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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분쟁에 하청까지” 극한 치닫는 한국GM 노사 갈등, 한국 시장 철수 빌미되나

“법적 분쟁에 하청까지” 극한 치닫는 한국GM 노사 갈등, 한국 시장 철수 빌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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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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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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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물류 인프라 축소 둘러싸고 노사 간 '강대강' 대치
물류사 용역계약 전환, 노조 불법점거에 부품공급 차질
한계점 도달한 한국 사업장의 지속 가능성
안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장(왼쪽 세 번째)과 노조 관계자들이 소 제기에 앞서 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한국GM의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세종 부품물류센터 점거 사태로 한국GM 부품 공급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조가 법원에 정비소 폐쇄 중단을 골자로 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생산·정비·물류 전반에서 기능 마비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노조 리스크가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빌미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직영 정비 폐쇄 금지 가처분 소송

2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영정비사업소 폐쇄 금지 가처분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측은 노사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사측은 자동차 제조사의 안전 책임을 회피하고 외주화하려 한다"며 "이는 소비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자동차관리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발단은 직영 정비소 폐쇄다. 한국GM은 작년 11월 수익성 제고와 사업 재편을 위해 전국 9개 직영 정비소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오는 2월 15일부터는 380여 협력 서비스센터가 그 일을 대신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도입한 외주 A/S 서비스 모델과 유사한 형태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 5사 중 직영 정비소를 없애는 건 한국GM이 처음이다. 이에 한국GM 노조의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는 직영정비사업소 폐쇄가 정비 품질 저하로 이어져 고객 불만이 생겨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여기에 세종 부품 물류센터 문제까지 겹치며 노사 갈등이 더 악화하고 있다. 세종 부품 물류센터는 쉐보레 등 한국GM 차량의 A/S 부품을 보관하고 전국 서비스센터와 수출용 물류를 담당하는 핵심 기지다. 한국GM은 지난 연말과 연초에 걸쳐 물류센터 운영 업체를 기존 우진물류에서 정수유통으로 바꿨다. 일자리를 잃게 된 우진물류 직원 120명은 고용 승계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물류센터를 점거했다.

사측은 전북 군산의 임시 창고 등을 동원해 우회로를 모색했으나, 노조의 저지 집회에 막혀 부품 공급은 여전히 차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전국 협력 서비스센터까지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사고 차량 수리 기간이 평소보다 3~4배 이상 길어지는 등 소비자 피해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한국GM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유감을 표하며 “부평·창원 공장 생산직으로 채용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대다수가 거부해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계약 업체인 정수유통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정수유통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수십 명을 신규 채용한 만큼 우진물류 근로자를 모두 떠안기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오정택 정수유통 대표는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못 하고 인건비만 나갔다”며 “사태가 해결되기만 바랄 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투쟁에 돌입한 상태로, 산업은행 앞에서 76일째 천막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산은이 8,090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국책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이다. 노조는 이날 직영 정비 폐쇄 금지 가처분 소송에 이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 고용노동부, 산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공익감사 청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사 분쟁 상시화, 철수설 재점화

시장에서는 이번 노사 갈등이 다시 한번 GM 철수 시나리오를 부각시킬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는 모습이다. 한국GM 철수설이 나돌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부터다. 2002년 미국GM에 인수된 한국GM은 소형차·준중형차 개발·생산 허브로 성장해 2013년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GM이 2014년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이 지역에 차를 공급해 온 한국GM 생산 물량이 급감했다. “2016년까지 한국 생산량 20% 축소”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당시 보도가 나오자 철수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철수설은 2017년에 또다시 불거졌다. 직전 3년간 총 2조원 규모 순손실을 낸 데다 그해가 GM이 약속한 ‘15년간 경영 유지’의 마지막 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GM은 호주 러시아 등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서 실제 철수했고, 한국에서는 인천 부평·창원 공장을 구조조정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2018년 우리 정부가 한국GM에 공적자금 8,100억원을 추가로 넣었고, GM은 ‘최소 10년’간 한국 생산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다 6년이 지난 작년부터 철수설이 또 슬금슬금 나왔다. 한국GM은 대미 수출 물량으로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냈지만 이 기간 내수 비중은 3~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초 부평공장 유휴부지와 전국 9개 직영 정비센터를 팔기로 하면서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특유의 친노조 정책과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는 분위기다. GM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유독 한국에서만 생산 차질을 빚거나 노사 갈등으로 인한 손실이 반복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불법 파견 관련 혐의로 노조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GM 측은 철수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GM이 처한 구조적 문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철수설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사진=GM

연쇄 도산·상권 붕괴, 유령도시로 전락한 군산

한국GM은 이미 2018년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두며 노조에 직격탄을 날린 경험이 있다. 당시 1,900명의 일자리가 눈앞에서 한번에 사라졌지만 한국 사업장의 철수를 막고 나머지 임직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도 이 자구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이는 전북 지역경제 전반을 급격한 충격 상태로 밀어 넣었다. 군산공장 폐쇄 이후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식당, 모텔, 의류점, 부동산 등 서비스업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공장 근로자와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임대업자와 자영업자들은 고객 기반을 상실했고, 지역 상권은 급속히 위축됐다. 군산 경제에서 소비의 연쇄 효과가 끊기자 도시 곳곳은 유령도시로 변해갔다. 실제 당시 군산시 전체 인구의 25%가 실질적 경제 타격을 입었고, 실업률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인구 감소와 소비 침체가 반복됐다.

그간 한국GM 노조는 오랜 기간 동안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지속했다. 노조는 회사 성장보다는 주로 근로자 처우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GM의 경영 실적은 2014~2016년 누적 2조원 이상 적자, 2017~2018년 연간 6,000억~2조원대 손실을 기록하는 등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었다. 이런 경영 악화 속에서도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와 잦은 부분·총파업은 매번 생산중단, 협력업체 피해로 이어졌다. 생산 차질은 비용 부담을 증폭시켰고, 이는 다시 투자 축소와 사업 재편 압력으로 전환됐다.

GM 군산공장 폐쇄로 군산은 구조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지역 실업자와 가족까지 최소 7만 명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군산 제조업 생산액은 꾸준히 감소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차례 경제 부양책과 산업 다변화 정책을 시도했으나, 인구 유출과 취업자 감소는 쉽사리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GM 군산공장 폐쇄의 여파는 8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택시기사로 업종을 바꾼 이전 근로자, 전주 등 외지 거주자가 늘면서 도시 내 소비도 급감했다. 판매 부진과 영업 적자가 이어지면서 대내외 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는 회사 상황을 고려치 않은 노조의 일방통행식 투쟁이 지역경제를 생존 기로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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