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보유세 압박’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 속출, 퇴로 마련에 추가 매물 나올 가능성도
대통령 ‘보유세 압박’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 속출, 퇴로 마련에 추가 매물 나올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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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外 노원·도봉서도 매물 쏟아져 양도세 중과 유예 3→4개월로 무주택자 '전세 낀 집' 구입 길도 열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 한강벨트 지역뿐 아니라 외곽 지역 아파트 매물까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매수세가 가팔라진 외곽 지역에서 매물이 증가한다는 점은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까지 팔 수 있도록 조치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보름 새 서울 매물 7.5% 증가
11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에 아실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417건으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를 저격한 글을 게시하기 시작한 1월 23일(5만6,219건) 대비 보름 만에 7.5%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25개 자치구 중 강북·성북·금천·구로구 등 4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매물이 많아졌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권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매물 수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성동구의 아파트 매물 수는 1,212건에서 1,481건으로 22.2% 늘었다. 강남구의 매물 수도 7,585건에서 8,405건으로 10.8% 많아졌고, 서초구 역시 6,267건에서 6,981건으로 11.4% 증가했다.
강남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일부 매물들이 급매로 출회됐다. 일례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113㎡(이하 전용면적)는 최근 43억원에 나왔는데, 지난해 12월 동일 면적이 44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소폭 내려간 상태다. 이밖에 주요 강남권 단지들에서는 3~4억원씩 낮춘 매물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강남권에서는 1주택자도 매물을 내놓고 있는 분위기다. 향후 보유세 인상 가능성 등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주택을 처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권뿐 아니라 서울 외곽 지역에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 노원구의 아파트 매물 수는 4,559건으로 지난 1월 23일(4,470건)보다 2% 증가했다. 도봉구 역시 같은 기간 매물 수가 3.5% 늘었고, 동대문구 또한 매물 수가 1,515건에서 1,682건으로 11% 많아졌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 등 주요 지역의 매물이 나오자 갈아타기 등을 위해 서울 외곽 지역의 매물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 낀 매물 실거주 유예, 주담대 ‘6개월 내 전입’도 완화
정부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압박하면서 전세 낀 매물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만큼, 매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전날 무주택자가 세입자를 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다주택자 매물을 매수하면 최대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기로 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 재개 방침을 밝혔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은 실거주 의무가 있어 거래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시장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최초 계약 기간만큼 기존 세입자의 거주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집을 몇 채 들고 있는데 다 전세를 주고 있어서 내가 당장 못 들어간다’는 국민의 애로와 시장 상황을 감안했다”며 “임차인이 임대하는 기간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고 임차 기간이 끝나면 반드시 실거주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단, 실수요자 중심 거래 유도를 위해 매수자는 반드시 무주택자여야 한다.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일이 아닌 시행령 개정 발표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또한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살 때 매수자는 6개월 내에 해당 집에 전입해야 하는데,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주면서 이 요건 역시 완화했다. 이에 따라 전세를 낀 다주택자 소유 주택을 살 때도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전세가율이 주택마다 제각각인 점을 고려해 제한적인 범위에서 관련 의무를 유예해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전세보증금과 주담대 규모를 합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넘지 않도록 제한을 두지 않겠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노후 단지라 전세보증금 규모가 작으면 주담대를 받아 갭을 메워 거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또 양도세 중과 배제가 적용되는 계약 체결일과 잔금일을 차등화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지난해 10·15 대책 이전부터 조정 대상 지역이었던 곳은 5월 9일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4개월 이내인 9월 9일까지 잔금을 치러야 중과 배제 혜택을 받는다. 당초 정부는 3개월 유예를 검토했으나 부동산 거래 특수성을 감안해 기간을 한 달 더 늘렸다. 10·15 대책으로 새롭게 묶인 나머지 서울 21개 자치구와 경기 12개 지역 등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아 11월 9일까지 잔금을 마무리하면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논의도 진행 중이다.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아파트 임대사업자가 의무 임대 기간이 지난 후에도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영구적으로 누리는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300채, 500채 가진 사람도 있는데 20년 후에 팔아도 중과 면제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정 기간 처분 기회는 주겠지만 그 이후에는 일반 주택과 동일하게 세금을 매겨야 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 부총리는 "임대 종료 후 일정 기간 내에 팔아야만 혜택을 주도록 기한을 설정하겠다"고 답했다.

李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
역대 정권에서 부동산은 국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해묵은 난제였다. 정권 교체 때마다 규제와 완화를 오가는 정책 진폭이 반복되며 시장은 ‘냉온탕’의 궤적을 그렸다. 그 진폭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였다. 노 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고 공언하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후 종합부동산세 신설을 포함해 30여 차례에 걸친 규제가 전방위로 투입됐다.
하지만 수급 불균형이 고착된 상황에서 규제는 가격 기대를 꺾지 못했고, 자금이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며 풍선효과를 반복했다. 집권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60% 가까이 급등하면서 ‘미친 집값’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문재인 정부 또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천명하며 20차례가 넘는 대책을 내놨지만, 정부의 인위적 개입으로 인한 폐해만 시장에 각인시켰다.
집권 2년 차인 이재명 대통령 역시 부동산 시장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며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두 달여 전 “서울·수도권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데 보니까 대책이 없다”던 모습과 온도차가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직격했다. “내란도 극복했는데 부동산 투기 하나 못 잡겠느냐”,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주식시장)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고도 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중단 방침을 밝히는 과정에서는 ‘부동산 마귀’, ‘양심을 잃은 투기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정책 방향은 명료하다. 여러 채의 주택을 장기간 보유했다는 사유만으로 세 부담을 경감하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유예의 반복이 정책 신뢰를 약화시켰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그런 만큼 세제의 예외를 축소해 일관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유세 인상 카드나 양도세 중과 종료를 무기로 시장을 압박하는 방식은 일시적 효과가 있을진 모르나, 결국 더 큰 시장 왜곡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과거 세금 중심 정책이 ‘똘똘한 한 채’ 수요를 키워 지역 격차를 확대하고, 늘어난 세 부담이 전세금 인상으로 전가된 것처럼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