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두고 글로벌 자금 빨아들이는 스페이스X, 기술력·산업 패권으로 장기 강세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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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IPO 과정서 글로벌 '유동성 블랙홀'로 자리매김 스타링크·우주 데이터센터 사업 등 미래 성장성에 시선 쏠려 재사용 로켓으로 비용 대폭 효율화, 자금 동원력도 압도적

기업공개(IPO)를 앞둔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청약 증거금이 역대 최대 수준까지 몰리고, 높은 리테일 물량 비중으로도 투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등 금융 시장의 유동성이 순식간에 스페이스X로 빨려 들어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이미 글로벌 우주 산업에서 압도적 입지를 확보한 상태인 만큼, 상장 초기의 혼란이 진정된 후에도 한동안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스페이스X IPO 과열 조짐
10일(이하 현지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목표 기업 가치는 1조7,500억~2조 달러(약 2,650조~3,050조원) 수준이며,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약 20만6,100원)다. 공모 규모는 5억5,560만 주이고, 목표 공모 금액은 750억 달러(약 110조원)로 기존 최대 규모 IPO 전례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294억 달러·약 44조7,200억원)의 2배 이상이다. IPO 청약 증거금은 최소 2,500억 달러(약 381조원)를 넘어섰다. 이는 목표 공모 금액을 3배 이상 웃도는 수치이자, 글로벌 IPO 북빌딩 기준 최대치다.
향후 배정 과정에서는 투자자가 신청한 금액의 일부만을 쪼개어 받는 안분(Pro-rata) 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 물량이 통상 한 자릿수에 그치는 보통 IPO와 달리 초기 유동 주식 물량의 20~30%가 리테일에 배정됐지만, 이마저도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100억 달러(약 15조원)를 신청한 기관 투자자의 실제 확보 물량은 30억 달러(약 4조5,7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며, 고정 가격으로 청약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들 역시 청약 대금의 약 25%를 주식으로 받고 나머지 현금은 그대로 돌려받게 된다. 최종 배정에서 탈락해 투자자에게 반환될 자금은 1,750억 달러(약 267조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처럼 반환된 유동성이 재차 스페이스X에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의 공모가는 치열한 청약 경쟁 속에서도 시장 예상보다 낮은 선에서 책정됐다. 배정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시장에서 추가 매수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여기에 패시브 자금 유입까지 더해지면 주가 변동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글로벌 지수 산출 업체 MSCI는 스페이스X에 대해 대형 IPO 기업 조기 편입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는 상장 후 약 10거래일 만에 MSCI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SCI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규모는 5조7,900억 달러(약 8,840조1,700억원)에 달한다. 스페이스X가 MSCI 지수에 편입되면 이들 펀드는 지수 구성 비중에 맞춰 스페이스X 주식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여기에 나스닥100, FTSE 러셀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까지 포함하면 상장 직후 대규모 수급 효과는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이스X의 우주 산업 경쟁력
시장은 이러한 상장 초기의 혼란이 사그라진 후에도 스페이스X의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스페이스X가 우주 분야에서 갖춘 압도적 경쟁력이 주가를 장기간 지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 상업용 위성 발사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 중인 기업이다. 창립 이후 총 1만2,000기 이상의 위성을 우주에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약 1만 기가 현재 지구 저궤도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평균 2.2일에 한 번꼴로 로켓을 쏘아 올리며 전체 로켓 발사의 70% 이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위성들의 기본적인 목적은 저궤도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저궤도 위성을 활용하면 기존 지상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나 재난 상황에서도 고속·저지연 통신망 이용이 가능하며, 최근 들어서는 단순 인터넷 제공을 넘어 휴대전화 직접 연결(Direct-to-Cell), 군·정부용 통신(스타쉴드) 등으로도 기능이 빠르게 확장되는 추세다. 사실상 스페이스X는 지구 전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주 인프라'를 확보 중인 셈이다.
우주 데이터 처리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1월 스페이스X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우주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며 위성 발사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AI로 인해 폭증하는 데이터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100만 개의 위성 군집을 발사하고, 태양광 기반의 데이터 처리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텍사스 배스트롭에 약 1,100만 제곱피트(ft²) 규모의 '기가샛(Gigasat)'을 건설해 우주 데이터센터용 AI 위성을 대량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스페이스X는 이 시설에서 AI1 위성을 생산해 2027년 말까지 연간 1기가와트(GW) 규모의 우주 AI 컴퓨팅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연간 100GW 수준으로 처리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술력·자금 방면에서도 우위
스페이스X가 이처럼 대규모 위성 발사 계획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로켓 재사용 기술을 필두로 유의미한 발사 비용 절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자사 팰컨9 발사체에 발사 후 1단 추진체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팰컨9의 1단 추진체는 발사 후 역추진과 자세 제어를 통해 착륙하며, 이후 점검과 정비를 거쳐 다시 발사에 투입된다. 팰컨9 모델 중 하나인 ‘B1067’은 지난 2월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되며 33번째 재사용 기록을 쓰기도 했다.
이에 더해 스페이스X는 향후 재사용 범위를 발사체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구상하에 ‘스타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1단· 2단 발사체를 모두 회수해 완전 재사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로켓 발사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작비를 이론상 거의 제거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민간 로켓 발사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여타 우주 기업들은 이 같은 스페이스X의 독주를 막기 위해 추격을 지속해 왔으나, 스페이스X가 확보한 공고한 입지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유력한 경쟁사로 꼽히는 블루오리진이 최근 발생한 등대형 로켓 ‘뉴글렌’ 시험 중 폭발 사고로 프로젝트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로켓랩 등 재사용 로켓과 관련해 사업성을 갖춘 일부 기업도 발사 횟수와 운반 규모, 성능 등 측면에서는 스페이스X를 뛰어넘지 못하는 추세다.
자금 동원력 역시 여타 우주 기업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를 통해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현금을 창출하는 구조를 갖췄다. 다수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 가능한 재정적 여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최근 IPO로 대규모 자금 조달 통로가 열린 만큼, 향후 투자 규모는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등 전통 우주·방산 기업들은 대부분이 정부 계약에 의존 중이며, 블루오리진 역시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개인 자금 지원을 핵심 재원으로 삼고 있다. 스페이스X가 사실상 우주 산업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자체 현금 흐름 및 민간 투자 유치 능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