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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CBDC 도입이 금융 시스템 구조에 미치는 영향

[딥파이낸셜] CBDC 도입이 금융 시스템 구조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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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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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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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논의 확산
은행 예금 기반 약화와 대출 위축 우려
통화 제도 변화 대비 정책 대응 과제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화폐 제도가 역사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91%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와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 이는 국가 발행 디지털 화폐를 가계와 기업이 일상에서 직접 사용하는 통화 체제가 현실적인 정책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결제 속도 개선이나 현금 사용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자금이 금융 시스템 어디에 축적되고 어떤 경로를 통해 신용이 공급되는지 등 금융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폐 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귀속 구조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CBDC가 바꾸는 금융 구조

화폐는 오랫동안 결제 수단과 가치 저장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해 왔다. 법정화폐 체제에서 그 가치를 보증하는 주체는 국가였다. CBDC는 이러한 구조를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한 제도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 시스템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개인이 중앙은행 화폐를 직접 보유할 수 있게 되면 은행 예금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청구권이었던 기존 구조에도 변화가 생긴다. 또한 공공 화폐가 소매 금융 자산으로 등장하면서 민간 은행 예금과 경쟁하는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상업은행은 핵심 자금원인 예금 기반이 약해지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예금 이동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시간이 지나며 예금 일부가 CBDC로 서서히 이동하는 ‘점진적 대체’다. 이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서 수익 구조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시장 불안이 커질 때 예금이 단기간에 CBDC로 이동하는 ‘급격한 대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금 이동 속도가 빨라지며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 CBDC 논의가 초기 연구에서 중앙은행 전반의 정책 검토 단계로 확대됐다.

CBDC 설계와 대출 위축 효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CBDC가 일정 규모로 도입될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 구조에 변화가 나타난다. 예금이 줄어든 은행은 부족한 자금을 도매 금융시장이나 중앙은행 차입에 의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대출 금리도 오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과 가계로 이어지는 전체 대출 규모가 축소되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충격이 모든 은행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도매 자금 시장 접근성이 낮은 소형 은행일수록 예금 이탈의 타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은행 규제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BDC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설계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주: CBDC가 일정 수준 도입될 경우 은행 예금이 이동하고 대출 규모도 소폭 줄어들 수 있다.

유럽이 검토하는 은행 자금 구조 변화

유럽에서는 CBDC 도입이 은행의 자금 조달 구조에 미칠 영향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소매형 CBDC가 도입될 경우 은행들은 예금에 크게 의존해 온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도매 금융시장 자금이나 자산 매각,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등에 더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도매 시장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자금 조달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확장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자금 조달 여건도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CBDC가 예금의 약 8%를 흡수할 경우 전체 대출 규모가 약 1%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수치 자체는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신용 공급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나 가계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CBDC 설계 과정에서 보유 한도 설정이나 차등 이자율 적용 등 완충 장치 도입을 함께 검토 중이다. CBDC 도입이 금융 안정성과 신용 공급에 미칠 영향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CBDC 도입과 정책 설계 과제

CBDC 도입은 공공 화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국가의 신용 공급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정책 과제다. 많은 국가가 제도 도입을 검토하면서 논의의 초점도 기술 검토에서 제도 설계로 이동했다. 그런 만큼 정책 당국은 도입에 앞서 CBDC의 법적 기능을 명확히 규정하고 예금 전환에 따른 자금 이동에 대응할 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 예금 감소가 신용 공급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와 개인정보 보호, 금융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CBDC 시대의 핵심은 화폐가 시장의 수단을 넘어 공공 인프라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데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BDC and Banking: How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ould Transform the Financial System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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