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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용 게임 캐릭터가 극우 상징으로, 영국 ‘아멜리아 밈’ 대확산의 경로

교육용 게임 캐릭터가 극우 상징으로, 영국 ‘아멜리아 밈’ 대확산의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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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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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캠페인 캐릭터에서 정치적 밈으로
이민·치안 이슈에 英 사회 ‘집단적 분출’ 
유럽 전반 민족주의 성향 정당 지지율↑
미디어 리터러시 게임 '패스웨이' 속 아멜리아(오른쪽)의 모습/사진=Shout Out UK

영국 정부 지원으로 제작된 반극단주의 교육 게임에서 출발한 ‘아멜리아(Amelia)’ 캐릭터가 반정부·반이민을 주장하는 온라인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전도돼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많은 온라인 밈에서 아멜리아는 영국에 대한 충성, 이민자에 대한 경계 발언을 쏟아내는 이미지로 표현된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민과 치안을 둘러싼 영국 사회의 갈등이 대중문화의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동시에 유럽 전반에서 확산 중인 반이민 정치 흐름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반이민·반이슬람 정서 자극

26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영국을 비롯한 서구권의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여성 캐릭터 아멜리아를 활용한 밈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보라색 단발머리의 외형을 지닌 아멜리아는 런던 거리를 걸으며 나라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거나, 무장 이슬람 단체와 제삼세계 이민자의 위험성을 외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 X(옛 트위터)에서는 돼지고기 소시지를 먹었다는 이유로 이슬람 복장을 한 남성에게 훈계받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노골적인 반이민·반이슬람 정서를 자극하는 설정이 반복된다.

이러한 밈은 정치적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캐릭터 소비의 형식을 취해 확산 경로를 넓혔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형식적 유연성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AI 생성물의 특성상 이미지·대사·배경의 변형 비용이 적고, 이용자들이 새로운 장면을 연출하기에도 용이하다. 특히 소품이나 관광지 배경 등은 고정 서사에 국한하지 않고 반복 사용된다. 가디언은 “(아멜리아 밈이) 특정 정치 성향 계정에 그치지 않고 일반 이용자의 피드로 널리 유입되는 추세”라며 “정치적 메시지는 유지되지만, 오락적 소비가 결합되며 저항 없이 노출 빈도가 증가한 게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캐릭터의 출발점은 역설적이다. 애초 아멜리아는 영국 내무부 자금 지원으로 제작된 반극단주의·미디어 리터러시 게임 ‘패스웨이즈’의 핵심 인물로 설계됐다. 13~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해당 게임은 대학 환경을 배경으로 잠재적 극단주의 콘텐츠 접근 여부나 ‘영국적 가치의 침식’에 항의하는 소규모 정치 집회 참가 같은 선택지를 제시한다. 일부 시나리오는 영국 정부의 대테러 프로그램에 따른 연계 조치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게임 속 아멜리아는 극단적 주장에 동조하지 않도록 경계 신호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캐릭터의 성격은 플랫폼 환경과 결합해 빠르게 전도됐다. 온라인 정보 감시·분석 업체 페리톤 인텔리전스 분석에 의하면 X의 한 익명 계정이 이달 9일 게시한 글이 확산의 기점이 됐는데, 해당 게시물은 14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이후 일평균 500건 안팎에 머물던 아멜리아 관련 게시물은 15일을 전후해 국제 이용자층으로 확장되며 1만 건 수준으로 급증했고, 지난 21일에는 하루 동안 X에서만 1만1,137건이 새로 등록됐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토큰이 파생되기도 했다. 게임 제작사 대표는 이를 “증오의 수익화”라고 비판했지만, 교육용 공공 캠페인 캐릭터가 밈 경제와 결합하며 정치적 상징으로 소비되는 흐름은 계속되는 형국이다. 

좌파 정치권 향한 분노·불신 임계점

이러한 현상은 영국 내 이민자 유입과 치안 악화를 연결하는 보수·우파 진영의 문제의식이 온라인 문화로 전이된 결과로 읽힌다. 아멜리아 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영국을 사랑한다”는 선언과 함께 이민·이슬람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서사다. 이는 이민자 유입이 영국 국민의 일상 안전을 훼손하고 국가 정체성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캐릭터 소비의 형식을 띠지만 메시지의 방향성은 우파 담론에서 장기간 축적된 인식과 맞닿는다. 

