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질서 거래가 금값 교란, 금 랠리 전개 속 반복되는 중국발 변동성
中 무질서 거래가 금값 교란, 금 랠리 전개 속 반복되는 중국발 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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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중국 거래 무질서, 투기적 정점" 중국 '아줌마'부터 정부까지 금 매입 가세 시장 메커니즘 왜곡하는 중국발 자본

최근 글로벌 금 시장에서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가운데, 중국 개인 투자자들과 정부의 금 매입 움직임이 가격 변동의 주요 배경으로 부상했다. 중국 내 대규모 자본의 유입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수급 체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금융 시스템의 내부 불균형을 노출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책임 있는 관리 역량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가계, 부동산·주식 대신 금 선택
8일(현지시간) 베선트 장관은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Sunday Morning Futures)’에 출연해 "최근 금값의 움직임은 중국 내 상황이 다소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라며 "중국 당국이 증거금 요건을 강화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변했으며, 현재의 금값 추이는 전형적인 '투기적 과열'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번 발언은 지난달 말 국제 금 시장이 급랭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랠리를 이어오다 갑작스럽게 하락 반전하며 시장에 혼란을 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금 매입 광풍 뒤에 중국의 아줌마(Auntie) 투자자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침체와 낮은 예금금리, 변동성 큰 주식시장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가운데, 중년 여성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금을 사들이며 글로벌 금속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금위원회(WGC) 자료를 보면,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432톤(t) 규모의 금을 매입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28% 증가한 수치이자, 지난해 전 세계 골드바·금화 구매량 중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WSJ에 따르면 베이징의 교사 로즈 톈(43)은 최근 설 연휴를 앞두고 대형 귀금속 시장을 찾아 금 팔찌·목걸이·반지 등을 살펴봤다. 그는 최근 수년간 급여가 다소 줄어든 데다 지정학적 긴장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고,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금을 '부를 지키는 수단'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투자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위챗·알리페이 등 모바일 앱을 통해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손쉽게 매수하는 사례가 늘면서, 중국 금 ETF는 지난해 기록적인 자금 유입을 보였고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의 금 선물 거래량도 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금괴, 1그램 단위 ‘금콩’ 등 실물 매수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中 정부도 은밀히 '금 사재기'
중국 개인 투자자들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금 보유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7,419만 온스로, 전월(7,415만 온스)에 비해 4만 온스 증가했다. 인민은행은 앞서 2024년 4월까지 18개월 연속 금을 매입한 바 있으며, 이후 그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금을 사들인 상태다. 다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은 외환 및 금을 합친 전체 외환 보유액의 약 9.7%로, 세계 평균인 1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중국이 금 구입을 은폐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 산하 국가외환관리국이 지난해 들어 공식적으로 발표한 금 구입량은 총 25t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도 6월 2.2t, 7월과 8월 각각 1.9t 수준으로, 평균 월 2t 안팎의 매우 제한적 수치를 공개해 왔다. 그러나 소시에테제네랄(SG) 분석 결과 대형 금괴 거래 흐름 등 시장 데이터를 종합하면 중국의 실제 매입 규모는 공식 발표의 10배에 달하는 최대 250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브루스 이케미즈 일본 금시장 협회 이사장도 “중국 관련 공식 수치를 신뢰하는 사람은 없다”며 현재 중국의 실제 금 보유량을 약 5,000t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나아가 우호 관계의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금의 중국 보관’을 유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외국 정부가 보유한 금을 중국 내 보관하는 금 수탁 업무를 수임하기 위해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통해 금을 매입하는 방식은 다른 금 투자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런던금거래소와 뉴욕상품거래소 등에 등록된 중개기관을 통해 사들인다.
중국은 지난 2002년 인민은행 주도로 상하이금거래소(SGE)를 설립했고, 금 거래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 하에 2014년에는 외국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SGE 인터내셔널 보드(SGE International Board)'를 열었다. 글로벌 금 보관자로 거듭나겠다는 중국의 구상은 이러한 SGE를 매개로 한다. 인민은행이 중국과 친분이 두터운 국가들에게 금을 매입한 뒤 이를 중국 국경 내 보관하도록, 즉 SGE 인터내셔널 보드의 금 보관소에 보관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는 최근 위안화로 결제한 새 금 구입분을 SGE 금고에 보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변수에 과도하게 노출된 글로벌 금 시장
이 같은 중국의 금 매입 움직임은 글로벌 금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과 정부 차원의 매입 지속은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하고 자율적인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매입이 멈추거나 매도로 전환될 가능성만으로도 시장은 극심한 발작 증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말 12년 반 만에 재현된 금값 폭락도 중국이 촉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금 현물 종가는 트로이온스당 4,894.23달러로, 전장 대비 9.0% 급락했다. 2013년 4월 15일(-9.1%) 이후 하루 최대 하락률이다. 당시 하락률은 1980년 2월 이후 33년 만의 최대 수준이었다.
금값은 2002년(280달러)부터 2011년 9월(1,920.30달러) 사상 최고치를 찍을 때까지 점진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다가, 정점을 찍은 지 1년 6개월 만에 9.1% 폭락세로 1,348달러까지 밀렸다. 2013년 당시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안전자산인 금 선호 현상이 강화됐고, 중국이 국제 기축통화를 놓고 달러화와 통화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금값을 천정부지로 밀어 올렸으나, 그해 4월 15일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8%)를 크게 밑도는 7.7%로 발표되자 급격한 조정이 시작됐다.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이 주춤하면서 이들 국가 중앙은행의 금 매수 가능성이 부정적으로 점쳐진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2013년 4월 1,348달러까지 떨어진 금값은 2013년 말 1,201달러, 2014년 말 1,184달러, 2015년 말 1,061달러까지 저점을 계속 낮췄다. 이후 2016년부터 우상향하며 2023년 2,000달러까지 오르다가 2024년(상승률 27%)과 2025년(64%)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폭락 직전까지 25% 급등했다.
2024년 이후 금 랠리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매입, ETF로의 자금 유입,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잇따른 지정학적 긴장 등에 힘입었다. 지난해에는 투자자들이 '디베이스먼트(debasement, 대체 투자) 트레이드'에 대거 뛰어들면서 금 랠리를 가속했다.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잇단 지정학적 긴장 등이 달러화 자산에 대한 신뢰도를 흔든 결과다.
최근 몇 주 동안 금값 랠리는 한층 더 광란에 가까운 속도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중국 투기 자금의 대규모 매수 물결이 이런 광란의 속도를 주도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파로 평가되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에 중국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폭락을 촉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츠의 원자재 책임자를 지낸 알렉산더 캠벨은 "중국이 팔았고, 이제 우리는 그 후폭풍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그 위상에 부합하는 관리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내부 자본의 광풍을 방치하고 제도적 허점을 노출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