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 가장 싼 곳은 우주” 일론 머스크, 우주 데이터센터로 전력난·발열 문제 정면 돌파
“AI 개발 가장 싼 곳은 우주” 일론 머스크, 우주 데이터센터로 전력난·발열 문제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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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야심 태양광 전력·레이저통신 사용 전력 부족·용지 확보 문제 해결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의 합병 목적으로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시했다. AI 연산 인프라의 무게중심을 지상에서 우주로 이동시키겠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위성 100만 기 발사' 구상은 비용과 실행 가능성 측면에서 즉각적인 회의론을 불러왔지만, 전력·냉각·공간 제약이라는 지상 데이터센터의 한계를 동시에 해소하는 해법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xAI 합병 공식화, 연산용 위성 대규모 발사 구상
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2일 성명에서 xAI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머스크가 CEO를 겸직하고 있다. 기업가치나 인수 가격 등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블룸버그는 통합된 기업의 가치가 1조2,500억 달러(약 1,8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머스크 CEO는 성명에서 “xAI를 인수해 AI, 로켓, 우주 기반 인터넷, 모바일 기기 통신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실시간 정보 및 자유 발언 플랫폼을 아우르는 지구상(그리고 우주 밖)에서 가장 야심찬 수직 통합 혁신 엔진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와 xAI가 합병하면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우주 데이터센터 계획을 위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최대 100만 기의 인공위성 발사 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는 신청서에서 “이 군집위성은 급증하는 AI 컴퓨터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이는 태양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하는 ‘카르다쇼프의 2단계 문명’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카르다쇼프 2단계 문명이란 러시아 천문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쇼프가 1964년 에너지를 사용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구분한 문명의 발전 단계를 가리킨다. 1단계는 행성에 있는 에너지만 사용하는 행성문명, 2단계는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는 항성문명, 3단계는 은하 에너지까지 사용하는 은하문명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이 2∼3년 안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후 그는 이번 합병 소식을 알리면서 이 같은 구상을 재확인했다. 구상의 핵심은 우주 발사체, 에너지 저장 시스템, AI 연산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통합 구조다. 스페이스X는 이미 민간 우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할 정도로 많은 양의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의 배터리 등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제조 능력으로 태양광 발전·저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인프라로 xAI의 AI 모델이 제약 없이 훈련과 추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도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과 유지·보수에 활용될 수 있다. 로켓 발사에서 인프라, AI까지 이어지는 우주 데이터센터 생태계 전체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셈이다.
위성 100만 개 구축에 매년 5조 달러 예측
다만 이를 구현하는 데는 매년 수천조원을 웃도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산업리서치기관 모펫나단슨(Moffett Nathanson)이 상정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매년 20만 기의 위성을 5년간 쏜다고 가정할 때 연간 약 3,300회, 하루에 9회 정도의 발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인류가 연간 수행해 온 모든 로켓 발사를 합쳐도 이 숫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사 빈도만 놓고 봐도 완전히 새로운 산업 체계를 요구하는 셈이다.
발사체 생산 부담도 막대하다. 스페이스X의 중형 발사체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을 기체당 100회씩 재사용할 수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연간 최소 30기의 신규 스타십을 계속 건조해야 한다. 여기에 화성과 달 탐사, 상업 발사 등 다른 임무에 투입될 기체까지 감안하면 생산 물량의 추가 확대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로켓에 그치지 않는다. 이 정도 규모의 발사를 뒷받침하려면 탱크와 엔진, 위성 본체, 전자장비, 태양광 패널, 통신·광링크 모듈 등 전체 공급망이 현 체제와는 다른 단계로 폭발적 확장을 이뤄야 한다.
투자 규모 역시 산업사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모펫나단슨은 엔비디아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스템을 활용해 궤도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경우 1기가와트(GW)당 400억~500억 달러(약 59조~73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연간 100GW 증설에는 4조~5조 달러(약 5,873조~7,340조원)의 설비 투자가 들어가고, 여기에 발사와 위성, 인프라 비용까지 더하면 연간 5조 달러 수준의 투자 수요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에 달하는 액수이자,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CAPEX) 총액을 넘어서는 규모다. 개별 민간 기업 차원에서 감당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다. 스페이스X가 향후 자체 설계를 기반으로 한 '커스텀 실리콘(Custom Silicon)'을 도입해 효율을 극대화하면 총 투자액을 매년 2조 달러까지 줄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지만, 이 역시 사상 전례 없는 규모기는 마찬가지다.

24시간 전력 생산·냉각수도 불필요, 구축 비용 상쇄 가능
하지만 장기 운용 관점에서는 비용 구조가 급격히 달라진다. 우주의 가장 큰 이점은 에너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경우 학습 과정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할 뿐 아니라 운영 단계에서도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보통 1G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데, 이는 8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도시 하나와 맞먹는 규모다. 그러나 지상 전력망 인프라 부족과 발전 설비의 유연성 한계로 신규 발전원 확충이 지연되면서 전력 수급 불안 우려는 물론 높은 전력 비용 부담까지 겪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우주 궤도상의 태양광 패널은 대기의 간섭 없어 지상보다 최대 8배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며 24시간 전력을 만들어낸다. 밤도, 그림자도, 구름도, 공기도 없는 만큼 AI 가속기 구동에 요구되는 전력 밀도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 지상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발열 고민도 우주 공간에서는 할 필요가 없다. 우주에서 컴퓨팅 때 발생하는 열은 데이터센터 위성 내부의 히트파이프 시스템을 통해 외부 열 방사판으로 끌어내, 절대온도 0도의 심우주로 방사하면 냉각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지구상의 수자원 절약과 수상 생태계 보전에도 도움을 주는 친환경 시스템인 셈이다.
공간적으로도 무한하다. 지상에서는 대형 컴퓨터 단지를 건설할 충분한 땅을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우주에서는 수백~수천 개의 데이터센터 위성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규제 측면에서도 지상보다 부담이 적다. 통상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절차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 데 반해, 우주로 데이터센터를 쏘아 올리기 위해선 미국의 경우 연방항공청(FAA)의 대량 발사 허가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대규모 위성군(컨스텔레이션) 허가만 받으면 된다.
물론 우주 데이터센터가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과제는 우주에 있는 강력한 방사선이다. 서버 등 기기가 강한 방사선에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고장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신속히 보수하기가 쉽지 않다. 또 유성이나 인공위성과 같은 궤도를 떠도는 물질과 충돌할 위험성도 상존한다. 다만 이 역시 기술 개발로 극복이 가능하다. 최근 기술업계에서는 로켓 재사용이나 우주 로봇, 고대역폭 레이저 통신, 모듈형 하드웨어 설계 등 관련 기술들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또 우주 태양광 발전, 궤도 위 조립·정비 로봇, 우주 기반 모듈 공장과 같은 혁신적 기술들도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우주 데이터센터의 과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