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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재편되는 고용 지형, 화이트칼라 해고 삭풍 속 블루칼라도 시험대에

AI로 재편되는 고용 지형, 화이트칼라 해고 삭풍 속 블루칼라도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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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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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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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메타 등 미국 기술기업 감원 확산
이미 AI 발전 속도가 인간 적응력 앞질러
인간 대체하는 범용 노동력으로 로봇 부상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글로벌 노동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학력 초급 인력을 중심으로 한 실업 문제도 구조적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블루칼라로의 이동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로봇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마저도 장기적 안전판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 인력의 복잡한 의사결정에도 AI 활용

1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달 말 중간관리자급 사무직을 중심으로 1만6,000명 규모의 추가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최근 3개월간 누적 감원 규모는 3만 명에 이르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감원이 전체 사무직 인력의 10%에 해당하며, 창사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에도 1만4,0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당시 베스 갈레티 아마존 수석부사장은 감원 배경으로 AI 혁신을 언급하며 “AI는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혁신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아마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메타는 한때 기업의 정체성을 상징했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조직 리얼리티랩스의 경력직 1,500명에 대해 순차적인 해고를 예고했다. 기업 해고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스닷에프와이아이(Layoffs.fyi)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본사를 둔 기술기업에서만 4만 명이 해고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오픈AI와 앤스로픽 전 직원을 합친 규모의 4배 수준이다. 이들의 재취업을 위한 고용 시장 역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고용정보 플랫폼 인디드에 따르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구인 공고는 2020년 대비 37% 감소했으며, 미국 내 15대 기술기업의 채용 규모도 2019년과 비교해 5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의 급격한 발전이 노동시장 전반에 가져올 파괴적 변화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토론토대학교 교수는 AI의 발전 속도가 이미 인간 사회의 적응 능력을 앞질렀다고 지적한다. 힌턴 교수는 “AI의 연산 및 처리 능력은 약 7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며 “과거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전환기처럼 수십 년 단위로 변화를 관찰하던 시기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존 직무의 존립 근거가 붕괴되면서 고용 시장은 점진적인 조정 국면을 거치기보다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급격한 구조 붕괴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직무별 변화 양상은 보다 구체적이다. 힌턴 교수는 연내 고객 응대, 일정 관리, 전사 지원 업무 등 기초적인 인지 노동을 중심으로 AI 대체 흐름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2027년에는 회계, 법률 조사, 정형화된 기사 작성, 마케팅 문구 제작 등 사무직 전반으로 AI 활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028년에는 전문 영역에서도 복잡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고, 2030년대 초반에는 화이트칼라 노동력의 상당수가 필수적이지 않은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개월이 소요되던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AI가 단 몇 시간 만에 완수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 인력의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상급자 생산성 향상으로 초급 인력은 아예 생략

초급 인력도 AI 대체 흐름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 연방 실업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미국 등 전 세계 주요국 대졸 초급 인력의 실업률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기존의 고용 안정성을 상실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따른 구조적 전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에는 학위 보유 여부에 따라 실업률 격차가 뚜렷했지만, 최근 들어 고학력자 채용이 줄면서 그 차이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언급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학위 보유자와 비학위자의 실업률 격차는 8%포인트 이상 벌어졌다가, 지난해 1%대로 축소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서비스업 붕괴로 비학위자 실업률이 급증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AI 확산의 영향으로 고학력자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 국면이라는 평가다. 과거에는 기술 발전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최근에는 생산성 향상으로 초급 인력이 아예 생략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노동시장에서는 상위 직급 인력의 생산성이 AI 도입으로 크게 높아지면서, 하위 직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구조가 빠르게 고착화되고 있다. AI발 고용 충격이 특정 산업이나 직무에 국한되지 않고 조직의 수직적 구조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의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동안 ‘취업 보증 수표’로 여겨졌던 컴퓨터공학 등 기술 전공 학위마저 과거와 같은 매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AI로 인해 기술 전공 인력 수요가 둔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해당 분야 인재 공급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화이트칼라 일자리 위축에 청년층 블루칼라 이동

막대한 노동력을 토대로 산업 경쟁력을 구축해 온 중국 역시 고학력 청년층 실업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중국 기업들이 기존 경제 주체의 회복보다는 신산업 투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매년 AI 기술 개발에 수조 달러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AI가 빠르게 공정을 자동화할 경우,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중국의 실업 문제가 사회 전반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 총재를 지낸 이강 북경대 교수 등 현지 전문가들도 "AI가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노동 수요와 공급 간 구조적 불일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현재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는 말 그대로 시한폭탄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청년실업률은 16.5% 수준이었으나 중국 학계에서는 실질 청년실업률이 50%에 육박했다는 분석 결과도 나온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인력 부족이 심했던 디지털 기술과 혁신 기반 신경제 분야마저 구직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구직·채용 플랫폼 마이마이(脉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신경제 분야 인재 수급 비율이 사상 최고치인 2.23을 기록했다. 이는 구직자가 일자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마이마이는 AI 분야 역시 올해 처음으로 인재 수급 비율이 1을 넘어서며 인재 과잉 공급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직업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면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신취업형태센터에 따르면, 1990년대생의 68%가 블루칼라 직종 진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2.7%는 실제 화이트칼라에서 블루칼라 직종으로 전환했다. 현재 중국 블루칼라 고용 시장은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고도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블루칼라 근로자는 4억2,500만 명에 달했으며, 월 급여는 6,150위안(약 118만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특히 기술집약적 직종을 중심으로 임금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 기술 프리미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의 2030세대 사이에서도 블루칼라 일자리에 우호적인 트렌드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1995~2007년생 구직자 1,603명을 대상으로 ‘연봉 7,000만원 교대 근무 블루칼라’ vs ‘연봉 3,000만원 야근 없는 화이트칼라’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3%가 ‘블루칼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7%에 불과했다. 블루칼라를 택한 응답자의 80%는 '높은 연봉과 낮은 해고 위험'을 이유로 들었다.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더 이상 안정적인 대안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득의 예측 가능성과 고용 안정성을 챙기는 청년층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블루칼라 일자리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인간 노동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범용 노동력"이라며 "2030년을 기점으로 노동시장의 재편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옵티머스의 대량 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가격이 중형차 수준으로 낮아져 보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AI와의 결합으로 지능이 고도화될 경우, 일정 수준의 숙련을 요구하던 기술직마저 대체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자동화와 로봇 기술의 확산으로 블루칼라 일자리마저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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