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협력 불안한 시그널 잇단 감지” 1,000억 달러 빅딜 앞, 오픈AI-엔비디아 힘겨루기
“양사 협력 불안한 시그널 잇단 감지” 1,000억 달러 빅딜 앞, 오픈AI-엔비디아 힘겨루기
입력
수정
엔비디아, 오픈AI 투자축소 시사 오픈AI, 타회사 제품 채택 검토 양사 다른 파트너 찾으며 갈등 시작

굳건한 협력관계를 자랑해 온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AI 반도체 시장 리더 엔비디아의 동맹에 미묘한 균열이 가고 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약속한 투자를 보류 또는 축소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이번에는 오픈AI가 엔비디아 AI칩의 대체품을 물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양측이 각자의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심리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오픈AI '추론용 칩' 물색, 엔비디아칩 성능에 한계 느껴
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의 GPU를 대신해 챗GPT의 추론용으로 활용할 AI칩을 물색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AI 모델이 사용자 질문에 답변을 생성하는 ‘추론(inference)’ 과정에서 엔비디아 칩의 성능에 한계를 느낀 데 따른 것이다. 오픈AI는 소프트웨어 개발, AI와 다른 소프트웨어 간 통신 등 특정 상황에서 엔비디아 GPU가 챗GPT 사용자에게 빠른 답변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오픈AI는 향후 추론용 컴퓨팅 수요의 10%가량에 엔비디아가 아닌 다른 회사의 AI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그동안 GPU에 대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적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조를 지속적으로 드러내 왔다. 특히 지난해 구글과 브로드컴이 합작해 내놓은 텐서처리장치(TPU)가 구글의 AI 서비스 구동에서 GPU보다 더 나은 효용성을 입증하면서, 오픈AI 역시 GPU 일변도의 AI 인프라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실제로 지난달 오픈AI는 웨이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칩으로 만들어 연산과 데이터 저장을 한 칩에서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보유한 세라브라스와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후 오픈AI는 반도체 기업 그록(Groq)과도 협상했지만, 엔비디아와 그록이 작년 12월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양사의 균열은 최근 AI 시장 키워드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 가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AI를 학습시키는 데에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잘 맞는 엔비디아의 GPU가 적합했다. 그러나 이렇게 개발된 AI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는 추론 단계에는 누구보다도 빨리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을 내놓는 것이 중요한데, 엔비디아 제품으로는 한계가 있어 오픈AI 불만이 커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협력안 발표했지만 진전 없어, 엔비디아 내부 회의론 부각
오픈AI를 대하는 엔비디아의 태도도 예전과 달라졌다. 지난 2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에 대한 투자 규모가 당초 밝힌 것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양사는 최소 10기가와트(GW) 규모 차세대 AI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여기에는 향후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약 146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적은 금액이 투입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해당 파트너십은 당시 'AI 혁명'을 이끄는 양대 기업의 동맹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지만, 엔비디아의 투자금을 도로 엔비디아 칩을 사는 데 쓰는 '순환 거래'라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AI 산업의 고성장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양사는 거래 의향서를 체결하고 세부 내용을 몇 주 안에 확정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도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 발표 2개월여 이후인 지난해 12월 초,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엔비디아와의 인프라 투자 계약이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11월 실적 보고서에서도 오픈AI에 대한 투자가 확정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갈등의 배경에는 양사가 각각 상대방의 경쟁사들과 협력을 확대해 온 행보가 있다. 엔비디아는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주요 AI 파트너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앤스로픽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가 소수 하이퍼스케일러에 집중된 고객 구조를 완화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역시 엔비디아 외에도 여러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AMD와 차세대 AI 칩 개발 협력을 발표했고, 이후 브로드컴과 맞춤형 AI 칩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오픈AI 4분기 IPO 계획, AI 투자 붐 좌우
물론 양측은 겉으로는 갈등설을 부인하고 있다. 황 엔비디아 CEO는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방침을 재확인하며 투자 보류설을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오픈AI가 엔비디아 칩의 대체품을 물색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 또한 “엔비디아는 세계 최고의 AI 칩을 만든다”며 “오랫동안 거대한 고객(gigantic customer)으로 남고 싶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양쪽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한 투자 축소를 암시하자, 오픈AI가 우리도 대체품을 알아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즉 엔비디아가 오픈AI를 둘러싼 가격·조건·리스크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보내자, 오픈AI가 "엔비디아 말고도 갈 곳이 있다"는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내비치며 향후 칩 공급 우선순위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엔비디아는 현재 오픈AI가 처한 재무적 취약성과 하드웨어 수급의 절박함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오픈AI는 거대언어모델(LLM) 고도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가용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 가속기는 핵심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반면 오픈AI도 업계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활용해 엔비디아를 흔들려는 복안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픈AI가 엔비디아 칩의 비중을 축소하고 자체 반도체 설계나 타사 협력을 공식화할 경우, 엔비디아 역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사 동맹의 미래를 결정지을 관건은 오픈AI의 기업공개(IPO) 성공과 이를 통한 유동성 확보에 있다고 본다. 오픈AI는 올해 4월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월가 은행들과 비공식 협의를 시작했으며, 새로운 재무 담당 임원들을 영입했다.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오픈AI는 자본 조달의 주도권을 확보하며 협상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이는 기존 투자자들에게도 자금 회수의 가시성을 제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반대로 IPO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픈AI는 자금 조달 경로의 급격한 제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오픈AI의 IPO 성패 여부가 AI 투자 붐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포춘은 “수십억 달러를 소모하며 2030년까지 적자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오픈AI가 성공적으로 IPO를 진행한다면, 이는 AI 붐이 여전히 지속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그러나 투자자들이 주저하거나, IPO가 좌초되거나 재평가된다면, 이는 시장이 마침내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오픈AI가 IPO에 실패할 경우 2027년에 다른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