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투자 꺾일까" AI 열풍에 반도체 공급난 CPU까지 확대, 전력망 한계·정책 변수까지 겹쳐
"데이터센터 투자 꺾일까" AI 열풍에 반도체 공급난 CPU까지 확대, 전력망 한계·정책 변수까지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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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AMD 서버용 CPU 공급 차질, 가격 상승·배송 지연 공급난 장기화한 메모리 시장서는 '합의 후 정산' 조항 등장 부품·전력망 한계 속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장 흐름 제동 전망

글로벌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인텔과 AMD가 서버용 CPU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에서 기인한 반도체 부족 문제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에 이어 CPU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공급난과 불안정한 전력 수급 상황, 제도적 불확실성 등 악재가 겹치며 조만간 데이터센터 확대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도체 공급난 CPU까지 번져
9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인텔과 AMD는 최근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형 클라우드·플랫폼을 포함한 중국 내 주요 고객사에 CPU 공급 부족 상황을 알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인텔의 중국 내 서버 제품 가격은 10% 이상 올랐으며, 주문 적체가 심화해 배송 기간이 6개월까지 늘어난 상태다. AMD도 일부 제품의 배송 주기가 8~10주로 연장됐다.
공급 부족의 핵심 원인으로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지목된다. 인텔은 앞서 지난달 실적 발표를 통해 “AI의 빠른 확산으로 전통적인 연산용 CPU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지난해 1분기 재고는 최저 수준이지만, 공격적으로 대응해 작년 2분기부터 올해년까지 공급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I 열풍으로 인해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나, CPU 공급 절벽이 장기화하지는 않으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CPU 품귀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인텔은 제조 공정 수율 문제로 생산 확대에 난항을 겪는 중이고, AMD는 EPYC 시리즈 프로세서 생산을 맡기는 TSMC가 AI 칩에 생산 라인을 우선 배정하면서 물량 확보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성능 AI 에이전트 시스템 확산으로 CPU 처리 수요까지 급증하며 공급 압박은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메모리 시장 구조 뒤집혀
작년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 중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사실상 완전한 판매자 우위 구조 시장으로 전환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메모리 공급사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에 판매할 서버용 D램 가격을 지난해 4분기 대비 최대 70%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더해 메모리 제조사들은 계약서에 '합의 후 정산(post-settlement)' 조항을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제품을 일정 가격에 1년간 공급하기로 계약했더라도, 계약 종료 시점에 시장 가격이 오르면 차액을 추가 청구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할 시 환불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기존에는 연간 계약을 체결하고 분기마다 가격을 일정 수준 내에서 재조정하는 것이 보통이었다"며 "AI 열풍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 변동 폭이 커지자,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약 조건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기성품(Commodity) 시장인 메모리업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거래 방식이다. 기성품 거래는 보통 제조사가 선제적으로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는 '푸시(Push)'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AI 시장의 급성장으로 메모리 제품 공급이 부족해지자, 고객사가 제조사의 물량 배정을 기다려야 하는 '풀(Pull)' 방식으로 시장 구조가 뒤집혔다. 이에 일부 빅테크 기업은 합의 후 정산 조항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 물량 배정을 우선적으로 확약받기 위해 계약 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선지급하는 등 메모리 선매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 열기 식을까
시장에서는 조만간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요 부품 공급이 줄줄이 부족해진 가운데, 전력 확보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23년 176테라와트시(TWh)에서 2028년 325~580TWh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의 전력망은 송전 용량 부족으로 인해 이 같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약 2,300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 용량이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데이터센터 시설이 전력 수급에 난항을 겪으며 가동되지 못하는 사례는 시장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디지털리얼티와 스택인프라가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사업이 대표적이다. 디지털리얼티는 2019년 48메가와트(M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전력 인입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구글의 글로벌 지속 가능성 및 기후 정책 총괄인 마스든 한나는 지난달 열린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에서 "여러 지역의 전력 기업이 데이터센터 신규 연결까지 4년에서 10년이 걸린다고 안내 중"이라며 "그중 일부 기업은 전력망 연결 요청을 검토하는 데만 12년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송전 용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최근 들어 각국 정계에서 데이터센터 투자를 지원하기는커녕 제지하려는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민주당·공화당이 나란히 데이터센터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 중이다. 민주당 진영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전국 단위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주장했고,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역시 데이터센터가 에너지 요금 인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각 주 정부 역시 데이터센터 신설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조지아주·버몬트주·버지니아주 등이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검토 중이며, 최근에는 뉴욕주 의원들도 데이터센터 신축·운영과 관련한 신규 허가를 최소 3년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