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탈중국] "中 독주 막아라" 광물 공급망 협력 도모하는 20개국, 단기간 내 공급망 독립 가능성은 낮아
[희토류 탈중국] "中 독주 막아라" 광물 공급망 협력 도모하는 20개국, 단기간 내 공급망 독립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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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英 등 20개국, 중국 희토류 의존 줄이기 위해 공급망 동맹 추진 희토류 정제·자석 제조 시장 90% 손에 쥔 中, 공급망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 中 희토류 패권, 향후 10여 년에 걸쳐 점진적 약화 전망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이 중요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 구축에 나선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행보에 맞서 첨단 산업의 필수 원자재인 희토류 등의 공급처를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정제 기술 경쟁력·지리적 이점·탄탄한 제도 기반 등을 고려하면 희토류 공급망의 중심축이 단기간 내 이동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본다.
G7 등 주요국, 中 희토류 독점에 대항
1일(이하 현지시각) 더가디언에 따르면, 조만간 워싱턴에서는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소집에 따라 광물 공급망 관련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해당 회의에는 주요 7개국(G7)을 포함해 한국, 인도, 호주, 멕시코 등 주요 자원 보유국 및 소비국들이 대거 참여한다. 참여국들은 가격 안정화와 투자 지원을 통해 비중국 자원 공급망을 확대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며, 중요 광물에 대한 '최소 가격 보장제' 도입 여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회의 참여국 중 다수는 이전부터 중국의 주요 광물 공급 중단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일례로 호주의 경우 최근 국가 차원에서 12억 호주달러(약 1조2,150억원) 규모의 전략적 핵심 광물을 비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이후 자국 경제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조치다. 호주는 안티몬과 갈륨 같은 필수 원소를 확보해 나가며 중국을 대체할 핵심 광물 공급처로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영토 분쟁 당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중단했을 때부터 꾸준히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해 왔다. 2011년 일본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와 종합상사 소지츠는 호주 희토류 생산 업체 라이너스에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원)의 대출 및 지분 투자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 중국 외 지역에서 희토류 장기 공급처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2010년 무역 분쟁 당시 90%에 육박했던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비중은 현재 60~70%까지 하락했다.
참여국 간 협력 노선도 속속 구축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스테판 세주르네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 등과 회담을 갖고 "희토류 등 중요 광물의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민관 협력 프로젝트 구축을 위해 조속히 협력해 나간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문서를 발표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희토류를 포함한 중요 광물의 공급망 확보에 협력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中 희토류 지배력, 채굴 아닌 '정제'에서 기인
다만 중국 측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제 사회의 '희토류 탈중국' 시도가 단기간 내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지난달 추이홍젠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는 “희토류에서 중국의 우위는 수십 년의 기술 축적과 통합 지원 산업, 규모화된 생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서방이 단기간에 기술 성숙도와 비용 통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우미 중국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급-수요 역학은 시장 기반 행동의 결과”라며 “제로섬 게임 논리에 기반한 동맹은 회원국이 필요로 하는 충분한 희토류를 공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예측에 힘이 실리는 것은 중국이 단순 희토류 채굴을 넘어 정제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채굴보다도 채굴 이후 단계에서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토류 원소 17종의 화학적 성질이 매우 유사해 분리와 정제에 고도의 정밀 화학 기술이 필요한 탓이다. 대표적 분리 방식인 용매 추출 공정은 최소 200단계를 거쳐야 원하는 원소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염화암모늄과 옥살산 등 다수의 화학 물질이 필수적으로 투입되는데, 이들 시약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제 능력 자체가 무력화된다. 공정 기술과 시약 조달 능력을 갖춰야만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제련/분리(산화물 생산) 시장은 90%, 희토류 가치사슬의 최종 제품인 영구자석 제조 시장은 93%가 중국 산하에 있다. 중국 밖에서 채굴된 희토류조차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이동해 정련·가공된 뒤 다시 세계로 공급된다. 현시점 중국을 희토류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관련 기술 자립에 힘을 쏟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희토류 정제·자석 제조 공장을 하나 세우는 데는 기본적으로 수년이 소요되며, 환경 인허가 절차와 지역사회 반발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설령 공장이 완공되더라도 품질 안정화를 위해서는 재차 시간을 들여야 한다.

2040년 패권 붕괴 예상
중국의 지리적 이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희토류 광물 자체는 지구 표면에서 다수 발견되지만, 이 중 첨단 산업에 주로 쓰이는 중희토류(HREE) 9종은 90%가 중국에 묻혀 있다. 서방 기업들이 과거 비용과 환경 문제로 희토류 산업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훼손된 제도적 기반도 공급망 다변화의 장애물로 작용 중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내 39개 대학에는 희토류 관련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으나, 미국과 유럽의 대학에는 이 같은 전문 과정이 없다.
다만 중국이 희토류 영구 자석 가치 사슬 전체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은 변수다. 전기차 모터와 첨단 방위 제품에 필수적인 네오디뮴 자석의 특허권이 미국과 일본에 있으며, 희토류 자석 생산에 필요한 핵심 정밀 장비들 역시 독일과 일본에서 공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서방이 연합해 대중국 첨단 기술·장비 수출을 막으면 중국의 희토류 생산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산 HREE의 약 절반이 미얀마와 접한 국경 지대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서방국 입장에서는 '반격 카드'가 될 수 있다. 해당 지역은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국경수비대와 카친독립군 등 무장 단체들이 통제 중이지만, 사실상 무법 지대에 가깝다. 서방이 해당 지역의 분쟁을 명분으로 중국산 희토류 자석에 추가 제재를 가하면 중국 희토류 공급망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희토류를 둘러싸고 중국과 국제 사회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중국의 압도적 희토류 패권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과학원(CAS)은 지난해 3월 발표에서 "첨단 기술 분야와 친환경 산업의 필수 광물 원자재인 희토류 생산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이 매우 약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CAS 연구팀은 "2040년에는 중국의 (희토류 생산) 점유율이 23%까지 하락해 기존의 지배적 위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면서 "아프리카와 호주가 추가적인 채굴에 성공하면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사회의 맹공에도 불구,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이 단기간 내 약화하기보다는 향후 십여 년에 걸쳐 서서히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