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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인플레이션, 움직임이 달라졌다

[딥파이낸셜] 인플레이션, 움직임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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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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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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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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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조정 방식 변화로 인플레이션 전개 속도 가속
에너지·AI 결합에 따른 비용 충격 확산
수일 단위 물가에 맞춘 정책·교육·조달 대응 전환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은 전개 방식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년 이후 기업들이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물가 변화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과거처럼 정해진 주기에 따라 가격을 바꾸기보다, 비용이나 수요에 변동이 생기는 시점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약 54%가 고정된 일정 대신 상황 변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이처럼 비용이나 수요 변화가 발생하는 순간 가격이 즉각 반응하는 구조를 경제학에서는 상태의존형 가격 결정(State-dependent pricing)이라고 부른다. 이 방식이 확산되면 에너지 가격 변동이나 기술 비용 상승 같은 충격은 한 단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생산 비용의 변화는 곧바로 거래 상대의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고, 그 흐름은 유통과 소매를 거쳐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에너지 충격과 기술 확산의 다른 작동 경로

과거에는 가격이 일정한 주기에 따라 조정된다는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비용이나 수요 충격이 경제 전반에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기업 설문과 산업 분석을 종합하면, 가격 결정 방식은 이미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비용이나 수요 변화가 발생하는 시점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으로, 특히 불확실성이 크고 원자재·에너지 등 비노동 비용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변화는 가격 충격의 전개 양상을 달라지게 했다. 연료비 상승으로 공급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그 영향은 유통과 소매 단계로 지체 없이 이어진다. 각 단계에서 가격 조정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충격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시간도 크게 단축된다. 2021~2023년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관측된 대표적인 특징이다.

산업 간 거래 구조를 반영한 분석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2021~2022년 에너지 가격 급등은 과거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에너지 비용 증가는 가계 요금에 직접 반영됐을 뿐 아니라, 생산비 상승을 거쳐 여러 산업의 가격 조정을 동시에 자극했다. 특히 비용 변화에 따라 즉각 가격을 조정하는 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동일한 충격이 더 빠르고 크게 물가에 반영됐다.

이 같은 변화는 정책 판단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가격 조정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전제는 현실과 점차 어긋나고 있다. 재고 수준, 비용 부담, 수요 변화가 동시에 기업의 가격 조정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책 효과가 서서히 누적된다는 가정에 기대기 어렵다. 가격 조정의 조건과 전개 속도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의 흐름을 정확히 읽기 힘들어진다.

인플레이션과 기업 가격 조정 행태의 변화
주: 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가격을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가격 변동의 확산 속도도 함께 빨라지고 있다.

가격 충격 키우는 상태의존형 가격 결정

최근 인플레이션은 서로 다른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며 나타났다. 2021~2022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비용 부담이 빠르게 확대됐고, 같은 시기 AI 확산과 함께 기업의 가격 결정 환경도 달라졌다. 두 요인은 모두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지만, 가격이 반영되는 과정과 속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상태의존형 가격 결정이 확산된 환경에서 특히 강하게 작용했다. 연료비가 오르면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은 산업의 비용 부담이 즉각 늘어난다. 이들 기업은 비용 변화가 발생하는 시점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 결과 공급업체의 가격 인상은 유통과 소매 단계로 빠르게 이어졌다. 산업 간 거래 연결이 강할수록 가격 조정은 여러 품목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2021~2022년 가스·석유 가격 급등 이후 다양한 품목에서 가격 인상이 짧은 기간에 확산된 흐름이 이를 방증한다.

AI 확산은 또 다른 방식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AI는 비용 충격을 직접 만들어내기보다, 기업이 가격을 조정하는 속도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자동화된 가격 관리와 실시간 데이터 활용이 늘어나면서, 비용이나 수요 변화가 포착되는 시점과 가격 조정 사이의 간격은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변화도 바로 가격에 반영되는 사례가 늘었다. 한 기업의 생산성이나 비용 구조 변화는 경쟁 관계를 통해 주변 기업들의 가격 조정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됐다. 다만 AI의 영향은 산업과 기업별 편차가 커, 지속성과 범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이 두 흐름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최근 인플레이션의 전개 속도도 달라졌다. 에너지 충격은 상태의존형 가격 결정 구조를 따라 빠르게 확산됐고, 기술 확산은 그 전개 과정을 더 압축했다. 이 결합이 가격 충격이 단기간에 넓게 퍼지는 조건을 만들었다. 2021~2025년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국가별 양상이 달라진 배경도 이 구조와 맞닿아 있다.

가격 결정 방식별 기업 가격 상승 추이
주: 상태의존형 가격 결정을 택한 기업들은 비용이 오르거나 내려갈 때 모두 가격 조정을 더 빠르고 크게 단행한다. 이 때문에 비용 변화가 물가에 반영되는 속도도 이전보다 빨라진다.

대응 속도를 전제로 한 체계 전환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이해 방식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 비용이나 수요에 변화가 발생하는 순간 가격이 반응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설명만으로는 최근 인플레이션 흐름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변동할 때 일정 주기 가격 결정(schedule-dependent pricing)과 상태의존형 가격 결정에서 가격 조정 경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하면, 이 차이는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된다. 복잡한 이론보다 작동 과정을 드러내는 접근이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공급망 관리 방식도 이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 가격 전파가 수개월이 아닌 수주 단위로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기존 점검 주기로는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특히 운송과 자재처럼 에너지 비용 비중이 높은 항목은 변동 신호를 더 자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항목을 상시 점검할 필요는 없다. 가격 변동 가능성이 큰 구간을 중심으로, 사전에 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 점검이 이뤄지는 체계가 현실적이다.

정책 대응 역시 시간 감각의 재설정을 요구한다. 가격 조정이 빠르게 이어지는 환경에서는 정책 효과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크지 않다. 대응 시점이 늦어질수록 조정 폭은 커지고, 그만큼 부담도 늘어난다. 그런 만큼 정책 판단에 쓰이는 모형과 설명 방식에는 가격 조정을 촉발하는 조건과 전파 경로가 함께 반영돼야 한다. 충격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에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접근이 중요해진 이유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해석도 제기된다. 상태의존형 가격 결정이 기업 설문에 근거한 설명에 그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에너지 가격 요인만으로도 최근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술 요인의 영향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다만 이런 논쟁은 말로 정리되지 않는다. 실제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분명하다. 가격 조정 빈도와 고빈도 가격 자료, 자동화된 가격 조정 도구의 활용 정도를 함께 살펴보면, 최근 물가 변동의 전개 속도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분명해진다.

최근 인플레이션에서는 물가 수준보다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속도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업들이 사건 발생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고, 디지털 도구가 비용과 수요 변화를 즉시 포착하면서 가격 조정은 짧은 시간 안에 이어진다. 이 변화는 대응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격이 움직이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판단 시점은 늦어지고, 대응 강도는 커지기 쉽다. 결국 필요한 것은 충격이 확산되는 속도에 맞춘 준비다. 정책의 과제는 충격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충격이 정책 혼선과 과도한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속도에 맞는 대응 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aster, Not Fresher: Why state-dependent pricing Explains the New Speed of Infla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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