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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공포 현실화, 대안 없는 에너지 동맥에 세계 경제 긴장

호르무즈 봉쇄 공포 현실화, 대안 없는 에너지 동맥에 세계 경제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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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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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직격타, 카타르 GDP 14%↓ 전망
군사 열세 속 ‘버티기 전술’ 돌입한 이란
단기전 의지 美, 명확한 종전 시나리오 부재

중동에서 이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흔들기 시작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현실적인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주요 산유국 경제에도 충격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우회 배관과 대체 수송로가 제한된 상황에서 에너지 시장의 불안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장기전을 염두에 둔 비대칭 전략으로 ‘버티기’에 들어갔고, 미국 내부에서도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전략 논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3차 오일쇼크’ 공포 커져

15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충돌을 빚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할 가능성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인접 산유국들이 구축한 우회 수송로가 전체 물동량의 약 25%만을 소화하는 탓에 대체 수단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NYT는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동맥이 막히면서 글로벌 경제가 ‘3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로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약 14만9,000원)를 돌파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확대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사우디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는 홍해로 연결되는 ‘동서 횡단 배관(East-West Pipeline)’ 가동률을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해당 배관의 수송 능력은 하루 700만 배럴에 불과해 내수용 200만 배럴을 제외하면 실제 수출 가능량은 약 500만 배럴에 그친다. 이는 평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물동량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UAE 역시 아부다비에서 푸자이라 항구로 이어지는 우회 배관을 가동 중이지만, 이란의 공격 사정권 안에 있어 안정성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은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세계 최대 가스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카타르는 지리적으로 페르시아만 안쪽에 위치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해상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일한 육상 접경국인 사우디와는 과거 외교 단절 등 정치적 갈등으로 공동 배관망 구축이 장기간 진척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카타르는 전쟁 초기부터 LNG 선적을 전면 중단했고, 이는 유럽과 아시아 에너지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키우는 흐름을 낳았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 주요 산유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예고됐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쟁이 오는 4월까지 이어지고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두 달 동안 폐쇄될 경우, 카타르와 쿠웨이트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14%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고서는 “이번 전쟁은 많은 걸프 국가에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보다 더 큰 단기적 충격을 줄 것”이라며 “전쟁이 끝난 뒤 재건과 회복은 가능하겠지만, 무너진 시장 신뢰가 남길 상처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란 내부 통제 강화 흐름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공습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정면충돌보다 지구력을 앞세운 장기전을 택했다. 군사력 격차를 단기간에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전투의 승패보다 체제 유지와 장기적 정치 효과를 우선하는 접근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러한 전략을 두고 “자신들이 정한 조건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전쟁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이란이 시간을 끌면서 상대 진영의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면전에서의 군사적 승리보다 정권 생존을 우선 목표로 삼는 계산과도 맞닿는다.

실제 전투 양상에서도 이 같은 비대칭 전략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2주 넘게 이어진 충돌에서 이란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기지와 요르단, UAE에 배치된 조기경보 시설을 겨냥해 자폭 드론 ‘샤헤드’를 집중 투입했다. 3만 달러(약 4,4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 해당 드론을 대량 투입해 미군의 고가 요격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식이다. 미군이 사용하는 패트리어트 등 요격 체계는 단발 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갈수록 방어 측의 비용 부담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휘 체계 역시 공습 상황에 맞게 변화하는 추세다. 이란에서는 주요 지도부가 제거되더라도 각 지역 부대가 독립적으로 작전을 지속하는 ‘모자이크 전술’이 본격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부 통제 역시 강화됐다. 공습 현장 영상이나 군사 정보를 외부 매체에 전달한 혐의로 하루 수십 명이 체포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를 두고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전쟁 국면에서는 경제 등 일반적인 논리만으로 개별 국가의 행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이란 사회가 외부에서 인식하는 것보다 더 강한 결속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 군사 옵션 확대 속 내부 논쟁 격화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역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쟁을 마무리할지에 대한 분명한 출구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군은 지난 13일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을 공격했다. 저장탱크와 파이프라인, 선적 설비를 모두 갖춘 해당 시설은 이란 해상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요충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격이 협상 국면에서 미국의 압박 수단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 신호라고 봤다. 특정 시설에 대한 단순 군사 타격을 넘어 이란 정권의 재정 기반을 직접 압박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다. 

동시에 미국은 군사 옵션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최근 미 해병대 원정대 약 3,000명이 중동 지역에 파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륙 작전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등 과거 경험을 고려할 때 대규모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상전은 국제 정치적 부담과 인명 피해 위험이 동시에 커지는 선택지인 까닭이다. 결국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군사 옵션은 공중 공격과 해상 통제, 그리고 핵심 인프라 타격을 중심으로 한 압박 전략이라는 진단이다. 

전쟁의 향방을 둘러싼 백악관 내부의 논쟁도 뜨겁다. 경제·정무 라인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는 유가 상승이 미국 경제와 정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작전 종료 신호를 조기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 강경 인사들은 이란의 핵무기 확보 가능성과 미군에 대한 위협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며 군사 작전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스티브 배넌 등 고립주의 성향 인사들은 미국이 중동 장기전에 깊이 개입하는 상황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 중이다. 

미국이 선택 가능한 전략의 범위가 제한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이란 군사 압박을 계속 확대할 경우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위험이 커지고, 반대로 작전을 서둘러 종료하면 상대를 충분히 제압하지 못했다는 정치적 비판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이 미국 경제에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원유 산업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않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은 물류비용을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만 키운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주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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