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패 신화’ 강남도 꺾이나, ‘이재명 표’ 초강력 규제에 수억 낮춘 급매물 증가
‘집값 불패 신화’ 강남도 꺾이나, ‘이재명 표’ 초강력 규제에 수억 낮춘 급매물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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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송파 상승폭 대부분 반납 30대 영끌 대출 움직임도 일단 제동 전문가 “5월 규제 이후까지 지켜봐야”

정부의 다주택자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서울 집값의 상승 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 집값 흐름의 바로미터이자 '불패 신화'의 상징인 강남권이 먼저 반응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분위기다. 반대로 5월 9일 이후 매물 잠김과 재상승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울 집값은 당분간 하락 기대감과 폭등 우려가 교차하는 시계제로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바겐세일 급매물 팔리는 강남
25일 한국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 84㎡는 최근 50억8,000만원과 51억원에 각각 매매됐다. 지난해 최고가(56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5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랜드마크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고층 조망권이 뛰어난 매물이 62억~63억원대에 나왔다. 작년 8월 최고가 71억5,000만원 대비 9억원가량 저렴하다. 해당 매물은 68억원을 고수하던 집주인이 호가를 5억원 이상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도 작년 11월 최고가(47억원)보다 5억원 낮은 42억원에 매물로 등장했다.
강남구 역삼동 '경남아너스빌' 전용면적 84㎡형은 최고가 대비 1억원 낮은 15억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전용 59㎡) 역시 25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가(29억원)보다 3억5,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는 설 연휴 직후인 19일 전용면적 183㎡가 91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128억원에 최고가 거래된 것보다 36억1,000만원 저렴한 금액이다. 이 매물 외에도 100억원 이하 매물은 15건으로, 대부분 ‘급매’ ‘빠른 계약 가능’ 등의 문구와 같이 올라왔다.
송파구 상황도 비슷하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지난달 최고 실거래가 30억5,000만원 대비 7,000만원 하락한 29억8,000만원에 이달 12일 거래 명세가 올라왔다. 가락동 헬리오시티(84㎡) 호가는 27억5,000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실거래가(30억원) 대비 2억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강남 집값 상승세 '올스톱', 2년 만의 기록적 보합
눈에 띄는 하락 거래가 이뤄지면서 강남의 2월 셋째 주(16일 기준) 매매가격 지수는 0.01% 올라 보합 수준을 보였다.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상승을 멈추고 보합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24년 이후 2년 만이다. 특히 주간 상승률이 0.5~0.8% 수준이던 현 정부 출범 직후 상황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게 축소된 모습이다. 강남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는 서초구(0.05%)와 송파구(0.06%) 역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을 크게 하회했다.
이에 ‘부동산 불패’를 둘러싼 믿음도 함께 꺾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심리지수(CSI)는 108로 한 달 전(124)과 비교해 16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표는 지난해 7월(109)부터 지난달까지 오르다가 이달 들어 급락했다. 이번 하락 폭은 금리 상승 여파로 주택시장이 약세로 전환했던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급매물이 늘고 매수자들이 가격을 낮춰 제시하는 하향 매수 사례가 조금씩 포착되면서 고점이 확인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하락 기류를 부추긴 가장 큰 요인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의 종료(5월 9일)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가 그간 누렸던 혜택을 거두고 '버티는 비용'을 늘리겠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예 종료 전에 잔금을 치러야 하는 다주택자들이 강남권에서도 '버티기' 대신 '처분'을 선택하며 실거래가가 하향 조정된 매물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5월 9일까지 매수자가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하는 '매수인 우위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 매수자들도 취득세 중과 및 대출 규제로 선뜻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지만, 기존 거래보다 수억원 저렴한 급매물에 현금 동원력이 충분한 매수자들은 즉각 계약을 체결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도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한은의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택 구입을 위해 금융권에서 신규 취급된 개인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2억1,286만원이었다. 3분기에 비해 1,421만원 줄었다. 대출 규제 기조가 강화되면서 주택 구매 자금 조달 규모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셈이다. 특히 주택 매수 비중이 높은 30대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30대 차주의 평균 주담대 금액은 전 분기 2억8,792만원에서 2억5,553만원으로 3,259만원 줄었다.

5월 9일 이후, 하락 추세 vs 매물잠김 ‘관건’
현장에서는 본격적인 가격 조정 가능 시점으로 3~4월경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남 소재 한 중개업소는 “1~2억원 정도 조정은 가능해도 3~4억원씩 급하게 내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약정하고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면 이론적으로는 15일이지만, 지자체에 따라 2~3주도 걸릴 수 있어 늦어도 4월 초에는 매물이 나와야 5월 9일 전에 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는 “3월 초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으며, 3월 말~4월 초에 급매가 대거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최근 정부 정책 신호가 이어지면서 예전보다는 확실히 집주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단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양도세 중과 종료 전 매물이 집중되며 가격이 일부 조정된 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가격 조정 분위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가격조정 가능성을 말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매물은 증가하는데 거래량 자체는 여전히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참여자들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관망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다주택자는 중과 부활 전에 정리할지, 이후까지 버틸지를 저울질하고, 반대편에선 실수요자가 금리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부담에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둔화 국면이 정책 효과에 따른 일시적 숨 고르기인지 아니면 하락 전환의 신호탄인지 아직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고가 주택과 고소득자들이 모여 있는 강남 지역의 특성상 일부 현상을 집값 안정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강남은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일시적 해제로 가격이 급등한 지역이라 보합에도 대단히 감소한 것 같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며 “(한해) 15~20% 오른 지역서 집값이 떨어진다 한들 사실상 제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전체에서 5% 정도는 떨어져야 추세적인 하락 전환이라고 볼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주택자 세금 규제가 본격화하는 오는 5월 이후 시장 변화가 중요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을 강하게 틀어막았기 때문에 신규 주담대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일부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가격이 내려갔지만 거래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은 제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5월 10일부터는 가격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호가를 낮출 수 있는 최대 한도는 양도세 중과에 따른 더 내야 되는 세금 차이까지가 마지노선이 되는 것”이라며 “거기까지 낮췄는데도 거래로 이어지지 않게 되면 매도자 입장에선 거꾸로 중과에 따른 세금을 물어내면서까지 팔아야 될 유인이 없어지게 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