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덫에 빠진 미국, AI·로봇 없으면 무조건 파산?
국가부채 덫에 빠진 미국, AI·로봇 없으면 무조건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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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이자 비용이 현 국방비 초과 연방 이자 지출, 2035년엔 1.8조 달러 전망 AI 통한 폭발적 성장이 국가 부도 막을 해법

미국 국가부채 규모가 5경원을 넘어서면서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덕분에 자국 통화로 발행한 국채를 외국 투자자에게 팔 수 있고, 위기 때마다 양적완화와 재정 확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치’를 누려왔지만, 미국이라고 이자 비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향후 수십 년 동안 이자 지출이 국방비를 넘어 최대 지출 항목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법으로 AI 기술에 따른 인건비 절감이 지목되지만, 이 또한 노동 소득 기반의 세수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화의 완전한 열쇠가 될지는 미지수다.
머스크 “미국, 부채로 1,000% 파산 향해 간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기업 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드워케시 파텔(Dwarkesh Patel)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의 부채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머스크 CEO는 “AI와 로봇이 없다면 우리는 국가로서 1,000% 파산하고 실패하게 될 것”이라며 다른 해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이 사실상 파산으로 돌진하고 있으며, 국가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쌓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8조5,600억 달러(약 5경6,400조원)에 이른다. 미국인 한 명당 1억5,000만원씩 빚을 진 셈이자, 한국 정부가 77년 동안 쓸 예산(2025년 673조3,000억원 기준)과 맞먹는 막대한 규모다. 또한 연방 지출이 세입을 지속적으로 웃돌면서 부채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 정부는 이미 2026회계연도 들어서만 6,020억 달러(약 881조5,700억원)를 더 지출했다.
머스크 CEO는 특히 부채 자체보다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액이 국방 예산을 초과하고 있다”며, “이자 비용만으로도 연간 1조 달러(약 1,460조원)가 넘는 자금이 소요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안보보다 과거의 차입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의미로, 재정 구조의 심각한 왜곡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 재무부 자료를 보면, 연방 정부 부채 평균 이자율은 2022년 1월 1.556%에서 지난해 9월 3.36%로 2배 이상 급등했다. 미국 정부가 매년 이자로 지출하는 비용은 1조2,160억 달러(약 1,780조원)에 달한다. 미국 전체 연방 지출 17%를 차지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같은 부담은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비영리단체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가부채 이자 비용이 2032년에 1조5,000억 달러(약 2,200조원)를 넘어서고, 2035년에는 1조8,000억 달러(약 2,6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머스크 CEO는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현행 재정 경로가 유지될 경우 미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보장제도·국방비 증가가 국가부채 확대
머스크 CEO의 경고는 미국 주요 금융권 인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미국이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부채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다리오에 따르면 부채가 누적될수록 상환 부담은 소득 대비 비중을 키우며 경제의 순환을 잠식한다. 이는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신체 전반으로의 영양 공급을 가로막는 과정과 유사하다. 상환 부담의 악화는 생산적 지출과 투자 여력을 압박하고,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경제 시스템 전반을 마비시키는 임계점에 도달한다.
경기 여건이 후퇴 국면에 접어들면 투자자들은 신규 국채 발행분은 물론 기존 국채의 수익성까지 재평가하며 매도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은 넘쳐나지만 수요는 줄면서 채권 금리가 치솟는다. 중앙은행은 대응책으로 돈을 더 풀거나 통화를 추가 발행하게 되는데, 통화 공급 확대를 통해 부채 상환을 떠받치는 방식은 화폐 가치의 희석을 동반할 뿐 아니라, 통화가 부를 보존하는 수단으로 기능해 온 기반을 약화시킨다.
프랑스 경제석학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도 경제 성장세가 약해지면 미국의 국가 채무와 달러화 상황이 악화할 것이고 커다란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공공 부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 "국가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것은 하나의 해결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채무가 부풀다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이자 가장 강력한 화폐를 가진 나라가 파산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급등한 데는 사회보장제도와 의료 서비스 지출 확대, 국방비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을 강력히 요구하고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배경에도 재정 파탄을 막으려는 절박함이 투영돼 있다. 이자 부담이 세수 증가분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통화 정책만으로는 부채의 늪에서 탈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더 큰 공포는 2030년 이후로도 좀처럼 국가부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미국이 2030년까지 매년 국내총생산(GDP) 7%가 넘는 재정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 국가부채가 2055년 GDP 156%에 이를 것으로 봤다. 2030년 143%에서 25년 만에 13%포인트 더 악화한다는 뜻이다. 특히 2045년부터는 부채 이자율이 경제 성장률을 넘어서는 ‘부채 스파이럴(Debt Spiral)’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얘기다.

업무 자동화로 인건비 절감해도 고용 축소에 따른 소비 둔화로 영향 제한적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AI 기술을 활용한 인건비의 대대적인 감축이다. 대규모 자동화의 핵심이 로봇·자동화 기술에 있다는 점에서 기술 혁신이 미국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에 따르면 회사는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AMR) 운영 3년 만에 생산성을 3배 향상시키고 출고 건당 인건비를 61% 절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로봇 한 대가 베테랑 작업자 한 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로봇 도입은 정교한 작업 수행과 일정한 속도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산 차질 위험을 줄이고 외부 변수로부터 제조 공정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만큼 생산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아울러 장비 도입 시 발생하는 초기 투자비와 정비 비용을 제외하면 추가 인건비가 들지 않아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AI 도입으로 인력 감축과 자연 이직, 지식 집약적이지만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 등을 통해 1조 달러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전트 AI 소프트웨어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의 대규모 도입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만 볼 때 연간 9,200억 달러(약 1,350조원)의 순편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S&P500 기업 전체 인건비의 41%에 해당하는 규모다.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절감액의 대부분이 급여 비용 절감과 반복적이거나 프로세스 중심 업무에서 인력 수요 감소를 통해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 절감액은 S&P500 지수의 2026년 세전 수익의 약 28%에 해당하는 수치로,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적 가치 창출은 비용 절감과 함께 새로운 매출 및 이익률 창출의 조합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직원들이 단순 반복 작업을 줄이고 보다 높은 부가가치 창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면서 매출 증가와 이익률 개선이 모두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경우 근로소득세에 기반한 기존의 조세 체계는 근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노동 소득 기반의 세수가 고용 축소와 함께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자리 감소는 가계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이는 내수 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정부의 세수 감소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AI와 로봇이 만들어낼 생산성 혁명이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