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강한 일본” 앞세워 역대 최다 의석 확보, 정치 체급 바뀌며 시장도 ‘촉각’
자민당 “강한 일본” 앞세워 역대 최다 의석 확보, 정치 체급 바뀌며 시장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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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집중도 가장 높은 행정부 목전
‘다카이치 파워’→장기집권 가능성
엔화 약세, 재정 건전성 논의 본격화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가장 강력한 의석 구도를 형성했다. 단일 정당 기준으로 3분의 2를 넘는 의석을 차지한 것은 종전 이후 처음으로, 이번 선거 결과는 일본 정치의 권력 재편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읽힌다. 미국 정부 또한 즉각 축하 메시지를 내놓으며 양국 협력 강화를 언급하는 등 이번 선거 결과의 외교적 파장을 부각시켰다. 한편, 시장은 엔화 약세나 금리·주식시장 변동성과 같이 이번 선거가 불러올 파장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日 정치 지형 대외적 위상·주도권 강화 신호
9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날 실시된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차지하며 대승을 거뒀다. 이는 기존 의석수 198석보다 128석이 늘어난 수치이자, 자민당이 1955년 창당 이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시절인 1986년 총선에서 기록한 종전 최다 의석수 304석을 넘어선 성적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2012년 재집권 이후 연이은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당시 자민당 의석수는 단 한 번도 300석을 넘기지 못했다.
자민당이 확보한 316석은 개헌안 발의선(전체 의석 3분의 2)인 310석을 웃돈다. 여기에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가 기존 34석에서 36석으로 의석을 늘리면서 여당 전체 의석수는 352석으로 확대됐다. 반면 기존 167석을 보유했던 최대 야당인 중도개혁 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49석 확보에 그쳤다. 총선 직전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결성한 이 연합은 지역구 289곳 가운데 단 7곳에서만 승리했다. 이에 입헌민주당 출신 노다 요시히코 공동대표는 선거 패배 이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를 일본 정치의 중대한 전환 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전후 최대 득표 격차를 확보한 역사적인 승리”라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축하했다. 그는 “일본이 강해지면 미국도 아시아에서 강해진다”면서 “(다카이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훌륭한 관계는 양국 간 영속적인 유대를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초석이며 그 어느 때보다 강고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 일본유신회 연립 정권을 두고 “미국 대통령으로서 완전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정 선거 직전 특정 정당과 연정을 공개 지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미 정부가 이번 총선 결과를 양국 관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구도 속에서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민당의 압승이 일본 내부의 정치적 이벤트 이상의 의미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단기간 내 개헌 가능성 낮아
현재 일본 정부는 방위력 강화를 위해 3대 안보 문서를 연내 개정하고, 무기 수출과 관련한 일부 규제를 올해 폐지하기로 한 상태다. 여기에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단독 개헌발의선을 돌파하면서 헌법 9조 개정을 통해 일본을 사실상의 ‘전쟁 가능 국가’로 전환하려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개헌 논의가 곧바로 발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개헌안 발의를 위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상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 구도기 때문이다. 다음 참의원 선거는 2028년 여름에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은 다카이치 총리의 장기 집권 가능성을 크게 높인 이정표로 분류된다. 여당이 단독 개헌발의선을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수년간 정권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 까닭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여당 압승이 확정된 이후 NHK에 출연해 “국민에게 심판받고 싶었던 것은 경제·재정 정책의 대전환, 즉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18일 출범 예정인 새 내각에서도 각료 대부분을 유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개헌과 관련한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정권 운영의 연속성에 방점을 찍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요 언론들은 일본 정치권 내 여야 체급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영향력을 꼽았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의석수 합계가 233석으로 절반을 겨우 넘는 등 정치 기반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지난달 23일 중의원을 전격 해산했다.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10%가량 하락하고, 해산 결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우세해지는 등 역풍도 불었다. 그러나 선거 국면이 진행되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지지율과 개인적 인지도가 다시 부각됐고, 이는 다시 혼전 지역구에서 자민당을 향한 표심으로 이어졌다.
특히 젊은 층에서의 지지 양상이 눈에 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18~29세 지지율은 88.7%에 달했다. 내각 출범 당시 NHK 여론조사에서도 18~39세 지지율은 77%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38%,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51%를 크게 웃돌았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강한 일본’ 구호를 앞세운 다카이치 총리는 젊은 층 사이에서 소비와 팬 문화를 동반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중의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장기 국채 금리 향방에 이목 집중
자민당의 압승이 금융시장에 불러올 여파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자민당은 선거 과정에서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기조로 내세우며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병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경제 안보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 콘텐츠 산업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고용과 소득을 늘리고, 종국에는 ‘강건한 경제’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식료품을 2년간 소비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선거 결과가 확정된 이후 시장에서는 재정 확장 기대가 빠르게 반영되기 시작했다.
먼저 주식시장에서는 정책 방향에 따른 업종별 차별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수석 주식 전략가는 “방위 관련 종목에 더해 소비세 인하를 기대한 식품주 등으로 자금이 유입될 조짐을 보인다”면서 “내수 소비 회복 기대가 커지면, 식품·유통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동반 확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위력 강화와 직결되는 3대 안보 문서 개정, 무기 수출 규제 완화 방침 역시 방산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변수”라고 짚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배넉번캐피털마켓의 마크 챈들러 분석가는 “당분간 엔화 약세·달러 강세가 더 진전될 여지를 모색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주말 엔·달러 환율은 157.20엔에서 거래를 마치며 미국 당국의 환율 점검(Rate Check) 이후 달러당 152.10엔까지 하락했던 데서 5엔가량 상승했다. 달러당 160엔 선은 일본 외환 당국이 제시한 일종의 ‘심리적 방어선’으로, 이에 가까워질수록 환율 개입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강해질 공산이 크다.
채권시장에서는 장기 국채 금리의 향방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재정 악화 우려에 민감한 초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다른 만기의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전이되면서 주식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자민당이 의석을 대폭 늘리면서 야당의 과도한 재정 확대 주장을 수용할 필요성이 줄어들어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닛케이는 “향후 식품 소비세 인하 검토 속도와 실현 가능성에 따라 금리가 오르내리는 전개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책 공약의 구체화 과정이 채권시장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