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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언어부터 바꾼 삼성, 영어 통일로 ‘글로벌 원팀’ 구축 본격화

문서 언어부터 바꾼 삼성, 영어 통일로 ‘글로벌 원팀’ 구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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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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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보고·협업 체계 일원화
한국어 중심 체계→글로벌 기준 정비
해외법인 현지 인력 참여 확대 가능성

삼성전자가 국내와 해외 법인 간 모든 공식 문서를 영어로 일원화하는 지침을 도입했다. 한 달 동안의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3월 본격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번역과 중복 작성으로 누적된 내부 소통 비효율을 해소하고, 세계 기준에 맞춘 협업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사업을 전개 중인 국내 대기업 전반의 업무 언어 전환 움직임과 맞물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현지채용 인력의 활용 방식과 조직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커뮤니케이션 속도 제고 기대

6일 재계에 따르면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은 최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 모든 동료가 글로벌 원팀으로 연결돼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한국과 해외 법인 간 서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글로벌 표준으로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는 2월 시범 운영을 거쳐 3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적용 대상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포함되며, 이후 그룹 내 다른 관계사로 순차 확대될 예정이다.

지침에 의하면 한국과 해외 법인 간에 오가는 모든 업무 메일과 첨부 문서는 최초 작성 단계부터 영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해외 법인의 내부 보고 문서 역시 영어로 작성해야 하며, 정기·수시 보고서와 엑셀·파워포인트·워드 등 문서 형태의 공식 자료가 대상에 포함된다. 반면 구두 대화, 메신저, 개인 메모, 검토용 초안, 실무자 간 단순 협의 자료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영어권 법인의 경우, 해당 법인 내부에서 사용하는 공식 문서는 현지어 작성이 허용된다. 일괄적인 언어 전환에 따른 혼선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이번 가이드는 기존에 병렬적으로 운영되던 내부 소통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조치에 가깝다. 삼성은 2023년부터 해외 법인 내부 보고서와 회의 자료를 영어로 작성하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왔으나, 국내와 해외 법인 간 문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한글과 영어를 각각 작성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이 때문에 동일한 내용의 문서를 중복 작성하거나 번역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빈번했다. 이번 지침 확대는 이러한 업무 중복 문제를 해소하고 조직 간 정보 전달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다양한 글로벌 인력 구조 역시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삼성은 2022년 국내·해외 인력을 상호 파견하는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을 도입해 인적 교류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그 결과 2024년 말 기준 삼성전자 해외 근무 임직원은 약 13만7,000명으로 국내 임직원 12만5,000명을 상회했다. 공식 문서 언어의 일원화는 이러한 인력 운영 변화와 맞물려 글로벌 조직 내부에서 동일한 정보 기준을 공유하려는 흐름을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단계에 가깝다. 

정보 비대칭·전달 지연 최소화 흐름

이처럼 복수 언어 사용에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비단 삼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회의·보고·문서 작성에서 영어 사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 임직원 비중이 높아질수록 한국어 중심 체계가 동일 정보를 동시 공유하는 데 있어 제약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법인과의 협업이 상시화된 조직에서는 언어 선택이 개개인의 소통 수단을 넘어 기업 전반의 의사결정 속도와 정보 정합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오랜 기간 해외 법인과의 공식 의사소통에서 영어 사용을 원칙으로 삼는 관행을 유지했다. 별도의 통합 가이드라인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해외 핵심 법인의 경영진과 실무진이 다국적으로 구성된 까닭에 영어가 기본 소통 언어로 기능했다. 사업 특성상 글로벌 사업 전략과 투자, 생산 조정과 같은 사안이 다국적 조직 단위에서 동시에 논의되는 만큼 특정 국가 언어를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한국어 소통 체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의사결정 구간에 한해 언어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문서로 기준을 명시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2024년 3월 영어 공용 원칙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해 주요 회의와 해외 사업장 간 소통, 내부 공유 문서에서 영어 사용을 원칙으로 했다. 이 과정에서 회의 구성과 인력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회의일수록 영어 토론이 가능한 인력의 참석 비중이 높아졌고, 언어 역량이 정보 접근 범위를 좌우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는 언어 전환이 기업 구성원의 의사결정 참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영어가 이미 기본 업무 언어로 자리 잡았다. 쿠팡의 경우 모회사인 쿠팡 Inc는 물론 한국 법인에서도 영어 사용이 일상화됐다. 최고 책임자 직책을 맡은 경영진 다수가 외국인으로 구성돼 회의 진행과 보고서 작성은 물론 한국어 자료를 인용할 경우에도 영문 번역을 거친다. 쿠팡은 사내 통·번역 인력 약 200명을 ‘이중 언어 전문가(Bilingual Specialist)’로 운영하며 C레벨 전담 통역이 비공식 미팅까지 동행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영어 사용 여부가 조직 경쟁력과 협업 속도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게 이들 기업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직 문화에도 간접적 영향

재계는 업무 언어의 전환이 해외 법인 인력 활용 방식에도 점진적인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현지채용 인력은 각종 실무를 담당하면서도 핵심 의사결정이나 전략 논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언어 장벽은 비대칭적 구조를 강화하는 주된 원인으로 거론됐다. 정보 전달 속도와 맥락 이해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최종 판단은 본사에 집중되는 흐름이 반복된 것이다. 한 제조업체 해외 법인의 현지채용 인력은 “채용 주체에 따라 회의 참여 범위와 보고 대상이 자연스럽게 갈린다”며 “현지 인력은 전략 논의에 관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대비되는 사례로 유럽 기업의 글로벌 인력 운영 방식을 꼽을 수 있다. 독일에서 설립된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 영국의 플러터 엔터테인먼트와 퍼거슨, 아일랜드 기반 건설자재 기업 CRH 등은 모두 기존 유럽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특정 국적 인력보다 역할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인력을 운용했다. 린데는 미국 프레스에어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했고, 플러터 엔터테인먼트의 분석가들 역시 대부분이 미국인이다. 

반면 국내 기업 해외 법인과 관련된 커뮤니티 경험담에서는 여전히 현지채용에 대한 부정적 경험담이 지배적이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본사 소속이 아닌 현지 법인 소속이라는 이유로 주재원과 다른 처우를 받았고, 본사 이동이나 경력 확장 경로가 제한됐다”는 사례가 공유됐고, 해당 게시물에는 “주거·교육·차량 지원 등 복지 격차는 물론 계약상 약속된 교육·업무 범위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축소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댓글이 달렸다. 

문서와 보고 언어의 영어 일원화는 이러한 비대칭적 구조를 즉각적으로 해소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현지 인력이 동일한 정보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략 문서와 공식 보고가 단일 언어로 공유될 경우, 내부 구성원들의 참여 범위와 책임 소재를 보다 명확히 설정할 여지가 생긴다. 언어 기준 통일은 조직 문화 전환의 출발점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인력 활용 기준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재정의하는지에 따라 실질적 변화 여부 또한 판가름 날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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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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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