영국 내 만연한 반이민 정서는 오프라인 정치 행동으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9월 런던 도심에서는 반이민 집회를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는데, 현지 경찰은 극우파가 주최한 집회 참가자가 최대 1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맞선 반대 집회인 ‘파시즘에 대항하는 행진’에도 5,000명 이상이 모였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와 체결한 ‘원 인, 원 아웃(One in, One out)’ 협정에 따라 불법 이민자 송환을 앞둔 상황이었다. 해당 협정은 영국해협을 소형 보트로 건넌 불법 이주민을 프랑스로 송환하는 대신, 같은 수의 난민 신청자에게 영국 망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위대는 이 정책을 이민 유입의 상징으로 지목하며 반발했다. 참가자들은 잉글랜드의 빨간 십자가가 그려진 흰색 깃발과 유니언 잭을 흔들며 “우리의 영국을 되돌려 달라”, “난민선을 멈춰라”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극우 활동가로 알려진 토미 로빈슨(본명 스티븐 약슬리-레논)이 주도했는데, 그가 이끈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무력을 행사하며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 1,000여 명이 투입되고, 시위대 중 9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후로도 시위대의 반이민 주장은 이어졌고, 치안 악화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며 여론을 자극했다. 

국제적 연대와 플랫폼 영향도 눈에 띄었다. 집회 연단에는 프랑스·독일·덴마크의 극우 성향 정치인들이 등장해 지지를 표했다. 특히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당(AfD) 소속 인사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라는 발언으로 열띤 호응을 이끌었다. 소셜미디어 확산 국면에서는 X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영국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영국은 그런 정책 때문에 몰락하고 있다”면서 “이민 수용은 국가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머스크의 발언은 오프라인 시위와 온라인 담론을 연결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아멜리아 밈은 사회적 긴장의 표면에 등장한 상징물에 가깝다. 그 자체로 집회를 조직하거나 정책을 바꾸는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지만, 정치권을 둘러싼 분노와 불신이 대중문화의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선택된 매개라는 분석이다. 정부 정책이나 사법 판단, 국제 협정 같은 제도적 논쟁이 캐릭터 이미지와 짧은 영상으로 환원돼 확산 속도를 얻는 구조다. 이는 곧 영국 사회의 반이민 담론이 정치·사회 영역을 넘어 문화적 층위까지 확장됐음을 시사한다. 

유권자들, ‘강경 치안 공약’ 지지

이민과 치안 문제를 계기로 강화된 보수·우파적 문제의식은 실제 정치적 지지로 연결됐다. 여론조사업체 포칼데이터가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에서 영국개혁당은 지지율 25%를 기록하며 노동당(24%)과 보수당(21%)을 앞섰고, 단일 조사 기준으로 처음 1위에 올랐다. 총선 득표율이 14.3%에 그쳤던 직전 선거와 비교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폭이다. 포칼데이터는 “향후 총선에서 영국개혁당은 노동당으로부터 60석가량을 가져와 최대 76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강경 치안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노선이 남성·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흡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지지율 급등의 원인으로 외부 인사의 발언이나 개입이 촉매가 됐을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머스크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공개 비판하며 내정 개입을 시사하자,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이 강화됐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영국 내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집권 노동당보다 전통적 중도우파 보수당에 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이 우세하다.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이 기존 보수당을 대신해 한층 급진적인 선택지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영국과 유사한 현상은 유럽 전반에서 관찰된다. 독일 AfD는 지난해 2월 총선에서 득표율 20.8%로 원내 제2당에 오른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도 지지율 26%를 기록해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24%)을 앞섰다. 또 프랑스에서는 국민연합(RN)이 30%가 넘는 지지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이 2022년 총선에서 26%를 득표하며 집권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난민 유입 증가를 비롯해 경기 둔화·물가 상승,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 등이 맞물리며 강경한 해법을 제시하는 정치 세력이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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