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 폭등·보조금 축소 '겹악재'에 中 태양광 가격 상승세, 에너지 시장 판도 흔들리나
은값 폭등·보조금 축소 '겹악재'에 中 태양광 가격 상승세, 에너지 시장 판도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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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태양광 업계, 제품 판매 가격 줄인상 원자재 비용 상승·中 정부 지원 축소로 가격 경쟁력 약화 최저가 전력원으로 자리매김한 재생에너지, 입지 위축 전망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핵심 원자재인 은값이 폭등하며 생산 비용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미국의 제재 및 중국 정부의 지원 축소 등 악재가 누적되며 가격 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화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원으로 자리 잡은 재생에너지의 입지가 조만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태양광, 은값 급등에 '치명타'
11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중국의 태양광 업체들은 줄줄이 제품 판매가를 인상하고 있다. 트리나솔라는 지난달 평균 판매 가격을 3.5%~3.66% 인상하며 와트(W)당 가격을 0.85~0.89위안(178~186원)으로 조정했고, 론지그린에너지(LONGi)도 와트당 가격을 약 0.06위안(약 12원) 올려 잡았다. 이 밖에도 진코솔라, JA솔라 등 주요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 줄줄이 가격 인상 릴레이에 동참했다.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워 글로벌 태양광 시장 수요를 흡수하던 중국 기업들이 나란히 가격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일차적 원인으로는 은값 상승이 지목된다. 2025년 초 온스당 30달러(약 4만3,500원) 수준이었던 은값은 지난달 사상 최초로 100달러(약 14만5,000원) 선까지 급등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조정 국면을 거치며 약 80달러(11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공급 부족과 산업 수요 증가로 인해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은은 태양전지 전극의 핵심 소재로,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기준 셀 제조원가의 8~15%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 가격 변동이 셀·모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원자재 비용이 뛰며 태양광 기업들의 수익성 역시 줄줄이 악화했다. 퉁웨이, 론지그린에너지, 아이쉬 등 중국 태양광 분야 9개 주요 기업이 발표한 실적 전망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지난해 기록 합산 적자 규모는 300억 위안(약 6조3,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140억 위안(약 3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누적된 가운데, 하반기 들어 은 가격 상승 국면이 본격화하고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하며 손실이 빠르게 확대된 것이다.
'옥석 가리기' 나선 中 정부
미국의 지속적인 제재 역시 중국 태양광 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지난해 4월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산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AD/CVD) 최종 세율을 최대 3,400~3,500%로 확정한 바 있다. 이들 국가는 중국이 201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기존 반덤핑·상계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용하던 우회 수출용 거점이다. 관세 장벽으로 인해 기존의 대미 수출 통로가 사실상 막힌 셈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4월부터 태양광 패널, 셀, 웨이퍼 등 249개 태양광 관련 품목을 수출하는 자국 기업에 대한 수출세 환급을 전격 중단한다. 그간 수출세 환급 제도는 생산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금과 함께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축 중 하나였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수출액의 9%를 현금으로 돌려받고, 이를 단가 인하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 같은 지원 중단 결정은 부실기업들이 쏟아내는 과잉 생산 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중소 태양광 업체들은 시장 경쟁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사업을 영위하며 과잉 생산을 이어 왔다. 이는 중국 상위 태양광 업체들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졌고, 서방국에서는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질서를 교란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금전적 지원을 축소하면 보조금 없이도 생존 가능한 핵심 기업 위주로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글로벌 통상 마찰을 완화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원전 가격 격차 축소 가능성
시장에서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 가격이 상승할 경우 에너지 시장 전반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원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엔이에프가 2023년 12월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기준 균등화발전비용(LCOE) 분석 결과를 보면, 전 세계 태양광(킬로와트시(kWh)당 0.041달러)과 육상풍력(kWh당 0.040달러), 해상풍력(kWh당 0.081달러)의 평균 균등화발전비용은 원자력(kWh당 0.231달러)보다 약 3~6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태양광 LCOE가 대폭 하락한 데에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10년 와트당 약 1.8달러(약 2,600원) 수준에서 최근 0.2달러(약 290원) 이하로 약 90% 가까이 급락했다. 중국이 공급망의 70~90%를 장악하며 대규모 증설과 가격 인하를 주도한 결과다. 모듈은 태양광 발전소 건설비(CAPEX)의 핵심 구성 요소로, 초기 투자비가 낮아지면 금융비용과 감가상각 부담도 함께 줄어 LCOE가 구조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공급망의 핵심 축인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가격이 반등할 경우, 태양광 LCOE도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 발전은 연료비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대신 CAPEX 비중이 높다. 모듈 가격 변동에 따라 발전단가가 급변하게 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용 우위가 약화할 경우,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앞세워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원전 시장과의 발전단가 격차가 다시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