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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페미사이드 통계가 놓친 것들

[딥폴리시] 페미사이드 통계가 놓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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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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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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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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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계 누락이 키운 페미사이드 통계 왜곡
장소보다 인구 구성에 좌우되는 격차
데이터 정교화로 정책 설계 개선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범죄)는 통계와 분석의 출발 단계부터 왜곡될 위험을 안고 있다. 2023년 유엔과 국제기구의 재산정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일 약 140명의 여성이 배우자나 가족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인물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이는 기존 통계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로, 범죄가 급증했다기보다 그동안 상당수 사례가 집계 과정에서 누락돼 왔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집계의 불완전성이 분석 단계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핵심 사회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채 지역별 발생률만 비교할 경우, 지역 간 차이는 실제 원인이라기보다 분석에서 제외된 사회적 조건의 영향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 이 같은 수치를 원인으로 해석하면, 위험 요인에 대한 판단과 정책 대응은 빗나가기 쉽다.

유럽에서도 이러한 한계가 반복된다. 국가별 페미사이드 발생률은 큰 편차를 보이고, 동유럽과 서유럽 간 차이도 구조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사회 통합 수준, 이주민의 거주 양상, 집단 내부의 규범과 같은 지역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비교에 머물게 된다. 이로 인해 페미사이드는 개별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구성과 분석 방식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장소로 설명되지 않는 페미사이드 격차

유럽연합에서는 여성이 가족이나 배우자 등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인물에게 살해될 가능성이 남성보다 높다. 이는 페미사이드가 주로 가정 내부, 즉 주거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특성은 일부 국가에서 농촌이나 소도시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배경으로 자주 제시돼 왔다. 실제로 여성 대상 살인의 상당수가 자택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여러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농촌이나 소규모 지역은 지원 서비스가 제한적이고 사회적 관계망이 폐쇄적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외부 도움에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 그러나 지리적 구분만으로 페미사이드의 발생 양상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폭력 지원 기관의 분포, 주거 밀집도, 의료·사법 서비스 접근성을 함께 고려하면 지역별 위험 구조는 훨씬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대도시는 사회적 취약이 집중되는 공간인 동시에, 농촌보다 전문 지원 기관과 보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경우도 적지 않다.

거주 지역과 인구 구성을 분리하지 않은 채 발생률을 비교하면, 장소 자체가 원인인 것처럼 해석될 가능성이 커진다. 가족에 의한 살인은 피해자 보호 자원이 확대되고 사법 대응이 강화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러한 자원의 접근성은 지역과 집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도시를 동일한 공간으로 간주하고 이주민 비중이나 이주 배경 인구 규모를 분석에서 제외할 경우, 통계적으로는 농촌 효과가 과대평가될 수 있고 정책적으로는 밀집되고 분리된 도시 지역의 위험 요인이 간과된다. 서비스 부족을 전제로 한 농촌 중심 대응만으로는 도시 내부의 취약 지역을 포착하기 어렵다. 효과적인 정책은 장소 구분을 넘어선 세분화된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

페미사이드 위험과 지원 시설 분포의 불일치
주: 이탈리아에서는 반폭력 지원 시설의 분포와 모형이 예측한 페미사이드 위험이 공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리적 지표만으로는 사회적 요인과 서비스 접근성의 차이를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구 변수를 배제한 분석의 한계

이주 배경이나 문화적 요인이 페미사이드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분석하는 목적은 발생 구조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데 있다. 여러 연구는 이주 경험이 있는 여성이 언어 장벽, 불안정한 체류 지위, 제한된 사회적 연결망으로 인해 폭력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이는 개인의 특성보다 제도 접근성과 지원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위험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분석의 핵심은 특정 집단을 원인으로 규정하는 데 있지 않다. 지역별 페미사이드 발생률이 이주 인구 규모, 빈곤 수준, 지원 서비스 접근성과 어떻게 결합돼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 구성과 지역 환경이 맞물릴 때 위험이 어떻게 증폭되거나 완화되는지가 분석의 초점이 된다. 그러나 현재 국제 통계와 지역 보고서 상당수는 고위험 지역을 지목하는 데 그칠 뿐, 이러한 구조적 요인을 충분히 분해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려면 분석 단위부터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개별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 대신, 사건을 도시나 지역 단위로 묶어 비교함으로써 동일한 정책이 지역과 집단에 따라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검토할 수 있다. 분석에 포함해야 할 변수 역시 분명하다. 지역별 이주 인구 규모를 출생 국가와 체류 기간 기준으로 구분하고, 실업률과 소득 수준 등 경제적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반폭력 지원 기관의 수와 자원 수준, 임시 체류 지위 인구의 비중을 더할 경우, 발생률 차이가 장소의 문제인지 구조적 취약성의 결과인지를 보다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반폭력 지원 시설 확충의 실제 효과
주: 반폭력 지원 시설 개설 이후 성폭력 신고 건수는 감소했지만, 페미사이드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현재의 정책 타깃 설정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정책 성패를 좌우하는 데이터

인구 구성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은 정책 자원을 잘못된 방향으로 배분할 위험을 키운다. 농촌 지역 보호시설에 지원이 집중되는 동안, 언어와 법적 장벽에 놓인 도시의 취약 집단은 정책 범위에서 배제될 수 있다. 도시 지역에서는 반폭력 센터에 대한 투자와 함께 현장 연계형 지원 서비스가 병행될 때 정책 효과가 확인된다. 통역 지원, 문화적 중개 기능, 지역 기반 조직과의 협력은 이러한 접근의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법과 제도의 정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서부 발칸 지역 사례를 보면, 관련 법률이 마련된 이후에도 지원 서비스 체계가 취약한 지역에서는 페미사이드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여부가 정책 성과를 좌우한다.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는 낙인 가능성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이주 배경에 따른 세분화는 분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지만, 해석의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의 초점은 집단 규정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맞춰져야 한다. 익명 신고 체계, 이민 단속과 분리된 지원 구조,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서비스 설계는 실효성을 높이는 대응으로 평가된다. 데이터는 판단의 근거이지, 평가의 목적이 아니다.

정확한 분석이 만드는 정책 효과

페미사이드 발생을 집계하는 방식이 정교해지면서, 그동안 통계에 포착되지 않았던 여성 살해의 규모가 드러났다. 이는 유럽의 정책 방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주 구성, 주거 불안, 서비스 접근성을 분석에서 제외하면 원인 해석은 왜곡되고 정책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기 쉽다. 이에 대한 대응은 분명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인구 구성을 보다 정확히 수집하고, 분석에서 제외된 변수가 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낙인을 막는 장치를 갖춘 맞춤형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도시 지역의 현장 연계 지원 확대, 다언어 상담 창구 운영, 체류 지위와 분리된 법적 보호 체계, 고립 위험이 큰 농촌 지역의 서비스 강화로 이어진다. 페미사이드는 단일 요인으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와 분석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을수록 정책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그 효과는 생명 보호로 이어진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Data Skips a Key Variable: Rethinking femicide drivers in Europ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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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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