 대규모 금을 매집해 왔다. 1952년 500만 온스(141.7t)에 불과했던 중국의 금 보유량은 1950년대 말 전국을 휩쓴 대기근을 해결하기 위한 식량 구매에 금을 사용하면서 85t으로 줄었다. 359t대를 유지하던 금 보유량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던 2001년을 거치며 546.9t으로 확대했다. 이후 2009년, 2015년, 2019년 세 차례 금을 매입하면서 1,775.8t으로 확대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금 보유량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해 11월 29.2t 구매가 시작이었다. 인민은행은 2024년 4월까지 288t을 사들였고, 5~10월 금 구매를 잠시 멈췄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11월부터 다시 금 매집에 나섰다. 지난해 8월까지 10개월 동안 늘어난 보유량만 34.59t에 달한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글로벌 금 시장에서 가격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고공행진하던 금값은 올해 3월부터 상승 움직임이 꺾이기 시작했다. 3월 들어서만 13% 이상 하락하며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 5월 한 달간 3%가량 하락했으며, 올해 1월 말 상하이금거래소(SGE)가 세운 역사적 최고가인 1그램당 1,255위안(약 28만8,000원)과 비교하면 20% 이상 폭락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두 달간 금 시세는 1그램당 1,000위안(약 22만6,000원)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으나, 지정학적·거시경제적 위험 요인이 가중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리스크는 극대화된 상태다.

금을 새로운 수출품으로, 중국 정부 7년 연속 금 공급 늘려
갑작스레 금값이 꺾인 데는 중국의 공격적인 금광 개발 움직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중국은 전반적인 달러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금광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올해 금 생산 목표는 지난해보다 7.7% 늘어난 260t으로, 목표대로 이뤄진다면 증가율이 지난해에 이어 연속 7%를 웃돌게 된다. 중국은 지난해 모두 240.08t의 금을 생산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7.15% 증가한 것이다.
중국의 금 생산량은 최근 7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금 생산량은 세계 2위인 미국을 추월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안에 세계 1위인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만 보더라도 중국의 금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한 129t을 기록한 반면, 남아공의 금 생산량은 7% 감소한 134t에 그쳤다. 남아공은 2002년부터 주요 금광의 채굴 비용 증가와 대규모 파업 사태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남아공의 지난해 금 생산량은 275t으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최근 잇따라 대규모 금광 개발에 성공한 상황이다. 지난 4월 16일 간쑤성 양산에선 매장량 308t 규모의 초대형 금광이 발견됐다. 잠재적 경제가치가 500억 위안(약 22조2,800억원)에 이르는 이 금광은 지금까지 중국에서 발견된 금광 가운데 가장 크다. 이에 앞서 같은 달 8일에는 산둥성 라이저우에서 매장량 51.83t 규모의 금광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금광의 잠재적 경제가치는 8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금광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금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금을 팔아 65억 위안(약 1조4,600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1온스당 517달러(약 79만원)로 시작한 금값은 한때 700달러(약 107만원)를 돌파하고, 연말엔 636.6달러(약 97만원)를 기록하는 강세를 보였다. 중국으로선 새로운 수출품을 발굴한 셈이다.
실제로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초 발표한 연례 보고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미국 국채(22%)를 넘어섰다. 금 비중은 2023년 말 16%에서 2024년 말 20%에 이어 2년 새 11%포인트나 뛴 반면, 미 국채는 같은 기간 26%, 25%, 22%로 매년 낮아졌다. 금 비중이 미 국채를 앞지른 것은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흐름은 더 넓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서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통화 구성 중 달러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7% 아래로 떨어져 199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2001년 72%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낮아진 결과다. 여기엔 달러화 자산의 ‘무기화’에 대한 경계가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은 3,000억 달러(약 460조원) 규모의 러시아 달러화 자산을 동결했다. 이에 중국·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제재 위험에서 자유로운 금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 재정적자로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린 점,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도 금 쏠림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