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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정상 간 접촉 이후 드러난 분화, 교역 조정·안보 경계 동시 전개

[미·중 갈등] 정상 간 접촉 이후 드러난 분화, 교역 조정·안보 경계 동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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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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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진영 의존 축소’ 정책 언어 고착
경계선 반복 확인, 통합 시장 전제 약화
중국 “자유무역 규범 후퇴” 비판적 시각

미·중 정상 간 통화가 미국산 대두 구매 확대 합의와 긍정적 평가로 마무리된 가운데, 그 이면에선 미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통화 직후 대만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가 다시 확인되며 양국의 협력과 경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즉각적인 조정이 가능한 교역 사안과 달리 핵심기술 및 안보 의제는 분리된 궤도로 관리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미국이 핵심 광물과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제도 설계에 나서면서 중국의 반응과 실질적 대응에도 이목이 쏠린다. 

안보 기점 시장 분리 신호 확장

5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대만 문제와 미국산 대두 구매 확대 등을 논의했다.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는) 길고 철저했으며,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이번 시즌 미국산 대두 구매량을 2,000만 톤(t)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 시즌에는 2,500만 t 수입에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만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양측 모두 관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외교계는 양국 정상의 통화가 민감한 영역을 중심으로 관리되는 ‘분리 단계’에 진입한 신호로 해석했다. 농산물처럼 정치·안보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에서는 조정과 타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도, 지정학 문제를 둘러싼 안보적 긴장과 경제적 조정이 동시에 병존하는 작금의 미·중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대두 선물 가격은 3%를 넘게 급등해 두 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내 다시 하락해 평년 수준을 되찾았다. 

중국 외교부 역시 통화 결과 발표에서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직접 제기하며 미국에 대해 대만 무기 판매를 “극도로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분리 독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해 12월 111억 달러(약 16조3,000억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를 승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직후 대만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경제 협상과 안보 현안을 분리해 관리하려는 미국 측의 태도로 요약된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1년간의 무역 휴전에 합의한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국가안보 사안으로 규정하며 첨단 장비와 기술 이전을 제한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자립을 가속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중국의 대미 우방국 접근 강화, 미국의 베네수엘라 및 이란 제재 문제, 핵심 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 등 잠재적 갈등 요인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정상 간 대화가 전개되는 동안에도 교역·투자·조달 전반에서 ‘상대 진영 의존 축소’가 정책 언어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배경이다. 

조달·가공·유통 전반 다자 블록 추진

미·중 간 경제 분리가 가장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드러난 영역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이다. 미국은 지난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장관급 회의를 열고 ‘핵심광물 무역블록’ 결성을 공식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제이디 밴스 미 부통령은 “지난 1년간 우리 경제가 핵심광물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많은 이들이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동맹과 파트너국을 묶는 새로운 질서를 제시했다. 회의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호주, 인도, 일본, 유럽·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국가 대표단 등 54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석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기존의 시장 자율에 맡긴 접근 방식이 중국의 저가 공급 전략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밴스 부통령은 “현재 국제 핵심광물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공급망은 취약하고 극도로 집중돼 있으며, 가격은 지속적으로 억눌린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생산 단계별 ‘기준가격(reference price)’ 설정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조정 관세를 핵심 메커니즘으로 제시하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여타 국가들의 신규 광산과 대규모 정련 프로젝트를 좌초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 구상을 ‘포지(FORGE·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 이니셔티브로 명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협력 의사를 밝힌 파트너 국가는 55개국에 달하며, 이미 다수가 참여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핵심광물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기부터 국가 방위까지 지탱하는 기반”이라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합리적인 가격의 글로벌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심광물 공급망이 한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지정학적 지렛대나 협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미국의 무역블록 구상은 금융·비축 정책과도 연계된다. 이에 앞선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나서 민관 합동 프로젝트 ‘프로젝트 볼트’를 발표했다. 120억 달러(약 17조원)를 투입해 핵심 광물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해당 프로젝트는 향후 공급망 차질 발생 시 자동차·전자 등 민간 제조업체에 우선 공급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핵심 광물 분야에 최대 1,000억 달러(약 146조원) 규모의 대출·투자 권한을 동원해 광산 개발부터 정련·가공 전 단계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中 “블록화 반대”, 대안 제시 없어

중국은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 무역블록 구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각국은 핵심 광물의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성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책임이 있다”면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 무역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반응은 미국이 가격 하한선을 비롯한 새로운 질서를 제도화하려는 데 대해 자유무역 원칙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구상은 참여국 확대와 제도 설계가 병행되며 현실화 단계로 접어든 모습이다. 미국은 이미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EU, 멕시코 등과 핵심 광물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하거나 합의에 도달한 상태다.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배타적 블록화’로 규정했으나, 정책 실행 단계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한 실정이다. 아울러 중국이 강조하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무역 환경’이라는 표현 역시 기존 다자 무역 체제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대안적 질서 제안으로 확장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보 의제에서도 중국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린 대변인은 미·러 간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만료와 관련해 “중국은 핵무기 문제에 대해 항상 매우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면서 “우리의 핵 전력은 미·러와 전혀 같은 수준이 아니며, 현재 단계에서는 핵 군축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제 영역에서의 블록화에 반대 관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안보 분야에서는 새로운 협의 틀에 편입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대응은 미국 주도의 질서 재편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는 일관성을 보이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저지하거나 대체할 구체적 수단은 제시하지 못했다. 핵심 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새로운 규칙 형성 과정에도 직접 개입하거나 별도의 대안을 제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곧 미·중 경제 관계에서 기존 다자 규범이 동맹과 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분야별 규칙과 거래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중국의 공개적 반발이 이미 진행 중인 블록 단위 질서 형성을 되돌리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게 외교계 전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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