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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기준금리 정책의 한계, 물가 움직이는 ‘기대 인플레이션’

[딥파이낸셜] 기준금리 정책의 한계, 물가 움직이는 ‘기대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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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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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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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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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물가 관계 약화, 전통적 물가 공식 영향력 축소
기대 인플레이션이 가격 결정과 소비 행동에 영향
금리 정책 한계 속 물가 안정 과제, 기대 관리 강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실업률이나 공장 가동률처럼 경제의 유휴 여력이 물가 흐름을 설명하는 주요 변수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이 가격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물가 상승 기대가 커질수록 기업은 가격 인상을 서두르고 노동자는 실질 소득 감소를 막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소비자 역시 지출을 미루기보다 구매 시점을 앞당기거나 대출을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인다. 유로존 자료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가계와 기업의 물가 전망이 실제 가격 결정에 반영되며 인플레이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은 경제 주체들의 물가 전망 관리에 달렸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필립스 곡선의 약화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가 오른다는 필립스 곡선의 관계는 유로존에서 더 이상 절대적인 법칙으로 보기 어렵다. 유로존 내부의 지역 데이터를 살펴보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연결은 이미 상당히 약해진 상태다. 지역마다 경제 충격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고 정보 접근 환경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2022년 독일의 경제전문매체 인터이코노믹스(Intereconomics)에 실린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확인했다. 분석 결과 특정 지역의 고용 상황 같은 개별 요인보다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실제 물가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통계 모델에서 기대 요인을 제외하자 지역의 실업률이나 경기 지표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0에 가까워졌다. 즉, 실업률 하락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기존의 필립스 곡선 관계 역시 상당 부분 사람들의 물가 전망이 반영된 결과였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에서는 동일한 금리 정책이라도 지역마다 다른 결과를 낳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주: 지역 간 물가와 실업률 격차가 크게 나타나며, 이러한 차이가 인플레이션 흐름과 물가 기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가를 움직이는 기대심리

인플레이션 기대의 영향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소비자 기대 조사(CES)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예상한 물가 상승률은 2023년 9월 8.4%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높은 수준이 이어지며 물가 상승 기대가 쉽게 꺾이지 않았다.

이러한 기대는 기업의 가격 결정에도 직접 영향을 미쳤다. ECB의 기업 설문(SAFE) 분석 결과 기업 경영진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1% 높아질 때 가격 인상 계획은 약 0.3%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물가 상승 기대는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고 기업은 비용 부담을 예상해 가격을 미리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근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비용 상승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가계의 기대와 기업의 대응이 맞물리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물가 전망은 금융시장이나 장기 계약의 기준이 된다. 반면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물가 수준은 당장의 소비와 판매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정책 신뢰는 중장기 물가 전망이 뒷받침하지만, 단기 물가 흐름은 결국 경제 주체들의 예상에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주: 물가 기대를 반영할 경우 필립스 곡선의 설명력이 크게 약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 차이와 시기 변화, 국가 차원의 물가 기대까지 함께 고려하면 실업률과 물가 사이의 관계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통화 정책의 새 과제

이처럼 인플레이션 기대가 물가 흐름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정책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금리 조정만으로는 대중의 물가 전망이나 기업의 선제적 가격 대응을 충분히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인플레이션 기대와 관련된 데이터를 정책의 핵심 정보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가계 지출과 임금 협상, 기업 계약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 변수라는 점을 대중이 분명히 이해하도록 정보 제공과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중앙은행은 가계와 기업의 기대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문 조사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계와 정책 당국 역시 이를 토대로 지역 경제 상황과 현장의 인식을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체계 마련이 과제로 떠오른다.

정책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중요하다. 중앙은행의 공식 메시지만으로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를 안정시키기 어렵다. 물가 전망이 기업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역 상황을 반영한 정보 제공과 기업 네트워크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과도한 물가 상승 기대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경기 과열을 억제하는 정책 역시 유연한 운용이 요구된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금리 인상 같은 수단에만 의존할 경우 물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경제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정책 당국은 금리 정책에만 기대기보다 임금 가이드라인이나 지수화 제도 개편, 취약 계층을 겨냥한 지원 정책 등 다양한 수단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기대는 외부 충격이 실제 물가로 이어지는 경로다. 지역 단위 설문 조사 결과는 경제 주체들이 형성한 물가 전망이 가격 결정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책 대응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은 금리 조정이라는 전통적 수단에만 한정하지 말고 경제 주체들의 물가 전망을 안정시키는 정보 관리와 정책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물가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Inflation Expectations and the Euro Area Phillips Curve: Why Expectations Now Drive Inflation Dynamic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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