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한국 등 5國에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한 트럼프, ‘다국적 공동 대응’으로 이란 도발 억제 노리나

한국 등 5國에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한 트럼프, ‘다국적 공동 대응’으로 이란 도발 억제 노리나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5개국 콕집어 거론, 미군과 합동 작전 구상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로 영향받는 국가들"
이란 “분쟁 확대 말라, 美와 협상 생각 없어” 장기전 불사
14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일본,중국,영국, 독일 등 여러 국가에 이란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이 위협받지 않도록 선박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출처=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동맹의 안보 부담 확대를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에 본격적으로 동맹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 4개국과 중국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유지를 위한 전투함 파견을 압박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기간 이스라엘이 아닌 제3국에 군사작전 동참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미국 단독 대응이 아닌 다국적 공동 대응 문제로 확대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한·중·일·영·프에 파병 촉구, 하루 두 번 SNS 글 게재

1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된 상태로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크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의 어딘가에 드론 한두 대를 보내거나, 기뢰를 투하하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인위적인 제약으로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 여러 나라들이 이 지역에 함정을 보내, 완전히 무력화된 국가가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명한 5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4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는 “그동안 미국은 이란의 해안선을 집중적으로 폭격하고, 보트와 선박을 계속해서 수면 밖으로 격침시킬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고 안전하며 개방된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에도 두 번째 글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 각국은 그 통로를 관리해야 하며 미국도 그들을 아주 많이 도울 것”이라며 “이 문제는 원래 공동의 노력이었어야 했으며 이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은 관련 국가들과 협력해 모든 일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조율할 것”이라며 “이는 조화와 안보, 그리고 영원한 평화를 향해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할 지렛대로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기지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대거 타격하는 등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르그섬은 이란의 최대 석유 터미널로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 이뤄지는 이란 경제의 핵심 요충지로 ‘보물섬’이라고도 불린다. 여의도 면적의 7배가량(면적 23㎢)의 산호섬으로 페르시아만 북쪽 이란 해안에서 25~43㎞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란 아흐바즈, 마룬, 가츠사란에서 생산된 석유가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섬으로 옮겨져 대규모 저장 시설에 보관된 뒤 유조선에 실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위치한 자스크에도 석유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지만, 처리 용량이 하루 100만 배럴로 하르그섬의 절반밖에 안 된다.

호르무즈 봉쇄 속 위기의 석화업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공동으로 수행 중인 이스라엘 외에 제3국에 대(對)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낼 것'이라는 다소 단정적인 표현으로 시작했지만, 한국과 함께 중국·프랑스·일본·영국 등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5개국을 거론할 때는 '바라건대'(Hopefully)라는 전제를 달았다. 즉, 현재로선 군함 파견을 요구한 수준으로 읽힌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는 주요 '이해당사자'인 만큼, 미군의 작전에 동참해 달라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 조달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국내 나프타 수입 가운데 75% 이상이 중동산이며, 이 중 53.8%는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국가에서 들어온다. 국가별 비중을 보면 아랍에미리트(UAE)가 23.5%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카타르(12.6%), 쿠웨이트(12.6%), 이라크(4.3%), 바레인(2.7%), 사우디아라비아(1.9%)가 잇는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섬유·고무 등 각종 석유화학 기초소재 생산의 핵심 원료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4월 이전에 해제되지 않을 경우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보통 기업들은 한 달 분량의 나프타를 비축해 두는데, 전쟁이 이미 2주 이상 이어진 만큼 현재 남은 물량은 많아야 1~2주치 수준”이라며 “비축된 원유를 추가 정제해 나프타를 확보하더라도 장기간 버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설령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원료 발주와 해상 운송에 시간이 필요해 공급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며 “생산 차질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이 한창인 석유화학업계로서는 대응 여력도 제한적이다. 기업 간 합병과 함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이 추진되면서 이미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에틸렌 등 기초 화학제품 공급이 끊기면 플라스틱·고무 등을 사용하는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사태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석유화학 사업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이미 인도네시아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찬드라 아스리, 싱가포르 석유화학공사도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에 한·중·일은 ‘신중’, 영·프는 ‘적극’

다만 미국의 군함 파견 요구는 전면전으로 치달을지 모를 전쟁에 가세하라는 것이어서 극도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우리 정부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SNS 언급에 주목하며 한미 간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하게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15일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정상화라는 '대의'에 공감한다는 차원에서 1차적 반응을 내놓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미 측과 소통이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또한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집권 자민당 정책조정위원장은 15일 NHK 정치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 단계에서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발동 요건인) ‘존립 위기 사태’나 ‘중요 영향 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며 “현행 법체계 아래에서 자위대 함정을 중동에 파견하는 것은 상당히 높은 문턱이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휴전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관련 당사자는 안정적이고 원활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중국은 중동 국가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당사국 간 소통을 강화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를 회복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즉답을 피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CNN 인터뷰에서 "모든 당사자는 안정적이고 원활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며 "중국은 중동 국가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당사자들의 소통을 강화하고 긴장 완화, 평화 회복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이 신중론을 내세웠다면 영국과 프랑스는 보다 적극적인 분위기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안보 장관은 15일 BBC 방송에 출연해 “안전한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중요하다”면서 “기뢰탐지 드론을 포함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협을 다시 열도록 하는 가장 좋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현재 이 지역 운송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역시 안보 상황이 안정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연합군 구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까지 동원하려는 미국의 수에 대해 이란은 “분쟁을 확대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5일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다른 나라들을 향해 “분쟁을 고조시키고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삼가라”고 경고했다. 또한 아라그치 장관은 같은 날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협상할 이유가 없다며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재차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결코 휴전을 요청하지 않았고, 심지어 협상조차 요청한 적이 없다”며 미국·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결사항전 의지를 내보였다. 이어 “얼마나 오래 걸리든 우리 스스로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없는 불법 전쟁’이라는 점을 깨달을 때까지 계속해서 방어할 것”이라며 장기전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