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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 낸드 가격 급등이 만든 기대와 경계, 호황 연장 두고 해석 분분

[반도체 슈퍼사이클] 낸드 가격 급등이 만든 기대와 경계, 호황 연장 두고 해석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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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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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용 낸드 감산→가격 급등·공급 불안
업황 지속 기대감에 설비 투자 가속 흐름
YMTC 등 중국 기업 체급 확대 전략 눈길

글로벌 낸드플래시 가격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시장의 중심축도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 및 저장장치 수요 확대로 낸드가 핵심 자산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기존 낸드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며 시장 재편이 예고됐다. 여기에 낸드를 발판으로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체급을 키우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향후 시장 구도는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 

美·日·中 기업 낸드 시장 진입 가속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은 전 분기와 비교해 최대 60% 급등할 전망이다. 이는 애초 예상치였던 30%대를 2배가량 웃도는 수준으로, 최근 D램 시장에서 연출된 ‘슈퍼사이클’이 낸드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는 양상이다. 낸드 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트렌드포스는 “AI 인프라가 학습에서 추론 단계로 진입하며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스토리지(eSSD) 수요가 폭증했고,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가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는 공급 측 생산 자원의 재배치가 지목된다. 소비자용 낸드 생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AI 서버용 수요 대응이 우선시되면서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40%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며 “기가바이트(GB)당 평균 가격이 최소 30% 이상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PC용 저사양 128GB 제품은 최근 50% 수준의 프리미엄을 얹어 거래가 체결된 사례도 포착된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1분기 낸드 계약 가격을 전 분기 대비 100% 이상 인상하기도 했다.

그간 글로벌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도로 전개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32%, 18%에 달했다. 다만 최근에는 미국·일본·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가속하는 추세다. 미국 마이크론은 낸드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일본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WD) 연합 역시 “2026년 낸드 물량 전량 완판”을 선언하며 332단 10세대 낸드 양산 시점을 연내로 앞당겼다. 중국 YMTC도 최근 270단급 낸드 양산에 성공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D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 난도가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긴 것으로 봤다. D램은 나노 공정 미세화 경쟁이 핵심이지만, 낸드는 3D 적층 경쟁을 중심으로 기술 확장이 이뤄지는 만큼 후발 주자의 영향력 확대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연이은 가격 상승세와 추가 상승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는 한층 자극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흐름은 ‘메모리 골든 사이클’의 시작에 가깝다”고 진단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자원을 집중하는 사이 낸드 시장 주도권이 재편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이크론·키옥시아 공격적 증설

후발 주자들의 추격은 대규모 투자와 적극적인 설비 확장으로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먼저 마이크론은 낸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싱가포르에 신규 첨단 낸드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마이크론은 뉴욕주 클레이에 총 1,000억 달러(약 145조원)를 투입해 4개 공장을 짓는 장기 프로젝트를 병행 중이다. 앞서 70억 달러(약 10조원)를 투입해 구축한 HBM 패키징 단지 인근에 낸드 공장을 배치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를 “메모리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 전략적 확장”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키옥시아 역시 공격적 증설 기조를 분명히 했다. 키옥시아는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에 위치한 신규 생산라인 팹2에서 10세대 332단 3D 낸드 ‘BiCS10’을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 6.0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초당 최대 4.8Gb 전송 속도를 구현한 해당 모델은 기존 8세대 대비 인터페이스 속도를 30% 이상 개선하면서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비트 밀도 역시 이전 세대 대비 약 59% 높아졌다. 332단 적층 구조는 단수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321단, 삼성전자의 286단 9세대 V낸드, 마이크론의 276단 제품과 직접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키옥시아는 이를 바탕으로 낸드 생산량을 전년 471만 장에서 올해 482만 장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와타나베 도모하루 키옥시아 부사장은 “낸드 시장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빠른 확장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차질 없이 맞추기 위해 매달 새로운 투자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키옥시아는 낸드 단일 사업 구조를 유지 중인 만큼 D램 등 여타 항목에 대한 투자 부담을 피하면서도 증설에 집중할 수 있어 공급 주도권 확대에 매우 유리한 환경으로 평가된다. 

업황 지속성엔 견해차

YMTC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은 낸드 시장에서 체급을 키우고, 종국에는 그러한 영향력을 HBM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YMTC는 우한에 건설 중인 3기 신공장의 가동 시점을 기존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 하반기로 앞당기기 위해 설비 반입을 병행하며 조기 양산 체제 구축에 나섰다. 낸드 출하량을 기준으로 한 YMTC의 시장 점유율은 2024년 3분기 7%를 넘어섰고,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p 오른 10%를 돌파했다. 낸드 부문에서 확보해 생산 기반과 고객 풀을 확대해 메모리 전반의 협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흐름으로 읽힌다.

선두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 축소도 가시화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YMTC는 270단 3D 낸드 양산에 돌입하며 삼성전자 286단, SK하이닉스 321단과의 단수 차이를 좁혔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에서는 400단 이상 고적층 낸드를 개발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적층 단수 경쟁은 동일 면적당 저장 용량을 키우는 것은 물론 해당 기업의 원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단수 상향이 성공할 경우, 원가 구조와 수익성 모두에 파급 효과가 발생하는 구조다. YMTC는 하이브리드 본딩 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기술 추격에 만전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낸드에서 확보한 기술과 현금 흐름은 다시 D램 확장으로 이어진다.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DDR5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D램 기술 격차는 약 5년으로 평가됐으나, 최근에는 2년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HBM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올해부터 HBM4 양산에 들어간 반면, 중국은 HBM3 양산을 추진하는 단계로 약 3년의 차이가 존재한다”면서도 “(중국의)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면서 양국의 기술 격차가 가지는 의미 역시 점점 희석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중국 내부의 정책 환경도 이 같은 기술 추격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첨단 장비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방정부 주도의 막대한 보조금과 국산화 정책을 병행하며 반도체 생산 역량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여기에 매년 수만 명 단위의 공학 인력이 산업 현장에 투입되고, 이들 인력이 주 52시간과 같은 물리적 시간제한 없이 일하면서 산업 체급을 키우는 형국이다. 중국이 낸드 시장에서 강화한 입지를 D램·HBM까지 연쇄적으로 확장할 경우,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지속 기간과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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