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알리바바·텐센트 시총도 꺾었다" 메모리 호황 속 亞 AI 주도권 쥔 SK하이닉스·삼성전자, 中 빅테크는 후발주자行
[AI 버블] "알리바바·텐센트 시총도 꺾었다" 메모리 호황 속 亞 AI 주도권 쥔 SK하이닉스·삼성전자, 中 빅테크는 후발주자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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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알리바바·텐센트 시총 첫 추월 아시아 AI 투자 중심축, 플랫폼에서 인프라로 이동 AI로 활로 모색하는 中 빅테크, 글로벌 주도권 확보는 먼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사상 최초로 중국 최대 기술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중심축이 플랫폼에서 인프라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아시아 기술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입지가 약화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비롯한 첨단 산업 투자를 확대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급 절벽 딛고 질주하는 韓 반도체
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삼성과 SK하이닉스, AI 호황으로 중국 듀오 가치 초과'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2월 3일 기준 1조1,400억 달러(약 1,655조2,800억원)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같은 날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합산 시가총액(1조700억 달러·약 1,550조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들 기업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핵심 메모리 공급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몸값이 대폭 치솟은 것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공급 절벽 속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PC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0% 이상 상승하고, 서버용 D램과 저전력 LPDDR 제품 가격은 약 9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전망치는 55~60%, 기업용 SSD는 53~58%였다. 트렌드포스는 “단순한 회복이 아닌 공급 부족에 따른 구조적 급등”이라며 “1분기 D램 가격 상승률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메모리 제조 기업들에 있어 막대한 호재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완전한 판매자 우위 구조로, 구매자들이 가격 협상력을 사실상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제품이라는 의미다. 이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에 판매할 서버용 DRAM 가격을 지난해 4분기 대비 최대 70%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가격 인상 흐름은 자연히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세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약 34%, SK하이닉스는 37% 급등했다.
판매자 우위 구조 장기화 전망
공급망 내 주요 업체들은 이 같은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콘퍼런스콜에서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확대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업계 공급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며 "대부분 고객이 메모리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급 확대를 지속 요구하고 있어 고객 재고 수준도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버 D램을 중심으로 타이트한 재고 추세가 연중 지속될 것이고,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현재보다 점점 더 낮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핵심 메모리 제조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달 모바일·클라이언트 사업부 고위 임원의 발언을 통해 "반도체 공장 건설과 고객 인증, 수율 안정화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8년 이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AI 고객이 요구하는 고사양 메모리의 인증 절차 및 다양한 용량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생산 구조가 공급망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수의 용량 구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메모리 기업의 공정 전환 부담이 커지며 전체 생산성이 낮아지게 된다.
메모리 시장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달 31일 대만 공급망 기업 경영자들과의 미팅 이후 메모리 반도체 공급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AI는 메모리를 갖춰야 하고, 올해 메모리 반도체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며 "성능을 위해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저전력메모리는 LPDDR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메모리 수요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메모리 공급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中 빅테크의 새로운 성장 전략
AI 열풍 속 아시아 기술 시장의 중심축이 인프라로 이동하는 가운데, 기존 핵심 플레이어였던 중국 빅테크는 궁지에 몰렸다. 기존 성장을 견인하던 IT 플랫폼 사업이 구조적으로 성장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현지 소비 둔화로 인해 전자상거래 거래액 성장률은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고, 광고주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플랫폼 광고 성장률도 대폭 낮아졌다. 게임·콘텐츠 분야도 신규 이용자 유입이 둔화해 트래픽 자체가 더 이상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이들 기업은 활로 모색을 위해 AI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알리바바는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큐웬(Qwen)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AI 클라우드 사업에 힘을 실었으며, 텐센트는 훈위안(Hunyuan) 모델을 게임·광고 추천·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에 적용했다. 바이두 역시 어니(ERNIE) 모델을 활용한 AI 클라우드·기업용 생성형 AI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련 투자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AI 및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자본 지출을 최대 4,800억 위안(약 100조5,0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올해 엔비디아의 AI 칩 구매에만 1,000억 위안(약 1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 빅테크들이 글로벌 최전선 AI 경쟁에서 곧장 주도권을 쥐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수출 통제 등으로 인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조달 통로가 막히며 기술 발전에 제약이 걸린 탓이다.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여타 경쟁국들과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칩과 전력,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더해 중국의 AI 전략이 의료·물류 등 즉시 상용화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수립됐다는 점도 문제다. 이 같은 전략은 신속하게 성과를 도출할 수는 있지만,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을 필두로 한 첨단 경쟁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