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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법원 제동에도 15% 관세 강행 무리수, ‘플랜B’ 앞에 놓인 복합 장벽

트럼프, 대법원 제동에도 15% 관세 강행 무리수, ‘플랜B’ 앞에 놓인 복합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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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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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관세’ 발효됐지만 후폭풍도 시작
‘무역법 122조’ 법적 논란 불가피
‘국제수지 위기’ 요건 놓고 쟁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의 관세 무효화 판결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백악관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린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Trade Act of 1974, Section 122)를 내세워 15% 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새 관세 역시 법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22조는 국제수지 적자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 아래 대통령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다만 이 조항이 실제로 발동된 전례가 없어 법원이 문구를 해석한 적도 없다는 점에서 소송이 제기될 여지가 크다고 통상·법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체 법안, 또 다른 법적 분쟁 가능성

23일(이하 현지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글로벌 관세 체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법적 수단 자체가 취약해 또다시 사법 제동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랜B’로 꺼내 든 무역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IEEPA를 활용한 전면 관세가 위법 판결을 받자, 무역법 122조 권한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 의회입법조사국(CRS)에 따르면 122조를 근거로 실제 관세를 발동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애초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해 온 무역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1974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제정된 122조는 ‘크고 심각한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s) 적자’ 상황에서만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년간 관세 정당화 논리로 내세운 것은 ‘무역적자(trade deficit)’였다.

두 개념은 전혀 다르다. 무역적자는 상품 교역의 차이를 의미하는 반면, 국제수지는 자본 이동과 금융 흐름까지 포함한 전체 대외 거래 균형을 뜻한다. 국제수지는 상품·서비스 무역뿐 아니라 투자와 자본 이동까지 포함하는 가장 포괄적인 대외거래 지표다. 경제학적으로 국제수지는 경상수지(CA)와 금융수지(FA), 자본수지(KA)로 구성되며 ‘CA+FA+KA=0’이라는 식이 성립한다. 현재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는 사실상 0에 가깝다. 무역 적자가 자본 유입으로 상쇄되는 구조기 때문이다.

더욱이 122조는 ‘달러의 급격한 평가절하 위험’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발동할 수 있는데,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강한 자본 유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122조는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전 연방검사 출신 보수 성향 법률가 앤드루 매카시는 내셔널리뷰 기고에서 “미국의 국제수지는 균형 상태며 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 새로운 관세는 IEEPA 관세보다도 더 명백히 위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와 그 법적 근거가 다시 대법원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 같은 취약성을 인지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미 이 차이를 인정했다. 행정부는 당시 “무역적자는 국제수지 적자와 개념적으로 구별된다”며 122조가 해당 사안에 “명확하게 적용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에서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방어하던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대통령이 우려한 것은 국제수지가 아니라 무역적자므로 122조는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강경 통상 기조 유지, 301조·232조 활용해 추가 압박 시사

관세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활용했던 IEEPA와 달리 122조는 150일이라는 시한이 정해져 있다. 이에 따라 15% 관세는 오는 7월 24일 만료되며, 이후 연장을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150일 이후 122조 관세 연장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처럼 특정 국가를 겨냥해 즉각 관세를 올리거나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150일 안에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해 보다 지속적인 관세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등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근거다. 미 상무부가 안보 위협 여부를 조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법적 절차를 밟는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미 무역대표부(USTR)가 조사 후 관세·수입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안이다. 이는 보편 관세를 기반으로 국가·품목별 추가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려는 전략으로, 집권 2기에도 ‘관세 중심 통상정책’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역시 단기간 내 ‘영구 관세’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301조는 대상국의 불공정 관행 입증, 기업 의견 제출, 공청회, 경제 영향 분석 등을 거쳐야 하는 준사법 절차로 통상 조사에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외교통상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150일 시간표 안에 글로벌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조사를 마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관세에 처음 활용한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법률 취지를 넘어선 권한 확대를 문제 삼은 것처럼, 232조와 301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조치들이 사실상 대법원 판결을 우회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위법 여지가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이후 오히려 자신이 “더 강해졌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선택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美 기업 관세 환급 줄소송, 유럽은 무역협정 비준 절차 중단

대법원이 IEEPA 관세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미 거둔 관세 수입을 돌려줘야 하는지 여부도 새 쟁점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 관세로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1,330억 달러(약 191조원) 이상을 징수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환급 여부를 다루지 않았다. 월가에서는 환급 규모를 두고 추정치가 엇갈린다. 모건스탠리는 ‘부분·지연 환급’ 시나리오가 840억 달러~850억 달러(약 12조1,000억~12조3,000억원) 수준이 될 수 있고 ‘최소 환급’은 560억 달러(약 8조1,000억원) 안팎이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 다른 추정에 따르면 환급 대상이 될 수 있는 IEEPA 관세 징수액은 1,750억 달러(약 25조3,000억원)를 넘을 수 있다.

이미 관세를 내야 했던 미국 기업들의 줄소송도 예고돼 있다. 미국 대표 물류기업 페덱스는 23일 뉴욕 국제무역법원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에 대해 자사가 지불한 금액의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페덱스는 11쪽 분량의 소장에서 관세를 징수하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과 로드니 스콧 CBP 청장, 미국 정부를 피고로 적시하며 “미국에 납부한 IEEPA 관세에 대한 전액 환급을 요구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페덱스는 미국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2026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10억 달러(1조4,300억원) 줄어들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는 직전 연도 영업이익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하기도 전에 1,000곳에 달하는 기업들이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예상하고 관세 환급 소송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는 코스트코, 리복, 푸마, 파타고니아, 유니클로, 도시바 등 유명 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안경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 타이어 업체 굿이어 타이어 앤드 러버 등도 소송을 제기했다.

관세 환급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앤디 김(뉴저지), 론 와이든(오리건), 에드워드 마키(매사추세츠), 진 섀힌(뉴햄프셔) 등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 22명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은 위법 판결이 난 상호관세 등의 기징수분을 180일 안에 이자까지 포함해서 전면 환불하도록 행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이 행정부는 미국 가정의 주머니에서 한 가정당 1,700달러(약 250만원)가 넘는 돈을 가져갔다"며 "그들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관세 체계 아래 체결됐던 각국과의 무역 합의도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유럽연합(EU) 관리들은 지난해 미국과 맺은 합의의 비준을 잠정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했고, 인도 정부도 무역 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호주 정부 역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돈 페럴 호주 무역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호주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믿는다"며 "우리는 이런 부당한 관세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고 밝혔다. 무역 불확실성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수주 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상호 보복 관세 이후 무역 휴전에 합의했지만, 새로운 관세 체계가 협상 지형을 다시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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