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멈춰 세운 렌터카 1·2위 결합, 경쟁 논리의 명분과 그 이면
공정위가 멈춰 세운 렌터카 1·2위 결합, 경쟁 논리의 명분과 그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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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쟁 제한 우려, 요금 인상 가능성”
사모펀드 둘러싼 공정위 심사 기조 변화
‘규제 사각지대’ 정조준한 규제 패턴 반복

공정거래위원회가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의 결합에 제동을 걸었다. 사모펀드(PEF)가 지배하는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이 하나의 지배 구조 아래 놓일 경우, 단기·장기 렌터카 시장 전반에서 경쟁이 약화되고 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시장 점유율 구조와 신규 경쟁자 진입 가능성, 가격 인상 유인 등을 근거로 조건부 승인 대신 전면 금지를 선택했다. 시장에서는 심사 장기화의 배경과 PEF를 둘러싼 규제 기조 변화를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시장 점유율 독식 불가피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는 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롯데렌탈 주식 6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금지 조처를 내렸다. 어피니티는 지난 2024년 국내 렌터카 업계 2위인 SK렌터카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롯데렌탈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해당 거래의 실질이 두 렌터카 1·2위 사업자가 동일한 PEF 지배 아래 놓이는 구조로 규정하고, 단순 지분 취득이 아닌 경쟁 관계 소멸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심사 결과는 조건부 승인이나 시정조치가 아닌 전면 금지로 결론이 났다.
공정위는 렌터카 시장을 차량 대여 기간 1년 미만의 단기 렌터카와 1년 이상의 장기 렌터카로 구분해 경쟁 제한성을 따졌다.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점유율은 각각 17.1%, 12.2%로, 결합 시 합산 점유율이 29.3%에 이른다. 공정위는 이 수치가 단순 합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특히 제주 지역 단기 렌터카 시장은 렌터카 총량제로 인해 기존 사업자의 차량 증차와 신규 사업자 진입이 모두 제한되는 구조인 만큼 1·2위 사업자의 결합은 다수 영세 사업자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경제 분석 결과도 불허 결정의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허용될 경우, SK렌터카가 내륙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가격을 최소 11.85%에서 최대 12.15%까지 인상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관측했다. 이는 과거 가격 변동, 수요 탄력성, 경쟁 사업자 규모 등을 반영한 계량 분석 결과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같은 가격 인상 압력이 제주 지역으로 번지면, 총량제라는 제도적 장벽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상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판단은 유사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장기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각각 21.8%, 16.5%로 결합 시 합산 점유율은 38.3%에 달한다. 현대캐피탈(14.7%), 하나캐피탈(7.5%) 등 후발 사업자가 존재하지만, 공정위는 이들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본업 비율 제한으로 렌터카 사업을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정비·중고차 유통과의 연계 측면에서도 두 렌터카 대형사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직접 경쟁 관계에 있는 렌터카 회사 간 결합으로 유효한 경쟁이 소멸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요금 인상 제한과 같은 행태적 조치로는 경쟁 저해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이번 금지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경쟁 제한 논리 이면의 규제 신호
시장에서는 이번 공정위 판단의 직접적 명분이 렌터카 시장 경쟁 제한 논리였음에도 실제로는 PEF에 대한 규제 기조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당초 업계에서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지난해 6월 전후로 도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심사가 장기화하며 일정이 수차례 미뤄졌고, 그 과정에서 PEF 전반을 둘러싼 정책 환경도 급변했다. 특히 PEF가 동일 산업 내 상위 사업자를 연속적으로 인수하는 구조 자체가 공정위의 판단을 보다 엄격하게 만들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 같은 기류 변화의 배경으로는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이 거론된다. MBK가 보유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 내부거래 의혹, 납품업체 피해 문제 등이 연이어 불거지며 PEF의 경영 행태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비판도 확대된 것이다. 이에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PEF의 위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제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기존과는 다른 대응을 예고했다. 이는 PEF업계 전반을 향한 공정위의 시선이 한층 날카로워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렌터카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도 이 같은 맥락이 투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공정위는 경쟁 제한 우려가 확인되더라도 요금 인상 제한이나 사업 분리 등 행태적 조치를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해 왔다. 어피니티 역시 단기 렌터카 요금을 일정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PEF가 밀접한 경쟁 관계에 있는 1·2위 사업자를 연달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키운 뒤 고가 매각을 위해 시장을 왜곡할 우려에 엄정 조치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입장만 내놨다.
PEF 소유 기업 행태 둘러싼 대응 진화
공정위는 과거에도 PEF가 소유한 기업의 합병이나 사업 행태를 면밀히 들여다보며 집중 조사에 나선 전례를 쌓아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24년 외식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F&B 업종에 대한 직권조사가 꼽힌다. 당시 공정위는 PEF가 대주주로 참여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거래상 지위 남용, 비용 전가, 영업시간 강제 등 가맹사업법 위반 가능성을 폭넓게 점검했다. PEF가 소비자들의 일상과 밀접한 기업을 소유함으로써 시장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구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관찰 대상은 ‘개별 기업의 불공정 행위’보다는 ‘소유 구조와 사업 행태의 결합’에 맞춰졌다. 조사 대상에는 치킨·커피 등 생활 밀착형 업종의 프랜차이즈들이 다수 포함됐고, 공정위는 가맹점주에게 광고비나 수수료를 전가했는지, 원재료 조달 과정에서 불리한 조건을 강요했는지, 영업 방식이 합리적이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PEF가 단기간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비용 구조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시장 왜곡 논란이 반복됐다는 인식을 반영한 행보로 읽혔다.
공정위의 조사 기조는 PEF가 대기업과 유사한 규모와 영향력을 확보했음에도 규제 체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우를 받아왔다는 문제의식과도 일정 부분 맞닿는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는 ‘총수’ 개념을 전제로 설계된 까닭에 특정 개인이나 동일인이 없는 PEF는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규제 적용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PEF가 장기간 기업을 지배하며 가격 정책, 거래 조건, 사업 구조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속출했고, 시장에선 이를 두고 규제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누적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PEF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시장 질서를 좌우할 수 있는 실질적 사업 주체로 인식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개별 사안마다 적용된 법적 논리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는 PEF가 보유한 기업에서 시장 경쟁 저해, 거래 상대방에 대한 비용 전가, 소비자 피해 가능성 등이 지적되면서 한층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서겠다는 방향성도 분명해졌다. 나아가 이러한 공정위의 행보는 반복되는 패턴이라는 점에서 단발성 조치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