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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스까지 내려놓은 미쓰비시케미컬, 중국발 저가 공세가 흔든 일본 산업 지형

코크스까지 내려놓은 미쓰비시케미컬, 중국발 저가 공세가 흔든 일본 산업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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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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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핵심 소재도 과잉 공급에 ‘백기’
수직계열화 모델 확대에 협상력 약화
日 철강 산업, 내수 축소→해외 이전
미쓰비씨케미컬 사카이데시 가와 사업소 내 코크스 생산 시설/사진=미쓰비씨케미컬

일본 미쓰비시케미컬이 철강용 코크스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수십 년간 그룹 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평가받던 사업이었지만,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증산에 따른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누적되며 더 이상 채산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코크스와 같은 핵심 소재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일본 철강 산업 전반의 대응 전략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도 한층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850억 엔 손실 감수

3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미쓰비시케미컬은 최근 이사회에서 2027 회계연도 하반기까지 코크스 생산을 종료한다는 방안을 의결하고, 이를 확정 발표했다. 수년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글로벌 업황 악화와 제강사들의 자급 체제 전환을 이겨내지 못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케미컬은 최대 850억 엔(약 7,900억원)의 비경상 손실을 2026년 3월 회계연도에 계상할 예정이다. 항목은 자산 손상 및 설비 철거, 임직원 직원 전근 지원 비용 등이다.

업계는 미쓰비시가 그룹 내 핵심 수익원으로 분류되는 부문을 내려놓는 선택을 한 배경에 주목했다. 미쓰비시케미컬은 1969년부터 가가와현 사카이데시 가와 사업소에서 코크스를 생산해 왔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150만 톤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대규모 증산과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이 누적되면서 근본적인 수익 구조가 흔들렸다. 오랜 기간 운영된 핵심 설비와 축적된 고객 기반 등을 고려하면, 이번 철수는 비주력 사업 정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실적 지표에서도 변화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미쓰비시케미컬의 탄소 사업 부문은 2025년 3월 회계연도 기준 279억 엔(약 2,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생산능력을 약 40% 감축하고, 수출 물량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을 병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2·3분기(4~9월)에도 57억 엔(약 530억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 그룹 차원의 지원 등 추가 조치도 검토됐지만, 시장 환경과 고객사의 조달 전략 변화까지 고려할 때 손익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비경상 손실 규모와 계상 시점 역시 사업 철수의 불가역성을 보여준다. 총 850억 엔 가운데 190억 엔(약 1,800억원)가량은 2025년 10~12월 기간 고정자산 감손손실 등으로 반영되고, 나머지 660억 엔(약 6,100억원)은 설비 철거 비용과 직원 전환 지원 비용으로 2026년 1~3월에 걸쳐 계상될 예정이다. 600명에 달하는 관련 인력은 그룹 내 배치 전환과 재취업 지원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철수를 확정한 것은 해당 사업이 더 이상 중장기 포트폴리오 내에서 유지 가능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음을 시사한다. 

전략적 중요도 희석 

석탄을 고온에서 증류해 만드는 코크스는 제철소 고로의 핵심 원료에 해당한다. 철광석을 환원시키는 열원 역할과 동시에 고로 내부에서 철광석과 석회석이 안정적으로 내려앉을 수 있도록 지지체 역할을 수행하는 까닭이다. 품질이 균일하지 않거나 공급이 불안정할 경우엔 고로 내부 압력과 온도 제어가 흔들리고, 이는 다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철강사를 보유한 기업에 있어 코크스 설비는 화학 계열 사업 가운데서도 전략적 중요도가 가장 높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한국 기업의 사례는 이러한 중요도를 뒷받침한다. 포스코와 미쓰비시가 참여한 포스코MC머티리얼즈는 침상코크스를 중심으로 전기로용 흑연전극봉, 이차전지 음극재 등 고부가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창사 당시인 2016년 23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포스코MC머티리얼즈는 이듬해 곧바로 4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고, 이후엔 △2018년 457억원 △2019년 302억원 △2020년 107억원 △2021년 320억원 △2022년 573억원 △2023년 553억원 △2024년 467억원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유지하며 탄탄한 사업성을 자랑했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시장 내 코크스를 둘러싼 수급 구조가 급격히 변했다는 점이다. 주요 제강사들은 코크스와 원료탄 확보를 위해 광산 지분 투자와 장기 계약을 확대하며 자급 체제 강화에 나섰다. 일본제철은 원료탄 자체 조달 비율을 2023년 20%에서 지난해 말 약 35%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JFE스틸 역시 해외 광산 권익 확보를 통해 공급 안정성을 높였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중국발 물량 공세까지 더해지며 코크스 전문 생산 기업의 협상력은 약화됐고, 설비 유지에 필요한 고정비 부담은 고스란히 남게 됐다. 코크스가 철강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라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지만, 공급 과잉과 제강사의 자급 전략이 동시에 작용하며 기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진 배경이다. 

설비 가동 조정→해외 이전

이러한 일본 철강 산업의 위기는 비단 코크스 부문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산 저가 철강의 대량 유입과 내수 수요 정체가 겹치며 일본 내 가격과 가동률까지 동시에 압박받는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일본철강연맹 조사에서 지난해 말 1.6mm 열연강판 유통 가격은 1톤당 약 11만2,500엔(약 104만원)으로 2021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같은 해 6월 말과 비교해도 4% 이상 하락했다. 2022년 여름 고점을 형성한 뒤 수요 위축이 본격화하면서 하락 흐름을 되돌리지 못한 결과다. 

그러는 동안에도 중국산 수입 증가는 이어졌다. 지난해 5월 일본으로 유입된 중국산 일반 철강은 9만8,667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다. 일본 정부가 중국과 대만의 니켈 첨가 냉간 압연 스테인리스 코일·시트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지만, 일반 철강 전반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세계 각국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빠르게 늘리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시작된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 건수는 30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역시 18건이 새로 시작된 상태다. 

일본의 심각한 내수 부진은 설비 가동 조정으로 이어졌다. 도쿄철강은 저가 수입품에 대응해 상반기 계약의 국내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JFE홀딩스는 오카야마현 용광로 중 한 곳의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2027 회계연도에는 히로시마현의 또 다른 용광로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다. 기타노 요시히사 JFE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사업 개편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격 방어보다 가동률 축소를 통한 손실 관리가 우선순위로 이동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압박은 기업 전략의 무게중심을 해외로 이동시키는 촉매로 작용했다. 일본제철은 2012년 스미토모금속 합병과 2017년 닛신제강 인수를 통해 내수 구조를 정리한 뒤 2019년에는 인도 제철소 인수에 나섰고, 최근에는 미국 US스틸 인수를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 자국 내 생산을 수요 이하인 4,000만 톤대로 낮추고, 해외 생산을 확대해 총 1억 톤 이상 생산 체제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내수 부진이 설비·자본의 이동을 가속하는 조건으로 작동하면서 일본 철강 산업은 생산 거점과 판매 시장의 재배치 과정에 접어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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